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를 만나다.
상사라는 이름의 그 오묘한 관계
직장생활을 하면서 필연적으로 만나게 되는 상사나 관리자의 관계는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오묘함이 있다. 내가 보지 못한 면을 보게 하여 생각의 전환을 주기도 하며 뭐 저런 인간이 있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애증의 관계 같기도 한데 지금까지 만났던 관리자들을 다시 한번 떠올려봤다. 관리자는 조직을 관리하고 책임지는 사람이다. 나는 책임지는 이라는 말에 밑줄을 긋고 싶다. 책임을 지는 여부에 따라서 관리자의 평은 극명하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비겁한 남첨지
남첨지는 출생부터 음흉한 사람이었다. 물론 의도된 것은 아니었고 그 시절 흔한 실수 중 하나였다. 본인의 실제 생일보다 늦게 출생신고를 한 것이다. 하나의 작은 해프닝일 수 있는 사건을 남첨지는 마음속에 항상 담아두었다. 어린 시절부터 동급생 친구들과 놀 때도 자신이 원래는 형이고 나이가 많은데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고 억울함과 분함이 생겼다. 그러나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는데 부모님이 예의를 강조한 탓이었다. 삼 남매 중 둘째로 태어난 남 첨지는 부모님의 사랑을 받기 위해 점점 더 겉과 속이 다른 아이로 자라났다. 겉으로는 착실하고 배려 넘치는 학생이었지만 마음속에는 모든 걸 뒤엎어 버리겠다는 욕망이 타오르고 있었다.
관료적인 조직에 들어가게 된 데는 사람들이 보는 눈을 중요시하는 게 한 몫했다. 베이비붐 시대라 경쟁이 치열하기도 했지만 경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대로 더 고연봉의 회사에 갈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체면치레를 중시했던 남첨지는 그러지 않았다. 남들에게는 뜻한 바가 있다고 했지만 사실 더 좋은 곳에 갈 말한 능력도 없었다. 남첨지에게 조직생활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자신보다 조금 못한 동기들을 살살 구술려 함께 지내면 그만이었다. 선배들에게는 깍듯한 모습으로 뒤에선 동기들과 술 마시며 선배들을 까는 생활을 반복했다. 능력 있고 조용한 사람들도 남 첨지의 밥이 되었다. 자신의 능력을 키우기보다는 주변 사람들을 깍아내리며 자기가 우월하다고 생각했다. 겉으론 신사 같은 모습을 보여줬으므로 어렵지 않게 어느 정도의 직급엔 올라가게 되었다. 그때만 해도 그렇게까지 최악은 아니었다. 문제는 과하게 무엇을 탐하는 데서 시작되었다. 인사이동으로 인해서 중요한 직급이 공석이 되었고 사람들은 눈치싸움을 하느라 누구도 그 자리를 가겠다고 하지 않았다. 남첨지는 그 자리를 낚아챘다. 주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남첨지는 같이 근무하는 선배를 이용해 자신의 자리를 굳혔다.
능력이 없는 남첨지는 후배에게 기댈 수밖에 없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을 이용해 응당 자신의 말을 따르게 했고 의사결정권을 부하 직원에게 주어 책임을 면피했다. 3년을 공들인 끝에 드디어 남첨지는 수장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그때부터 모든 불행이 시작되었다. 남첨지는 그동안 마음속에 담아둔 사건들을 집요하게 파헤치며 자신에게 상처를 줬던 사람들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괴롭히기 시작했다.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들도 남첨지 눈 밖에 난 사람들은 화를 면하지 못하게 되었다. 자신을 따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나누고 철저히 이용했다. 겉으로는 능력을 키우고 관리자를 키우겠다는 말을 하며 부하 관리자에게 권한을 위임했지만 실상은 책임지고 싶지 않아서였다. 불 같이 화를 냈다가 고고한 척 얘기하는 이중적인 모습에 사람들은 질려갔다. 모두들 남첨지의 퇴직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성대한 퇴임식을 꿈꾸고 있었다.
비범한 장생원
장생원은 어린 시절 유복한 집안에서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부모님이 장사를 크게 해서 집안이 넉넉했는데 장생원은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것을 나누는 심성이 착한 아이 었다. 어려서부터 문화와 예술에 관심이 많았던 장생원은 그 당시 아이들은 경험하지 못한 음악, 미술, 체육 등 다양한 예체능을 경험하며 마음의 양식을 쌓아갔다. 그러던 중 아쉽게도 대학 입학시험에서 실수를 하였고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지 못하게 되었다. 부모님은 장생원에게 재수를 권했지만 마음 착한 장생원은 연로하신 부모님이 고생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의 실력보다 낮은 대학에 입학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장생원의 마음속에는 학업에 대한 아쉬움이 생겼다.
대학 생활 동안 열심히 실력을 쌓은 장생원은 어렵지 않게 어느 정도 규모의 회사에 취직하게 되었다. 일에 어느 정도 능숙하게 된 장생원은 주어진 일을 다른 이보다 빨리 처리하고 남은 시간을 자기 계발의 시간으로 삼으려고 했다. 관심 분야의 책도 읽고 공부를 하면서 보내는 장생원을 상사는 언짢게 생각했다. 장생원에게 까다롭고 어려운 일을 주거나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일을 주었다. 장생원은 부당하다고 생각했지만 빠른 시간 안에 일을 처리했고 또 남은 시간에 본인의 공부를 하였다. 상사는 집요하게 장생원을 괴롭혔고 장생원은 이 조직이 나와 맞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끊임없이 자기 연찬을 할 수 있는 조직을 찾기로 했다. 그러던 중 다소 월급은 적었지만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고 개인의 시간도 많이 주어지는 조직을 찾게 되었다.
관료적인 조직이 몸에 꼭 맞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나름대로의 보람이 있었고 그토록 원하던 학업에 대한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장생원에게는 제일로 맘에 들었다. 어려서부터 다양한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았던 장생원은 딱딱한 조직생활에서 자신이 몰두하고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을 찾았다. 문화 동아리를 조직해서 퇴근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도 힘을 쏟았다. 국가 문화재를 찾아가 전수받기도 하고 공연 의상에 문제가 생기자 자처해서 바느질을 하는 등 나름대로 딱딱한 조직생활에서의 한줄기 희망을 만들어갔다. 물론 주위의 우려와 시샘도 있었지만 문화 동아리가 규모도 생기고 외국에서 초청을 받는 일까지 생기자 사람들도 괴짜처럼 보던 시선을 조금씩 바꾸기 시작했다. 일에 파묻혀 동아리에 심취해 조직 내에서 말을 많이 하지는 않았지만 장생원과 함께 하는 사람들은 그의 진가를 알아봤다. 장생원은 자신의 생각이 비슷한 선배는 잘 따랐고 후배들에게도 넓은 마음으로 대했다. 끊임없이 새로운 분야의 기술을 배우고 미래에 대한 공부를 했으므로 세대 차이나는 후배들과의 대화도 잘 되었다. 그리고 함께 일하는 부서에 있는 후배들이 일을 하다가 잘 못 되었을 때 그럴 수 있다고 하며 함께 해결책을 모색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다. 승진에 대한 욕망은 크지 않았지만 주변에서 능력과 인성을 갖춘 장생원을 찾았고 높은 직급에 오르게 되었다.
여기에 나오는 남첨지, 장생원은 물론 꾸며진 가상 속의 인물이다. 그러나 글을 읽는 동안 나도 모르게 머릿속에 떠오르는 관리자가 있을 것이다. 최악이든 최선이든 만날 수밖에 없는 상사나 관리자를 관찰하고 이해하는 것이 어쩌면 조직생활에서 주어진 하나의 과제일 거란 생각이 든다. 그 안에서 나만의 관리자의 모습을 그려보고 그와 닮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조직생활을 지혜롭게 살아가는 이정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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