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게 보여 _ 육아일기 (D + 582일)

by 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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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를 뒤적거리다 전에 방영했던 1박 2일이라는 프로그램이 추천목록에 있는 걸 봤다. 많은 영상 중에서도 야구선수 박찬호가 자신의 모교인 공주중학교로 찾아가는 에피소드를 클릭했다. 예전에 봤던 편이지만 다시 봐도 재미있었다. 그렇게 30분짜리 영상을 쭉 보게 되었다.


야구선수 박찬호는 1박 2일 팀과 함께 자신의 모교인 공주중학교를 찾아간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 사실을 밝힌 것은 아니다. 박찬호는 카메라맨으로 위장하고 강호동, 김C, 은지원 등이 야구공을 던지고 받는 것을 찍는다. 한참 동안 야구를 체험하다가 강호동이 스태프 중에도 전에 야구 선수를 했던 사람이 있다며 소개한다. 박찬호는 카메라를 내려놓고 야구공을 던진다.


처음엔 일부러 잘 못 던졌다. 두세 개의 공을 던지니 야유가 쏟아져 나왔다. 박찬호의 공을 받는 것이 소원이라던 포수는 약간 허탈한 웃음을 짓는다. 그 순간 박찬호가 진심을 다해 공을 던지고 포수는 깜짝 놀란다. 예사롭지 않은 공을 몇 개 주고받고 나자 아이들이 공을 던지는 사람을 의심한다. 그 순간 박찬호는 모자를 벗고 아이들은 환호한다.


전에 봤을 땐 몰래카메라를 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야구 꿈나무들과 코치들을 속이는 것 말이다. 다시 영상을 켜면서도 그 재미를 기대했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른 게 보였다. 모자를 벗는 박찬호를 보는 아이들의 눈빛. 그 눈빛을 보곤 여운이 크게 다가왔다.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이 좋았다. 신기한 것을 본 코코와 같은 눈빛 말이다.


아들 같아서 라는 말이 와닿았다. 야구부 아이들이 내 아들 같았다. 아이들이 기뻐하니 나도 기뻤다. 이 에피소드를 봤던 대학생 때는 느낄 수 없었던 감정이었다. 아이를 낳으면 세상의 중심이 달라진다더니. 그걸 예능을 보면서도 느낄 줄이야.


세상을 사는 사람의 많은 수가 누군가의 어머니 아버지이다. 성인이 되고 나서 세상을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를 낳고 보니 또 다른 세상이 보인다. 부모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 어느새 나도 그들과 같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나도 어쩔 수 없는 부모가 되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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