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가 주도하고, 드림웍스 등이 뒤를 따라붙은 이 애니 시장 안에서...
[고장난 론]은 픽사가 선도하고, 드림웍스나 파라마운트, 20세기 폭스 등이 후진을 자처하는 근래의 3D 디지털 애니다. 배급과 디지철 스트리밍에 대한 판권은 모르나 현재는 디즈니 플러스 제공작이기도 하고, 실제 작품의 홍보에 있어 픽사와 디즈니 인력을 빌려 말하기도 하고, 아예 극 중엔 스타워즈의 다크 포스 패러디도 있으니 분위기는 나름 짐작이 가시리라. 미국과 영국의 합작, 락스미스라는 제작사가 손을 댄 작품인데, 비슷한 이야기의 작품 [넥스트 젠]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한결 보기 편한 이야기였다. 역시나 텐센트의 손길로 만들어진 [넥스트 젠]의 찜찜한 뒷맛 보다야 [블랙 미러]의 라이트 한 버전 같은 [고장난 론] 쪽이 상개적으로 준수했다.
실제로 극중 론의 기능을 대변하는 여러 장치들은 일견 영특하기는 하다. 작품은 연신 애플, 페이스북의 테크 기업들의 주력 기술을 한데 제시해준다. 소셜 미디어를 기반으로 한 친구와 인연 형성,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등의 생방송 라이브/공유 및 확산 기능, 여기에 덧붙여 잼민이 세대를 위한 킥보드 같은 간편한 운송 기능까지... 충명함과 귀여움을 동시에 겸비한 캐릭터라 하겠다. 넓게는 [ET]의 고전 낯선 친구 만들기의 모험극에서 가깝게는 근간의 정보 소외. 유명인으로의 욕구와 스트레스/정신 병리를 반영하는 맥락까지 언급하는 작품이었다.
당연히 뒤끝이 매끄럽진 않은 작품이었으나 외면의 말끔함으로 이런저런 불편함을 넘기는 극이었다. 서사 안에 기억에 남길 전투씬 하나둘로 떼우려던, [넥스트 젠] 보단 덜 찜찜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