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일가를 이룬 김선우 시인의 첫 번째 소설이다. 실제 나와는 4살 차이가 나는 언니인데, 20대 중반에 그의 첫 시집이 소개된 신문을 우연히 보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까지 그의 거의 모든 작품을 읽게 되었다.
기억을 떠올려보면, 이 작품은 시 같은 소설이고, 해방정국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고 존경하는 몽양 여운형 선생이 등장하기도 하며, 우리나라 최초의 월드스타였던 최승희를 정말 아름답게 그린 소설이다.
최승희가 내 몸이 내 조국이라고 외치던 장면과 보살춤을 추던 장면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기억에 남는다.
아.. 이 소설이 영화화될 거라고 했던 기억도 난다. 무슨 사정인지 아직 영화로 재탄생하진 않았지만.
제주 월정리 바다
세상에 고통이 있는 한 현자들은 계속 보살의 몸으로 세상에 온다고, 일신의 해탈로 열반에 드는 것이 끝이 아니라 해탈한 마음이 해탈하지 못한 중생들을 아파하여 함께 구하고자 하는 마음이 보살도라고 일갈하던 문장,
개인적인 고통이 실은 우리 모두가 겪고 있는 보편적인 고통의 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면 조금 위로가 되었다는 부분,
몸을 버리는 순간 몸이 얻어지고, 고치에서 춤을 꺼내듯, 이 순간의 몸과 다음 순간의 몸이 그렇게 연결된다고 하는 지혜,
아름다움을 이해하지 못하는 정치는 아무것도 구원할 수 없다는 가슴 뜨거운 울림에 이르기까지.. 정말 매혹적인 작품이다.
해인사 해인도
정치외교학과를 나온 나는 아름다운 정치를 꿈꿔왔다. 정치는 전체 사회를 위한 가치의 합리적인(‘권위적인’ 아니고) 배분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리고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 체제를 만들어가면서 공동체의 마지막 한 사람까지 촘촘하게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니 아름다움을 이해하지 못하는 정치는 아무것도 구원할 수 없다는 말은 내겐 언제나 절박한 누군가의 외침으로 들린다. 지금 이 순간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