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이가 생긴 지 16주가 지나고 병원에 갔다. 산모와 아기 모두 건강한지 검진하는 목적이었지만 궁금한 것은 따로 있었다. 쑥쑥이의 성별은 뭘까. 남매가 될까 자매가 될까. 진료실에 들어가는 발걸음이 살짝 긴장됐다.
"산모 아기는 건강하고요. 여기 있어야 할 게 없죠? 왜 없을까?"
의사 선생님은 쑥쑥이의 가랑이를 초음파로 비추며 얘기하셨다.
'딸이구나!'
평소 첫 째가 딸이기에 둘째는 딸이든 아들이든 상관없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딸이라고 하니 오묘한 느낌이 들었다. 작명소에서 코코의 이름을 지을 때 둘째는 아들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그런 걸까. 아니면 딸 하나 아들 하나가 좋을 것 같다고 내심 생각했던 걸까.
"아버님 둘 다 딸이라 아쉬워요?"
"아니요~ 딸 좋아요."
평소에 사주를 믿지 않는다고 이야기하고 다녔는데, 이제는 자신 있게 말하고 다니지 못할 것 같다. 은연중에 아들일 거라고 생각했었다. 사주는 역시 믿을 게 못된다.
시간이 흐르고 당황스러움이 좀 가시고 나자 기쁜 마음이 들었다. 나는 두 딸의 아빠가 됐다. 생각해 보면 요즘 난임도 많은 데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이제 잘 키울 일만 남았다. 첫째 때와 다르게 육아를 해봐서 그런가 앞으로 어떤 난관이 있을지 훤히 보이는 느낌이다. 한 이삼 년만 고생하면 편해지겠지.
그동안은 혹시 아들일까봐 코코의 옷도 중성적인 색깔로 샀는데 이제 핑크색으로 도배해도 될 것 같다. 코코의 옷을 물려받으면 되니 새로운 옷을 사지 않아도 되고 말이다. 뭘 준비해야 하나. 아기침대, 새 젖병, 새 베개. 집에 웬만한 건 있다고 생각했는데 새로 사야 할 것들이 떠오른다.
앞으로 태어날 둘째가 기다려진다.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