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있다구요? _ 육아일기 (D + 574일)

by 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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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산부인과에 가는 날이다. 병원에서는 2주 전에 오라고 했지만 둘째라 그런지 크게 걱정이 되지 않았던 우리는 한 달 만에 병원을 찾았다. 어느덧 31주 차에 접어든 둘째. 그동안 별일이 없었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초음파를 시작했다. 그런데 웬걸. 시작하자마자 의사 선생님이 탄식하듯 이야기했다.


"애가 거꾸로 있네요?"

"네?"


아내와 나는 당황했다. 거꾸로 있으면 어떻게 되는 거지? 뭐가 잘못되는 건가? 의사 선생님은 천천히 설명을 시작했다.


"만약에 이 상태로 계속 지속이 되면 36주쯤 해서 제왕절개 수술 날짜를 잡아야 합니다. 산모님은 아이가 자세를 바꿀 수 있도록 고양이 자세를 하루에 30분씩 해주세요."


코코를 자연분만으로 낳은 아내는 제왕절개는 하기 싫다며 열심히 노력해 볼 거라고 했다. 나는 아내를 응원해 줬지만 결국 쑥쑥이가 돌지 않아 제왕절개를 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흔히들 자연분만은 일시불, 제왕절개는 할부에 비유하곤 한다. 출산에 힘듦이 100이라면 자연분만은 한 번에 100을 겪고, 제왕절개는 며칠에 나눠서 100을 채운다고 말이다. 자연분만을 하면 그날 바로 걸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회복이 빠르지만 제왕절개는 며칠간 끙끙 앓아야 한다. 입원한 산모를 보면 한눈에 자연분만을 한 산모인지 제왕절개를 한 산모인지 알 수 있었다. 링거를 꽂고 천천히 걸어가면 제왕절개를 한 산모였다.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아본 산모는 자연분만보다 제왕절개가 더 낫다고 하고, 자연분만으로 아이를 낳은 산모는 그 반대라고 이야기한다. 아내는 후자에 속하므로 자연분만을 하고 싶어 했다. 자연분만과 제왕절개 중 뭐가 힘든지 굳이 알고 싶지 않다면서 말이다. 난 산모와 태아 둘 다 무탈하게만 나왔으면 좋겠다. 자연분만이던 제왕절개던 말이다.


이제 쑥쑥이가 태어날 날이 두 달도 안 남았다. 두 번째 겪는 거라 익숙해질 만도 한데 앞으로 아내와 내가 어떤 고생을 할지 눈에 훤하니 약간 막막하기도 하다. 가장 걱정인 건 아내가 겪을 출산의 과정이다. 고통도 심하고 몸도 많이 망가진다. 내가 대신해 줄 수도 없기에 뭔가 죄인이 되는 느낌이다. 출산의 힘든 고비를 넘기더라도 배꼽이 떨어지고, 밤잠을 자기 시작하고, 뒤집고, 이유식을 먹이고... 넘어야 할 관문이 수두룩이다. 둘째가 돌정도 될 때까지는 버겁지 않을까.


요즘 들어 아내는 생각이 많아 보인다. 몸이 무겁고 신체적으로 힘들어지니 마음도 약해지는 것 같았다. 아내를 좀 더 살뜰히 챙겨야 하는데. 머리론 알아도 회사 핑계, 육아 핑계에 아내를 서운하게 하는 일이 종종 생긴다. 가장 힘든 건 둘째를 품고 있는 아내일 텐데. 아내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게 부족하다. 반성하자.


잠들기 전 아내가 고양이 자세를 하고 있다. 팔꿈치와 무릎을 바닥에 대고 엉덩이를 높이 들어 올려 쑥쑥이가 움직이기 수월하도록 공간을 만들어 주기 위함이다. 배도 불러있는데 30분 동안 부동자세로 있어야 하는 아내가 안쓰럽다. 아내의 마음이 편해지게끔 거꾸로 있는 쑥쑥이가 어서 돌아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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