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이발관 <신세계이발관>을 만나다.
오늘 오후 종로4가에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 서울지역본부 에 업무협의차 다녀왔다.
그리고 그 다음은 마포구의 한 현장으로 출장을 가는 길이이었다.
종로는 고등학교부터 대학시절까지 많이 찾은 장소이다. (구)세운상가(정식명칭은 현대상가)가 철거되고 종묘공원앞(지금은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다)는 90년대 중후반 특히나 많이 찾았던 장소이다.
종로통과 관련한 많은 이야기들은 나중으로 미루고 오늘은 특별한 곳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한다.
평소 거리를 돌아다니면 눈에 들어오는 이런저런 풍경들을 구경하는 맛이 있다. 간혹 사람들이 몰려있는 곳에는 어르신들의 장기를 두는 자리, 훈수를 나누는 자리가 있고 약장수가 있는 곳이나 신기한 물건을 파는 공간을 지나는 재미도 있다. 풍경, 풍경속의 사람냄새 나는 공간을 지나는 맛은 좋다.
아마도 나의 이 취향은 국민학교시절 청계천에서부터 종로까지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배운 학습의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그런 풍경과 사람구경의 기대감을 안고 종로3가역으로 향하는 내 발길과 내눈은 어느 한 가게의 간판, 정확히는 이발관 앞에 멈첬다. 그것은 <신세계이발관>이었다.
가격을 보고 설마하고 그냥 지나치려다가 이발할 떄도 되었고 해서 혹시나해서 들어가 보았다.
이발이 4,000원이라니.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그 전에는 3,500원이었었다.
꽤 넓은 공간, 안에는 10여명의 손님들이 이발을, 염색을 하고 있었다.
내나이가 적지 않음에도 이곳에 들어서는 순간 이발사분도 아주머니도 젊은손님 왔다고 반겨주신다.
내차례가 되었다.
60이 휠 넘은 이발사님이 나를 맞아주었다. 숙련된 바리캉, 가위질은 어느 젊은 이발사보다도 탁월하시었다.
"여기 손님들이 많네여"
"네. 여기는 거진 99%가 60대가 넘은 노인분들이 다에요. 손님같은 분들은 지나가다가 혹시나해서 들어오신분들이고요"
"아.그래요. 그래서 가격이 엄청 싸군요"
"네.거의 어르신들을 위해서요"
"아침에는 몇시부터 영업하시는데여?"
"7시부터요. 아침부터 여기 오시는 어르신분들도 많아요. 저녁에는 7시까지인데 6시반까지는 오셔야합니다."
머리손질이 거의 끝나갈 무렵 이발사님은 다시 한번 물어본다.
"머리를 털어드릴까요? 아니면 감고가실거에여?"
"아.네......"
"머리를 안 감으면 4,000원이고요. 머리를 감으면 500원 추가에요"
"아.네... 머리감고갈게요"
머리도 시원시원하게 잘도 감아주신다. 아 이분은 장인이구나. 저절로 감탄이 날 정도다. 맘에 든다.
다음에 오게되면 저 이발사님에게 꼭 부탁드려야겠다고
비가 올 것 같은 날씨
어느 커피샵의 아메리카노 한잔 값, 4,500원에 머리를 자르고 시원하게 감고 이발소를 나오는 길은 상쾌하다.
꽤 오랜시간동안 운영했을 듯 싶은 가게에 어른들을 위한 사랑이 담겨져있다. 주머니 형편이 녹록치 않은 노인분들을 위한 배려가 이 곳을 운영하시는 분에게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그런 생각과 실천을 꽤 오랜기간동안 해 왔음에 더더욱 감사한 마음이다.
나는 이제부터 이발은 여기에서 할 것이다. 종로쪽 출장이 잡히는 날에 아침일찍, 혹은 출장길에 하면 될 것 같다. 가격이 착한 것이 먼저였지만 오랜기간 오랜시간 어른들을 위한 마음이 고맙고 감사해서 혹시나하고 들리지 않고 정해놓고 갈 생각이다.
시원하게 머리를 감고 나온 종로거리는 밝았다. 아마도 고마운 마음이 전해져서이지 않을까?
이 착한이발소의 이름이 왜 신세계이발소인지 알 것 같았다. 이곳을 다녀오면 머리도 마음도 몸도 신세계가 열린다고 하여 붙여지진 않았을까?
삼주후 내지 사주후 종로출장길 어느 아침에 또 신세계를 맞이하러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