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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희 노무사 Oct 20. 2020

마음챙김 노동상담이란?

노동을 하는 매 순간 어떻게 마음챙김을 실현할 것인가를 모색하는 활동!



인간은 갈애와 욕망으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고, 인간 상호 간의 불신에서 비롯된 불안감은 우리 스스로 삶에 대해 고통스럽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렇다면 고통이라는 것은 실체가 있는 것일까? 고통이라는 것이 우리의 내면, 즉 생각에서 비롯된 것임을 이해한다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될까? 우리가 겪고 있는 일들이 실체가 없는 생각의 일어남과 사라짐에 불과하다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갑사의 가을 1



삶과 죽음은 호흡처럼 찰라생 찰라멸하는 자연현상이고, 이러한 자연 자체는 소멸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연의 흐름과 관계 속에 존재하는 ‘나’는 독립적인 개체성이 유지되는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끊임없는 변화를 겪고 있는 무상한 존재이기에 만일 영원을 꿈꾼다면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대물리학에 의하면 물질과 물질이 아닌 것의 차이를 구별하기 어렵다고 한다. 즉 시공간 속의 물질들은 끊임없이 생멸하고 있을 뿐, 우주의 근원이 되는 최초의 근본물질이란 없다는 것이다. 즉 모든 존재는 상호의존하는 ‘관계’에 의해서 일어나고 사라짐을 반복할 뿐이다. 조건에 의해 형성되고 사라지는 ‘조건 생멸’이 존재의 원리라는 것이다. 우리가 개별적으로 인식하는 일체는 조건에 의해 형성된 가변적인 구조물(김구산의 《관계의 세계》 참조)이기에 그 조건이 소멸되면 그 구조물도 해체된다. 형성된 모든 것은 사라지는 것이다.     



마곡사의 가을 1



그러므로 상호의존하는 관계라는 존재의 원리가 ‘나’를 통해 자신을 실현(김구산의 《관계의 세계》 참조)하고 있음을 알아차릴 필요가 있다. 인생은 고정적이고 확정적일 수 없기에, 오히려 인생에서 가장 확실한 것은 ‘인생의 불확정성’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불확정성의 원리가 ‘나’에게 이해된다면, ‘나’는 매 순간 깨어, 매 순간을 연소하며 살아가는 ‘자유’를 누릴 가능성이 더 커지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나’라는 존재가 유지되는 동안 진정한 ‘자유’를 누리다가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지금까지 이야기했듯이 인간이 고통스러운 것은 ‘나’를 고정된 실체로 착각하기 때문이고, 이러한 착각으로 인한 나에 대한 집착은 모든 고통의 원인이라고 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이치를 바르게 이해한다면 진정한 자유를 누리며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의 물꼬를 트게 되지 않을까?     


그러므로 지금부터 인류의 온갖 종류의 고통 중에서 현 시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두드러진 고통이라 할 수 있는 ‘노동하는 고통’에 대한 상담자와 내담자의 소통인 ‘노동상담’과 ‘노동문제’를 풀 수 있는 해법 중 하나인 ‘마음챙김 노동상담’을 소개하고자 한다.



돼지와 소를 못 먹는 나는 가끔씩 비엔나에서 먹었던 닭고기 슈니첼이 생각난다.



1. 노동상담의 두 영역     


노동상담은 크게 두 영역, 노동인권 상담과 노동법률 상담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노동인권 상담은 노동을 인권의 영역에서 다루는 상담이고, 노동법률 상담은 노동법률 전문가가 상담자가 되는 상담이다. 노동인권 상담은 기존의 노동단체 및 인권단체에서 지속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반면, 노동법률 상담은 노동법률 전문가, 예컨대 우리 사회의 경우 노무사, 변호사 등의 자격을 취득한 사람이나 스스로 노동관계법을 공부하여 노동운동을 해 온 사람들에 의해 행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노동상담의 두 영역은 확연히 구분될 수 없고, 오히려 두 영역을 통합하여 상담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노동인권 상담과 노동법률 상담을 구분하지 않고 ‘노동상담’이라 통칭하고자 한다.     


그러므로 일반적인 상담의 전통적인 영역인 상담심리학의 측면과 새롭게 대두되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마음과 상담의 측면, 근래 각광을 받고 있는 마음코칭의 측면 등을 ‘노동상담’과 어떻게 연결하여 ‘노동문제’에 대처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 끝에 얻은 결론인 ‘마음챙김 노동상담’을 설명하기 위하여 “‘마음챙김 노동상담’이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정의하고, 이어 마음챙김 직장생활로 연결시키고자 한다.          



오대산 자연명상마을, 옴뷔의 가을



2. ‘마음챙김이란 무엇인가?     


1) ‘마음챙김’이란?     


각묵스님은 《초기불교이해》에서 마음챙김이 빠알리어 사띠(sati, 念, 기억)의 역어인데, 이것은 ‘기억하다’에서 파생된 추상명사로 사전적인 의미는 ‘기억’이지만, 실제 사띠(sati)는 거의 대부분 기억이라는 의미로는 쓰이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물론 수행과 관계없는 문맥에서 사띠는 기억이라는 의미로 쓰이지만, 오늘날에는 ‘마음챙김’으로 정착이 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장현갑 교수는 그의 저서, 《마음챙김》에서 ‘마음챙김’ 명상법을 현대의학적 프로그램으로 만든 미국 매사추세츠대학교 의료원의 존 카밧진(Jon Kabat-Zinn) 교수가 ‘마음챙김’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고 말한다.


“‘마음챙김’ 명상법은 순간순간에 마음을 챙겨가는 수련법이다. 평소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일에 대해 의도적으로 마음을 챙김으로 해서 쉽게 실행할 수 있는 것이다. ‘마음챙김’ 명상법은 온몸을 이완하고, 주의를 집중하고, 마음을 각성하고, 통찰력을 갖는 내면 능력에 그 바탕을 둔 새로운 종류의 삶의 통제방법이며 새로운 지혜를 개발하는 체계적인 방법이다.”     


결국, 마음챙김 명상이란 현재 이 순간 바로 이곳에서 전개되고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해 판단하지 않은 채 보다 또렷하게 알아차려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수련방법이다.          



2) ‘마음챙김’의 대상     


각묵스님의 《초기불교이해》를 살펴보면, ‘마음챙김’이란 ‘마음이 대상을 챙기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대상은 신·수·심·법(身受心法), 즉 몸·느낌·마음·법(심리현상들)의 네 가지를 챙기는 것으로, 네 가지 ‘마음챙김’의 확립(四念處)이라 부른다. ‘마음챙김’은 ‘마음을 챙김’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마음이 대상을 챙김’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이처럼 ‘마음챙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상이다. ‘마음챙김’은 대상에 깊이 들어가고, 대상을 거머쥐고, 대상에 확립되어 해로운 표상이나 해로운 심리현상들이 일어나지 못하도록 마음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마음챙김’에서 중요한 것은 ‘마음챙김’의 대상은 ‘나’ 자신이라는 것이다. 네 가지 ‘마음챙김’의 확립은 ‘나’ 자신을 몸, 느낌, 마음, 법(심리현상들) 즉 신·수·심·법으로 해체(21가지 또는 44가지로 세분화하기도 한다)해서 이 가운데 하나를 챙기고 알아차리는 것이다.     


이제 ‘마음챙김’과 ‘노동상담’의 접점 및 마음챙김 노동상담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마곡사의 가을 2



3. ‘마음챙김 노동상담이란 무엇인가?     


그동안 나는 노동상담을 진행하면서 노동자들이 겪는 고통에 대하여 숙고할 기회가 많이 있었다. 노동자들의 고통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수록 그것은 결국 조직이 해결해 줄 수 있는 일이 아님을 절감하게 되었다. 다시 말해서 조직은 조직의 역할이 있지만, 그 역할에는 뚜렷한 한계가 있고 궁극에 가서는 노동자 자신의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 것이다.     


이 글을 읽는 이들 중 상당수는 이 대목을 수긍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나는 ‘나’라는 사람 앞에 놓인 문제는 ‘나’ 이외의 사람이나 조직이 해결할 수 없고, ‘나’를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은 결국 ‘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는 조직 무용론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은 지금까지 해 왔던 대로 조직을 확대·유지·강화시키는 데 주력하면 되는 것이고, 고통에 직면한 개인은 개인 나름대로 고통의 해결을 위해 노력하면 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견해를 제시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즉 고통의 해결을 위해서는 조직적 차원과 개인적 차원의 노력이 동시에 필요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결국 ‘나’라는 개인적 차원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노동상담은 노동자들이 겪는 다방면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한 상담자와 노동자 사이의 소통행위인데,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기존의 노동상담을 통하여 법적·제도적인 해결책을 찾고, 그에 따라 일시적인 해결을 경험하게 되더라도 궁극적인 고통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에 놓이게 된다. 즉 노동자들의 고통이 기존의 법적·제도적 상담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궁극의 문제는 노동자로 살아가는 한, 안고 가게 되어 있는 것이다.     




결국, 노동자 스스로 고통의 해결을 위한 길을 모색하여야 하는바, 그 해결책 중의 하나는 ‘마음챙김’의 원리를 노동의 과정에 접목하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을 하는 매 순간 어떻게 마음챙김을 실현할 것인가’를 함께 고민하고 모색하는 활동”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데, 이것이 바로 ‘마음챙김 노동상담’이다.     


그리고 이러한 “‘마음챙김 노동상담’을 통해서 알게 된 내용을 노동의 과정에서 실제 구현하는 활동”이 바로 ‘마음챙김 직장생활’이다.



-> '마음챙김 직장생활'은 다음 편에 올립니다~



~~>> 이 글은 얼마 전에 출간한 <여성 직장인으로 살아 내기>에 실려 있습니다.



갑사의 가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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