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가 열이 난다. 주말에 미열이 있는 데도 외출을 한 게 잘못이었다. 하루 종일 밖에 있었으니 컨디션이 좋을 리가 없었다. 급히 해열제를 먹였지만 약효가 떨어질 때쯤이면 어김없이 온도가 올라갔다. 39.9도. 처음 40도 가까운 열이 났을 땐 난리가 났었지만 지금은 전보다 침착하게 행동한다. 그렇다고 마음까지 편해진 건 아니다. 걱정이 되어 수시로 열을 재본다. 그나마 열이 나는 것 빼곤 컨디션이 나쁘지 않아 다행이었다.
월요일 아침이 되어 체온을 다시 쟀는 데도 열이 떨어지지 않았다. 휴가를 낼까 고민했지만 밀린 일이 있어 일단 출근을 했다. 회사 컴퓨터를 켜고 일정을 정리하는데 코코의 열이 떨어진 것 같다는 아내의 문자에 마음에 짐이 가벼워졌다. 그렇게 한참을 일하고 있는 데 아내가 다시 열이 올랐다며 퇴근할 때 해열제를 사다 달라는 메세지를 보냈다. 마침 급한 일은 마무리되어 상사에게 휴가를 쓰겠다고 이야기했다.
별말 없이 보내주는 상사에게 마음속으로 고마움을 느끼며 사무실을 나섰다. 막히지 않는 퇴근길. 평소 같으면 집에 갈 생각에 설렜겠지만 지금은 구름이 낀 흐린 마음뿐이다. 집에 도착해 보니 코코가 울고 있었다. 살짝 상기된 얼굴은 짜증이 가득했다. 우리는 이런 상태를 컨디션이 무너졌다고 이야기한다. 컨디션이 무너지면 코코도 괴롭지만 우리도 힘들다. 폭발하는 짜증을 아내와 내가 온전히 감내해야 한다. 당연한 일이지만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평소에는 이러다가 아내와 싸운 적도 많지만 오늘은 그럴 시간도 없다. 서둘러 옷을 입히고 병원으로 향했다. 대기자가 많은지 직접 접수밖에 되지 않는다. 오래 기다려야 하려나. 병원에 도착해 보니 아픈 아이들이 많다. 최소 30분은 기다리라고 한다.
병원에서 대기하는 시간은 참 애매하다. 코코가 자유롭게 돌아다니도록 풀어놓을 수도 없고 짜증 내는 코코를 안고 바람을 쐬고 오기도 어렵다. 어른들에겐 충분한 공간일 대기실이 답답하게 느껴진다. 마음대로 행동할 수가 없는 아이들은 칭얼대기 시작한다. 코코의 이름이 불리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릴 뿐이다.
마침내 진료가 시작되고 의사 선생님은 코코의 이곳저곳을 살펴본다. 목과 코가 좀 부어있다고 한다. 일단은 바이러스 감염이 의심이 되고 이틀이 지나도 열이 떨어지지 않으면 병원을 다시 방문하라고 했다. 약을 타는데 약사가 내역을 보니 심한 상태가 아니라고 한다. 집에 있는 해열제 복용법을 꼼꼼히 물어보고 집으로 향한다. 혹시나 큰 병일까 조렸던 마음이 풀어진다. 원인을 알았으니 약만 잘 먹으면 낫겠지.
어린이집을 보내지 않은 월요일. 둘째를 임신한 아내가 힘들어한다. 하루 종일 코코랑 붙어 지내느라 진이 빠진듯하다. 그나마 오늘은 내가 휴가를 쓸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아내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러다 걱정에 빠졌다. 나중에 둘 다 직장생활 중에 아이들이 아프면 어쩌지? 어린이집에 갈 수 없는 아픈 아이들을 휴가를 쓰고 돌봐야 하나. 일이 바빠 휴가를 내기 힘들면. 그땐 어떡해야 하지? 답이 없었다.
'이래서 한 명이 일을 그만두는구나. 도와주는 사람이 없으면 헤쳐나가기가 힘들구나.'
막막한 미래에 마음이 무겁다. 잘 해낼 수 있겠지? 새로운 어려움이 생길 때마다 자신감이 떨어지는 것 같다.
그래도 이겨내야지.
부모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