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자주 모이는 처갓집 모임이 부담스러웠던 적이 있다. 이삼주에 한 번씩 모이다가 일이 몰리면 매주 보기도 했었다. 내 본가 모임은 서너 달에 한 번 모일까 말까 한데. 아직은 어색한 처갓집 식구들을 자주 본다는 게 항상 반갑지만은 않았다.
친구 중 한 명은 그래서 정확하게 반반 나눠 모임을 가진다고 했다. 얼핏 공평해 보이지만 조금 생각해 보니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사랑하는 가족이지만 각 집의 분위기도 다르고 상황도 다를 텐데 무 자르듯 횟수를 반반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한참 그렇게 따라다니다 아내와 이 부분에 대해 대화한 적이 있다. 가족들끼리 모이는 것이 좋은 게 맞고 다들 잘 대해주시지만 너무 자주 보는 건 부담스럽다고 말이다.
인터넷에서 시부모님이 명절을 제외하곤 따로 약속을 잡지 않는다고 자랑하는 며느리의 글을 본 적이 있다. 서로 잘 되길 바라고, 가족의 정이 있어도 각자의 삶을 존중해 약속을 최소화한다고 말이다. 개인시간이 중요한 나는 이 글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책도 읽고 예능도 보며 소파에 늘어져 있고 싶었는데 갑자기 약속이 잡혀 시간을 보내고 집에 돌아오면 주말이 순식간에 지나간 느낌이었다.
그래도 군말 없이 따라다녔다. 가족 모임이니까. 특히 장모님이 이렇게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하셨는데 아내와 내가 쏙 빠지면 서운해하실 것 같았다.
하지만 이러한 의무감은 코코가 태어나자 스르르 사라지게 되었다. 육아에 치일 때 장모님의 방문은 마른하늘에 단비 같았고, 주말에 세 식구가 하루종일 집에 있는 것보다 처갓집 식구들과 같이 시간을 보낼 때 코코의 표정은 더욱 밝았다. 요즘은 처조카들에게 언니! 언니! 이렇게 부르며 계속 쫓아다닌다. 심지어 나와 아낼 찾지도 않고 재미있게 논다. 여러 사람이 돌봐주니 벅찬 육아에 지치다 한숨 돌리는 느낌이 들었다.
코코에겐 부모의 사랑이 필요하지만 여러 가족의 애정 어린 보살핌 또한 필요하다. 매일 마주하는 부모와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코코에게 따뜻한 관심을 표하는 대가족 또한 없어서는 안 될 관계이다. 한 명의 청년이 자라는 데 하나의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실감 난다. 코코는 다양한 사람과 부대끼며 지내야 성장할 수 있다.
요즘은 처갓집 모임이 기다려진다. 곗돈으로 맛있는 것도 사 먹고, 코코도 좋아하고, 진심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아기가 태어나면 가족중심이 된다는 게 우리 세 식구만을 의미하는 게 아닌 것 같다. 코코가 할미, 할비, 이모, 이모부, 삼촌, 언니를 좋아하니 자주 보게 되고, 코코가 신나게 놀며 웃으니 나도 웃게 된다.
그렇게 가족을 만나면 더 웃게 된다. 코코 덕분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