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은 호수요,

2023.05.20

by 작가님





S#3. 주말 오전, 석촌 호수


햇살과 구름이 적당한 주말 아침,
석촌 호수에 갔다.








문화예술공간 호수에서
미술 전시회를 보고 있는데
초록초록 싱그러운 자연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








그림 같은 자연과
자연 같은 그림을 보고 있자니
캔퍼스의 경계가 사라진 듯하다.







햇살을 가득 안아 활짝 핀 꽃처럼
나도 충만한 느낌이 갖고 싶어
발걸음을 옮긴다.




석촌 호수 길을 걷는다.

바람도 적당하고 그늘도 있어

상쾌하고 싱그럽다.



나뭇잎에 드리워진 햇살이

무대 위 조명 같다.

구름에 따라 꺼졌다 켜졌다 한다.






건너편에 보이는 놀이동산은
동심을 모아 만든 섬처럼 두둥실 떠있다.


예전엔 몰랐다.
꿈도 추억도 살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살 수 없는 것에
더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 하는지도 모른다.






수선화처럼
호수에 내 얼굴을 비춰보고 싶다.


비록 내가 원하는 모습이 아닐지라도
이젠 마주할 용기가 생긴 것 같다.







세계에서 높은 걸로 손꼽히는 타워.
아래서 올려다본모습은 조금 우스꽝스럽기도 하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모습은 어떨까?






다리 아래서 예술이 피어난다.
힙합도 그래피티도
어둑하고 습함을 먹이 삼아 자란다.


누구나에게 그런 지하실 같은 순간이 있다.
숨길 수록 드러나고
보여줄수록 치유된다.






삶이 있는 한 희망이 있다는
철학자의 말처럼
걷는 한 미래가 있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한 때는 나도

높이 올라가기 위해 고개를 쳐들었던 적이 있다.

세상 모든 게 우스워 보였는데


딱딱하게 굳은 목덜미를 보며 느꼈다.

높은 곳을 쳐다보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란 걸.







딱딱하게 굳은 줄 알았는데
말랑말랑한 새 살이 어느새 돋아 자란다.


삶이 정해져 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삶은 변화한다.






웅덩이든
시냇물이든
호수든
강이든
바다든
나를 비춰주면 그만이다.
그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목적지가 얼마나 멀리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목적지가 있다는 것
가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가끔은 이정표가
혼란스레 느껴지기도 하지만
갔다가 아니면 다시 돌아오면 된다.


처음부터 완벽한 길은 없다.







다리 밑에서
꿈이 자라고 피어난다.


웅크리고 있는 순간에도
삶은 흘러간다.







우리는 모두 우리 인생의 연주자다.
누구든 완벽하게 연주하고 싶다.


난 틀려도 예술이 되는
변화무쌍한 재즈가 좋다.






쉼 없이 30분 넘게 걸었더니

다시 처음 걸어온 길이 보였다.



그러나 그 길은 예전의 길이 아니다.

같은 듯 다른 길.

이제 두려움은 없다.





호수를 보며 걷는 게 참 좋았다.


마음이 힘들 땐
물은 찾곤 했는데
그 은은한 떨림에 안정감이 느껴졌다.







어느새 마음이
자꾸 자라서 붉게 물든다.
숨기려 해도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너구리도 만나고

도마뱀도 만나고

우연한 순간이 운명처럼 느껴진다.








#산책

#석촌호수

#내마음은호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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