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즈음에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이하 넘어넘어)>를 여러 사람과 함께 읽었습니다.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매일 20,30페이지씩 읽고 그 읽은 부분을 또 필사하고 또 읽었습니다. 그렇게 한달동안 밑줄을 쳐가며 읽은 <정의로운 책읽기>는 1993.5.18. 연세대학교 정문 앞에 서 있는 나를 만나게 해주었고 <학살자를 처벌하라>고 외치며 연희동으로 향하는 저를 보게 해 주었습니다. <넘어넘어>는 광주항쟁의 생생한 기록들 이었고 이 기록들을 만났던 매일매일은 힘든시간이었습니다.
올해 저는 <5월18일, 맑음>이라는 맑은 책을 만났습니다.
이 책의 주요 독자는 청소년이라고 합니다. 이 책의 부제가 <청소년과 함께 읽는 5.18민주화운동이야기>이거든요. 이 책은 임강호, 배주영, 이민동 세분의 역사선생님과 정수연 국어선생님이 아이들을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으셨네여.
선생님들의 고민은 책의 처음에 오롯이 담아져있어 보입니다.
“한국현대사의 중요한 사건인 5.18민주화운동을 충실히 전달하면서도 ”교과서보다 재미있는 책에 대한 논의는 꽤 길어졌습니다. 재미와 의미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동안 청소년들이 왜 이 사건을 알아야 할까....같은 근본적인 질문도 주고 받았습니다.”
책은 아이들을 향한 사려깊은 배려를 아끼지 않으신 선생님들의 고민 덕에 재미와 의미의 균형이 잘 잡혀져 있어 보입니다.
그래서 저는 반대로 청소년들이 아니라 내 나이 또래의 어른, 어른이들이 올해 518을 앞두고 한번 씩은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사회에 나와서 한번도 선생님들로부터 가르침을 받은 기억이 없는 어른이들이, 현직 국어,역사선생님들에게 따뜻한 강의를 들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은 이 책을, 어른이들은 이 책을 통해 <넘어넘어>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책은 과거의 그날 5.18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날에 멈추지 않습니다.
책은 오늘까지 이어져오고 있는 5.18의 정신을 기억합니다.
2015.5.18전야제에서 518엄마와 416의 엄마
2015년 5.18 민주화운동 35주년을 기념해 옛 전남도청 분수대앞에서 열린 전야제에서는 세월호유가족들과 오월어머니집 등이 세월호 참사 추모곡인 <천개의 바람이 되어>를 함께 불렀습니다. 5.18의 정신은 아픔의 연대로 우리곁에 살아 있습니다.
2019년 4월 09일 오늘의 봄은 맑습니다.
1980년 5월 18일 그날 광주도 맑았습니다. 그러나 그날 우리는 절망했습니다.
2019년 5월 18일 오늘 서울은, 광주는 맑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