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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윤 Jul 31. 2019

여행 장학금 선발 소식

남미 여행의 시작



"축하한다"



평소 친하던 행정실 선생님으로부터 난데없이 온 문자에 무엇을 축하한다는 말인지 잠깐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여행 장학금에 내가 선발된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내가 과연 선발될 수 있을까?'라는 마음에 반신반의하며 지원했던 장학금에 내가 선발되었다는 것이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다. 합격했다는 말을 듣고 부모님께 전화를 걸고 소식을 전하면서 내가 남미에 간다는 사실을 좀 더 실감하려고 했던 것 같다.



장학금 지원을 위해 만든 PPT 표지. 모레노 빙하를 배경 사진으로 넣었다.


장학금 지원서에는 당차게 남미를 여행하며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고 썼지만, 막상 장학생으로 선발되고 나니 남미를 여행한다는 것이 조금은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이전에 혼자서 해외에 가본 적도 없었고, 가더라도 대부분 치안이 좋은 나라들을 여행했던 터라 그다지 어려운 점이 없었다. 그러나 남미는 치안이 좋지 않을뿐더러 우리나라와 대척점에 있는, 말 그대로 지구 반대편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혹시 문제가 생겼을 때 대처가 쉽지 않다는 점이 여행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점이다.



난 왜 남미를 가겠다고 지원한 걸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크게 영향을 준 이유는 사실 어렸을 때 했던 게임인 '대항해시대 온라인'의 영향이 크다.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범선을 몰아 세계를 돌아다니는 게임인 대항해시대 온라인은 나의 어린 시절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게임이다. 이 게임을 하면서 나 또한 항해자가 되어 세계 여러 문화들을 직접 접해보고 싶다는 열망이 컸었다. 비록 게임이지만 끝없는 바다를 항해하면서 새로운 곳들을 발견하고, 그곳의 역사와 문화를 퀘스트를 통해 배우는 것이 나에게는 가슴 설레는 일이었다.



나온 지 10년이 훨씬 넘은 대항해시대 온라인


실제로 남미를 여행하면서 꼭 가고 싶은 여행지가 몇 군데 있었는데, 그곳들은 모두 대항해시대 온라인을 하면서 자주 접했던 지역이었다. 대표적인 예로, 세상의 끝이라고도 불리는 우수아이아다. 사실 이 곳은 게임에서는 보급항 정도의 역할만 하며 게임 플레이에 큰 비중이 있는 지역은 아니지만, 태평양과 대서양이 만나는 곳이며 남미를 거쳐 아시아로 가기 위해서는 꼭 들러야 하는 곳이다(물론 파나마 운하를 이용하지 않을 때의 이야기다). 블로그 등에서 사람들의 여행 이야기를 들어보면, 세상의 끝이라는 타이틀만 듣고서 방문했을 때 실망했다는 말들이 많다. 하지만 우수아이아는 나에게는 남미 여행 중 가장 기대되는 곳 중 한 곳이다.


남극으로의 관문이자 세상의 끝. 우수아이아


그 외에도 험준한 안데스 산맥에 위치해 자신들만의 고유한 문명을 갖고 있는 잉카 문명을 비롯하여 라마, 알파카, 알록달록한 아와이요 등 남미 외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문화 또한 내가 남미를 특별하게 생각하게 된 계기였다.  비록 스페인/포르투갈 정복자들로부터 침략을 받아 문화와 역사에 상당 부분 타격을 받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까지 자신들의 정체성을 간직하며 전 세계 여행자들을 모으는 매력이 있는 곳이다.





나는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여행을 마무리하는 순간까지 되도록 많은 시간들을 기록해보려고 한다. 사진과 영상들과는 별개로 이렇게 글로써 기록해놓으면 좀 더 오랫동안 여행에 대한 기억을 저장해놓을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그때그때 느낀 감정들은 기록하지 않으면 금방 기억 속에서 멀어지기에 다소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말이다. 남미에서는 도시 간 이동시간이 긴 편인데 그동안 틈틈이 느낀 점들을 기록해두어야겠다. 이 글은 전체 여행 스토리의 intro쯤에 해당한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그럼 첫 번째인 이 글은 이쯤에서 마무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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