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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병운 Feb 01. 2023

[더 메뉴]

치즈버거와 파파이스 감자 후라이 곁들여 먹고 싶더군요.

애초부터 [더 셰프]와 제목에 혼돈이 되었다. 브래들리 쿠퍼와 시에나 밀러의 작품이 그랬듯 어느 정도는 넷플릭스의 <셰프의 테이블> 같은 요식업 프로페셔널 다큐멘터리 등의 동향에 영향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음식 본 재료의 가치와 종사자의 프로페셔널리즘에 대한 경이를 표하는 연출과 더불어 [더 메뉴]는 한층 더 그런 조류에 대해 블랙 토미디와 스릴러의 음산함을 드리운다. 이런 요식업 시장의 동향에 매료된 캐릭터에게 조소를 뱉고, 이 시장에 기생하는 평단, 모던 아트 예술가에 버금가는 전문가의 인성에 대놓고 의혹을 제기하는 화법이다.


식재료로 쓰이는 골수와 뼈가 극중 붉은 피를 뿜는 희생자들의 훼손된 생명의 가치와 대입이 되기도 하고, 엔젤 투자자로 명명되는 자본의 유통자를 비유하는 요리의 코스명 중 하나는 '타락 천사'라는 질궂은 명칭으로 비유된다. 잔혹하고 얄궂은 이 참사극은 어쨌거나 재미있는 인간 진열장이기도 하다. 재기를 갈구하는 연예인은 위기에 봉착하면 자신이 '쓰레기'라고 인정하고, 아버지의 폭력 등으로 잔혹함의 원천을 키운 한 개인의 확장된 복수의 방향은 자신이 예술이라고 자처한 요리계는 물론 여러 인물들을 향해 여기저기 칼부림의 춤시위를 만든다.


궁극적으로 이 이야기의 주도자는 어떤 무소불위의 권력, 순수한 힘을 과시하고 싶었던 모양. 완전무결한 괴물 자체를 자처한 그의 내면엔 요리사라는 직업 종사자로서의 자긍시과 자신의 위치와 콜걸을 등치시키는 자기모멸이 공존해있다. 이걸 표현하는 랄프 파인즈, 이런 그에게 항변하며 맛있게 배를 채울 수 있는 '제대로 된 치즈버거'를 주문해 우걱우걱 씹는 안야 테일러 조이 모두 자기에 부합하는 이미지와 캐릭터를 보여준다. 멍청함을 유효하게 연기하는 니콜라스 홀트 등 재미있는 '일종의 배틀 그라운드' 소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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