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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희 노무사 Nov 09. 2020

마음챙김 직장생활은 어떻게 할까?

노동을 하는 매 순간 마음챙김 하면서 직장생활을 해보자!



마음챙김 노동상담이 “‘노동을 하는 매 순간 어떻게 마음챙김을 실현할 것인가’를 함께 고민하고 모색하는 활동”이라면, 마음챙김 직장생활은 노동을 하는 매 순간 마음챙김 하면서 직장생활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홀로 집이나 사찰이나 자연 속에서 하기도 쉽지 않은 마음챙김을 어떻게 긴장된 가운데 노동을 하면서 할 수 있을 것인가? 이게 가능할 것인가?



춘천 제따와나 선원



이에 대한 대답을 다음과 같이 3가지로 하고자 한다.     


첫째, 마음챙김은 대상을 챙기는 것인데, ‘마음챙김’의 대상은 ‘나’ 자신이므로, 이러한 ‘나’를 몸, 느낌, 마음, 법(심리현상들)으로 해체한 후, 그중 하나를 챙기고 알아차리는 것이기에, 이 알아차림은 고요한 곳에서뿐만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둘째, 모름지기 ‘선’은 행주좌와어묵동정(행하거나 머무르거나 앉거나 눕거나 말하거나 침묵하거나 움직이거나 조용히 있거나)이 되어야 한다고 하므로 직장생활이나 일상생활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셋째, 살아가면서 생활 속에서 구현될 수 있어야 ‘진짜’이므로 처음엔 쉽지 않겠지만, 직장생활 속에서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헤르만헤세가 태어난 집



그럼, 이제부터 직장생활을 하면서 마음챙김을 하는 방법을 모색해 보자. 나는 주로 들숨날숨에 마음챙기는 공부를 하고 있기에 이를 중심으로 하면서 그때그때의 상황에 맞게 알아차리고자 한다.          



1) 출근길 마음챙김     

출근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아침명상 음악을 귀에 꽂고 가만히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해 보는 것이다. 들숨과 날숨에 집중하다가 이런 저런 생각과 느낌 등이 올라오면 이를 알아차린 후 다시 호흡으로 돌아가면 된다.

마음챙김 수행을 할 때에는 눈을 감거나, 반만 감거나, 뜨거나… 어떻게 해도 좋다. 집에 가만히 앉아서 하는 수행이 아닌 경우에는 처한 상황에 맞게 진행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걸어서 출근하는 사람은 걷는 발바닥의 느낌에 집중하면서 걷되, 시간이 될 때는 호흡을 의식하면서 천천히 걸어보는 것도 좋다.          




2) 출근 직후 마음챙김     

출근하자마자 책상에 앉아서 업무 준비를 할 때 긴 시간을 할 수 없을 테니 1분 명상을 해 보자. 잠시만 호흡에 의식을 가져가 보자. 막상 해 보면 상당히 다른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1분이다.          



3) 업무 전후 마음챙김     

업무를 할 때는 업무에 완전 몰입해야 하므로 호흡에 의식을 가져가기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업무에 대한 몰입도를 높인다는 생각으로 본격적으로 업무하기 전에 30초 정도 호흡에 집중해 보자. 그리고 하나의 업무를 마친 후에도 30초 정도 호흡에 집중하자. 이렇게 의식적으로 자꾸 업무 전후에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습관이 들 것이다.          



4) 화장실 마음챙김     

화장실에 가서 앉아서 하는 호흡수행은 마치 화장실에서 책을 볼 때 효과 만점인 것처럼 상당히 효과가 있다. 그 시간이 5분이든 10분이든 얼마나 좋은가. 직장생활 중 수행하기 가장 좋은 곳은 아무래도 화장실인 것 같다. 물론 밖에서 줄을 서고 있는 경우라면 조금 효과가 덜하겠지만, 그런 때에도 적어도 3분 이상은 할 수 있을 것이다.          



5) 점심시간 마음챙김     

점심시간에 식사를 혼자 하게 되면 마음챙김 하기에 딱 좋다. 밥 먹는 모든 동작에 의식을 집중하면서 먹어 보는 것이다. 실제 우리가 어떠한 행위를 하더라도 그 행위에 집중한다면 수행이 된다.

동료들과 식사를 하게 된다면 식사 후 잠시 주어질 휴게시간에 호흡에 의식을 가져가면 된다.          



오대산 월정사



6) 회사 내 이동 시 마음챙김     

회사 내에서 업무를 위해 걸어서 이동할 때에도 걷는 발바닥에 의식을 집중하면서 걸어 보자. 물론 다음 업무를 머릿속으로 생각해야 하므로 못할 경우도 많겠지만, 그냥 일단 이동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으니 그럴 땐 의식적으로 발바닥의 느낌에 집중해 보자. 의외로 효과가 좋을 것이다.           



7) 직장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마음챙김     

직장에서 문제가 생겨 정신을 바짝 차리고 평정심을 유지한 채 대응해야 할 때가 많을 것이다. 이럴 때 문제의 그 순간을 잘 넘기면서도 자신을 지켜 내는 방향으로 대응하려면 잠시라도 호흡에 집중하는 순간이 필요하다. 너무나 치욕스러워 견디기 어려운 순간인데 바로 맞대응하는 것이 효과적이지 않을 때 가만히 호흡에 의식을 가져가 보자. 그리고 그때의 느낌에게 속으로 말을 건네 보자.

‘너는 잠시 일어났다가 사라진다는 걸 알아. 지금과 같은 상황이 되면 그럴 만해, 당연히. 결국 이런 순간도 순식간에 지나갈 거야. 그게 이치니까.’          



8) 퇴근 직전 마음챙김     

퇴근 직전 일하던 자리를 돌아보며 오늘도 수고했다고 속으로 신호를 주고, 자리에서 일어서기 전 30초~1분간 하루를 차분하게 정리하며 호흡에 의식을 둔다. 그런 다음 퇴근길로 나선다면 직장에서의 하루를 잘 마무리하는 느낌이 들게 된다.          




9) 퇴근길 마음챙김     

퇴근길에는 저녁명상 음악을 귀에 꽂고 가만히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해 보는 것이 좋겠다. 출근길의 시작과 퇴근길의 마무리가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짐으로써 하루 일과가 정신없이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되도록 틈나는 대로 호흡에 의식을 두는 마음챙김 직장생활을 한 것이 된다.          



10) 잠들기 전 마음챙김     

집으로 가서 저녁을 챙기고 설거지를 하는 등 집안일을 할 때에도 하는 행위에 집중한다면 그것이 마음 챙기는 생활이다. 밥 먹을 때는 밥 먹는 모든 동작에 집중하면서 혀에서 느끼는 맛과 코로 들어오는 냄새를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고, 설거지를 할 때에는 그릇과 물에 닿는 느낌에 집중하고, 세탁기를 돌리거나 청소기를 돌릴 때에도 하는 행위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누운 자세로 호흡에 집중하면서 하루 동안 일어났던 일이 떠오르면 알아차리고 다시 호흡으로 돌아오는 일을 반복하다가 잠이 들어도 좋다. 특히 누워서 호흡에 집중하면 불면증도 치료될 정도로 잠이 잘 온다.     



갑사 대적전과 승탑



지금까지 직장생활 도중 마음챙기는 방법을 모색해 보았다.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업무에 몰입해야 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매 순간 호흡에 의식을 집중하고, 번뇌가 올라오면 알아차리고 다시 호흡으로 돌아오는 일을 지속적으로 반복해서 하면 된다.     


마음챙김 직장생활은 지금, 여기, 이 순간 현존하는 삶이 핵심이다. 과거와 미래로 끊임없이 달려가는 생각에 빠지거나 속지 않고 눈앞을 직시하는 생활을 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 ‘나’를 몸, 느낌, 마음, 법(심리현상들)으로 해체한 후, 그중 하나를 챙기고 알아차리는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사람들은 직장생활 도중에 어떻게든지 마음챙김을 할 수 있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고, 지속적으로 반복해서 하다 보면 ‘함이 없는 함’의 경지에 이르게 될 것이므로 그냥, 오직 할 뿐인 마음으로 하면 되는 것이다.



-> 이 글은 2020년 9월 25일 출간한 <여성 직장인으로 살아 내기>에 실려 있습니다.



   

해인사 외나무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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