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듯, 또 익숙한 세계관 속에서
- 이제 유혈낭자라는 4 음절의 위치를 대신할, '내장 단위의 깊숙한 해체까지 묘사할 수 있는' 더욱 잔혹한 표현의 4 음절이 나와야 할 듯하다. 작품이 그렇다. 단순히 맞아서 흘리는 정도가 아니라 신체(들)을 해체하고 으깨면서 학살 잔치를 벌인다.
- 정작 작품을 보고 떠오른 목록의 개수가 꽤나 있더라. 일단 코로나-19 정국 언급에 대해선 시의성 문제가 아니라 거의 필수불가결의 언급 수준이던 걸. 넷플릭스 안에서의 유사 역사만 보더라도 [킹덤]으로 시작해 최근의 [#살아있다]까지 닿으며, 무엇보다 태생 자체가 한반도의 웹툰이 원전이다 보니 일본 망가의 영향력을 무시 못하겠더라.("힘을 원하는가?")
그러다 보니 '그날 해가 맑아서 널"(그때부터 린치 하기로 했다.)" / "오늘은 자살해야겠다." 같은 우려스러운 중2병의 징들이 작품 도처에 즐비했다.
- 아무튼 괜찮았다. 누군가의 그 흔한 소위 '인생 드라마' 들의 라인업보다 내겐 이 솔직함이 낫더라. 여기도 영화 [반도]처럼 여전히 '군'으로 대변되는 남자들의 집단에 대해선 애초부터 불신하더군. 다른 방송계 한쪽에선 [가짜사나이]의 일군들이 한국의 군대(군인)를 믿고 신뢰하라고 말하는 시대적 광경과 대비되어 내겐 가볍게 웃겼다. 언제나 신체와 무장류로 장비해 약한 이들을 착취하고 학대하는 집단들.
그 쌓인 불신의 누적에 대한 요즘 흔한 사이다식 발산과 해소들이 있긴 하던데, 이게 마냥 후련하다고 적기엔 적잖이 찜찜하기도 한 것이 사실이다.
- 게다가 작품 안엔 tVN, JTBC의 라인업으로 대표되는 조연 일군들이 적잖이 등장한다. 올해도 그랬고 앞으로도 이 계열의 배우진들이 주도하는 '화법'과 '정서'가 이 나라 드라마 씬의 서사를 지배하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정하담 배우에 대한 처우는 도대체 저게 뭡니까...
- 한편으론 국내 작품 치고는 크리처 물 만드는 인간들 좀 신났겠다 싶었다. 한국 안에서 불길하고 기분 나쁜 것들 디자인하는 H.R.R. 기거의 후예들과 길예르모 델 토로의 친구들은 이 작업을 통해 흥이 낫겠다.
- 아무튼 이야기의 흐름을 보니 다음 시즌은 필수불가결일세. 이번 시즌에 남은 매듭과 미진한 것들을 다 풀어주는 다음 시즌이라면 난 만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