"전쟁나서 헤어져도 금방 찾겠네요. 헤어질 염려가 없겠어요. 어쩜 가족들이 그리 닮을 수가 있어요?"
10년전 신혼여행을 다녀와서 감사인사를 드리면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엄마, 아버지가 그렇게 닮을 수가 있냐고? 네 식구는 헤어져도 금방 찾을거라고 말입니다. 그 이야기를 한번 더 들을 일이 생길 것 같습니다.
토요일 저녁은 세란병원 809호실에서 엄마밥을 챙겨드렸습니다. 오른손을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왼손으로 식사를 하시거나 가족들이 거들어 드려야합니다. 그동안은 여동생이 아침점심저녁을 챙겼고 저는 이 날 저녁 한끼를 챙겨드렸습니다. 엄마와 자주 앉아 밥을 뜨고 입에 넣어드리고, 김치를, 나물을, 어묵국을 드시게 했습니다. 서현이, 재현이 이유식 먹이듯 엄마의 식사를 도와드린 셈입니다. 기분이 묘했습니다. 아이들 이유식 먹인 생각도 나고 젊디 젊은 엄마가 핏덩이인 나와 여동생을 이렇게 밥을 먹여주었으리라 생각하니 눈시울이 불거졌습니다. 오물오물 잘도 씹으십니다. 병원밥도 맛있다하십니다. 잘 드셔주셔서 고마워 엄마!
다음날 아침 엄마가 퇴원을 했습니다. 그 전주 일요일에 입원하셨으니 온전히 일주일을 입원하셨네요. 8월 허리협착증 수술에 이어 오른쪽어깨 수술을 받으셨습니다. 수술은 잘 되었고 엄마는 마치 기브스를 한 듯 어깨 보호대를 약 3개월동안 차야합니다. 허리수술 후 3개월만에 다시 병원생활을 하시게 되었는데 잘 견뎌주셔서 감사합니다.
집에 돌아온 엄마는 얼굴이 환했습니다. 드디어 집에서는 자유롭게 마스크를 벗을 수 있어서요. 어깨가 아픈 것보다 답답한 마스크생활이 너무도 힘들었다고 하십니다. 맞아요. 잠깐 있는 두세시간 마스크 쓰고 엄마 옆에 있는 것도 힘든데 24시간을 쓰고 계셨으니 얼마나 힘이 드셨을까요? 집에 돌아온 안도와 마스크를 벗을 수 있음에 엄마 표정이 밝아졌습니다.
무뚝뚝한 아버지도 "왜이리 늦게 온거야? 빨리 와야지"하시며 반겨주셨습니다. 암튼 말씀을 반대로 하시는 아버지의 대화는 한번 더 뒤집어 해석해야만 합니다. "그동안 고생많았어. 이렇게 건강히 돌아와주어 고마워."라고요. 해석기가 필요합니다.
엄마, 아버지, 나, 여동생 이렇게 네명이 자리에 앉았습니다. 엄마 퇴원이 끝이 아니라 화요일, 목요일에는 소독을 하러 내원해야 한다고 동생이 이야기합니다. 그러고보니 아버지의 내원도 겹치는 날이 있어 동생이 한마디 더 거듭니다.
"엄마,아빠 같은 선생님 환자잖아. 배00선생님. 같이 들어가면 되겠네. 아 그 선생님 놀라고 웃으시겠다. 아빠수술 날짜 언제 할 지 상담하다가 엄마가 먼저 수술하고 이렇게 엄마아빠 동시에 들어오니 얼마나 웃기겠어? 엄마아빠 따로 선생님에게 따로 들어갈꺼여? 같이 들어가는 거 챙피해? 이번에 그냥 동시에 인사드려. 선생님도 그러시겠다. 얼굴도 엄청 닮았는데 어쩜 아픈 부위도 똑같이 오른쪽 어깨에, 수술도 순차적으로 해야하니까 말이야."
그러게말입니다. 어찌하다 환자와 보호자가 아닌 환자이며 보호자인 엄마,아버지를 동시에 보셔야 하네여. 아마 배OO선생님이 모르셨을 것 같습니다. 11월에 할 지, 12월에 할 지 아버지수술날짜를 조율하고 있었는데 본인이 그 배우자의 수술을 이미 하셨다는 것을요.^^
동생의 말에 네가족이 환히 웃었습니다. 좋아지려고 수술하는 것이고 무엇보다도 엄마가 집으로 돌아온 것이 컸으니까요. 이제 당분간 엄마의 아침점심저녁은 오롯이 아버지의 몫이 되었습니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신혼살이하시듯 아빠가 신부의 식사를 챙겨드려야 할 겁니다. 무뚝뚝하시지만 무슨 일이든 정성을 다해 잘 해내시는 아버지이시니 그 역할도 잘 해 주실겁니다. 아프지만 절로 웃음이 납니다.
다시부르기1집에서 <그대웃음소리>
새벽에 일어나 광석이형의 잔잔한 노래를 듣습니다. 김광석의 <그대웃음소리>입니다. 이곡은 1집에서 그리고 다시부르기1에서 부른 노래입니다. 형이 작사작곡 그리고 노래를 해주었네요. 더 놀라운 건 이 곡을 고등학교때 만들었다는 겁니다. 엄마 아버지의 웃음이 광석이 형의 노래와 겹쳐져 더 좋습니다. 내년엔 코로나가 진정되고 엄마,아버지를 모시고 바다를 가 보고 싶습니다. 아버지가 가겠다고 할 확률은 0.01%로 극히 희박하지만 이럴때 손자손녀찬스를 쓰면 혹여 가실지는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이 모래사장에서 뛰어노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천방지축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요상발랄시끌벅적하겠지요. 그걸 바라보는 엄마아버지의 웃음은 어떨까 상상해봅니다. 아마도 형의 노래속 분위기처럼 잔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