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조금 머쓱했어.
좋은 영화더라. 같이 관람했던 장준환 감독의 [화이]는 좀 덜컹거리긴 해도 아무튼 부계 승계를 통한 변종된 히어로 사가의 도입부 같았지. 거기 나온 김윤석이 여기서도 주연이고 악당이네. 독재의 녹을 받은 충성스러운 멸공 몬스터. 그런 몬스터들이 즐비한 시대상의 작품이니 그들과 대립각을 세우는 공안부장 검사역의 하정우는 차라리 선역으로 보이더라. DJUNA는 한국 조폭물 서사와의 유사성을 이야기 했던데, 그 으르렁의 광경에 비추어 보자면 동감이야. 게다가 김윤석 VS 하정우니 영락없는 [추격자] REMATCH지 뭐.
아 여기엔 ([화이]의) 여진구도 출연해. 이쯤되면 장감독은 극중 잘 생긴 남자 남자 대학생 몰살자이지. 박종철에서 이한열까지 열사라는 이름의 희생자를 만들던 우리의 현대사...
그래 핵심은 박종철 - 이한열 시대를 향한 눈물겨운 시대를 향한 인사와 공감의 손짓이지. 그런데 말이지. 너도 그렇겠지만 강동원(...)의 외양을 한 남자 대학생 선배에게 가지고 있는 어렴풋한 호감을 통해 서서히 변화하는 여자 대학교 후배(김태리...)의 서사라니 그 수가 조금 교과서적이고 민망하지 않니? 난 좀 그랬어.
한편으론 이들의 활동 무대가 내학 문화 동아리인 것도 개인적으로 흥미로웠어. 당시 위장된 형태의 운동권과 만화와 영화 등의 대중문화 운동의 함수에 대해 사적 경험과 더불어 여러 연관이 되더라. 아 가장 중요한 것은 결과적으로 시대의 풍경 속에서 저항하거나 모색하거나 아무튼 움직이는건 남자라는 점이었지.
설경구, 유해진, 이희준, 김의성, 조우진 등등... 그래 출연진 하나는 수려하지. 물론 사료가 증명하듯 남자들의 현대사지만, 여성들이 독재 철폐를 높이 부르짖는 음성의 하모니와 배경으로만 좁혀 보이는 것은 좀 곤란하지 않을까. 넷플릭스를 통해 관람했어도 눈물 나올 뻔했지만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일순 난 좀 무색했어.
(공교롭게 유해진은 [택시운전사]의 광주에 이어 이번에도 엇비슷한 시대에서 존재하고 있더라. 그 마스크에서 아둔하면서도 움직이려는 시민의 얼굴을 감독들은 추출하려나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