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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병운 Jan 30. 2023

[더 퍼스트 슬램덩크]

저 역시 눈시울을 한두번 훔치게 되더군요 ㅎㅎ

1. 대개는 더빙 버전, 일본어 녹음 버전 둘 다 챙겨 보셨을 듯합니다. 어떤 쪽을 추천하시겠어요? 제가 거주하는 지역은 [개구리 중사 케로로] 극장판을 필두로 [원피스], [도라에몽],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등의 애니메이션 개봉에 있어선 더빙판에 대한 인식이 익숙한 곳입니다. 일본 쪽 성우 교체에 대한 반발이나 여러 여파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무관심한 곳이기도 하죠.


2. 음악 좋더군요. 베이스로 서문을 열고 이어지는 는 드럼의 타격감, 칼칼한 보컬과 기타 리프로 채워지는 더 버스데이의 'love rockets' 여기에 서서히 펜화로 움직이는 북산과 산왕 5인조의 등장은 참으로 유효한 연출이었어요.


https://youtu.be/CSDTtF4nFzY

3. 서태웅에게 유독 강조된 필체와 그늘진 음양은 너무 도드라져 차라리 웃음이 나왔어요. 정말 멋지더군요. 더불어 이번에 정우성이 훌륭한 선수였구나라는 깨달음도 새삼 얻었습니다.


4. 전형적인 J-작품이었어요. 매듭이 '行ってきました'-다녀왔습니다 엔딩이라니. 그들 답더군요. 아무튼 형제 서사라는 점에서 저는 눈시울 한두 번 훔치곤 했습니다. 그래도 비 내리는 도로에 바이크는 타지 말지...라는 잔소리 잡상도 잠시 들었어요.


5. 오키나와라는 곳의 돌담 같은 벽의 형태는 제주도와 흡사하더군요. 비가 자주 내리고 바람 많은 곳의 환경이라는 점에서 그런 게 닮았나 봐요.


6. 북산과 산왕의 충돌이라는 점에서 윤대협 같은 본편 인기 캐릭터에겐 상대적으로 언급이  없었죠. 지학 같은 학교명 정도라도 언급되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요. 변덕규의 무 베는 스시 칼을 저 영상으로 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더군요.


7. 덕분에 여러 이해되는 이유로 '정말 좋아합니다' 같은 대사가 누락되었다는 정도는 크게 아쉽진 않았어요. 작품이 송태섭-송준섭 형제의 얼개에 집중했거니와 그 덕에 의외로 정대만 서사가 일정 부분 강조 되었는데, 이 정도가 딱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어쨌거나 농구가 5인조 팀 배틀이라는 본질이 중요하니까요. (정대만이 송준섭 대체 형제 역할로 배치되었다면 크게 실망했을 겁니다.)


8. 기술적으로 만족스러웠습니다. 평소 카툰 랜더링 기법에 대해 불편한 인식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넷플릭스의 [고질라], [울트라맨], [볼트론] 등의 애니메이션 작품으로 인한 것이었죠. 이런 우려를 씻어준 것은 바로 도입부의 송태섭-송준섭의 농구 훈련 대목이었는데, 상대적으로 체형이나 실력상 열세인 유년 캐릭터의 묘사에서 자신들이 무슨 현실적인 기운을 작품 안에 불어넣어야 할지 인식하는 프로페셔널함이 실감 났어요. 이노우에 감독의 공헌이겠죠.


9. 대개의 시리즈 팬들이 알고 있을 예상되는 전개를 고스란히 보여주는데, 그럼에도 응원하게 되는 구성의 설득력은 실상 마법 같이 느껴졌습니다. 출판본 피날레의 흡입력을 고스란히 영상 매체를 통해 전이한 작화와 사운드 같은 기술면의 성취겠죠. 여러모로 좋은 시대에 살고 있네요.

 

10. 캐릭터들의 행보와 쿠키로 마무리되면, 남은 것은 저의 사소한 단상은 이런 시대에서 과연 향후 나올 [하이큐!! 극장판 파이널]의 어깨가 한층 무겁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점프계에서 <슬램덩크>는 <하이큐!!>는 일종의 유사 근친으로 인식되기도 했는데, 향유자의 입장에선 <하이큐!!>의 노선은 확실히 <아이실드 21> 같은 점프계 학원 스포츠 장르의 톤에 가깝더군요(그래도 좋은 작화와 몰두 있는 연출에서 <슬램덩크>와 더불어 언급되는 이유도 이해됩니다.)


아무튼 앞으로 나올 스포츠물의 성과에서 [더 퍼스트-]의 전례는 오래도록 언급이 될 듯합니다. 뜨겁고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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