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처음으로 둘째를 만나러 가는 날이다. 5박 6일간 입원한 아내가 퇴원하고 내가 픽업해서 둘째와 함께 조리원으로 갈 예정이라 아침부터 마음이 분주했다. 첫째가 깨워 일어나 보니 8시 반. 서둘러 어린이집 등원 준비를 했다. 고구마, 식빵, 귤로 간단히 아침을 줬다. 다른 걸 준비하느라 먹여주지 않았더니 첫째는 먹는 둥 마는 둥 한다. 전엔 씻지도 않고 후드를 뒤집어쓰고 첫째를 등원시켰는데 오늘은 오랜만에 아내를 보는 날이니 씻어야 한다.
9시 20분. 따뜻하게 입힌 첫째와 함께 집을 나선다. 정신없이 준비해서 그런지 집이 엉망이다. 걸음이 더딘 첫째를 번쩍 안아 들고 어린이집에 도착했다. 어린이집 선생님이 먼저 이야기를 꺼낸다.
"오늘 둘째 보러 가시겠네요?"
첫째를 등원시키고 바로 병원에서 조리원으로 같이 갈 거라고 선생님께 이야기하며 첫째에게도 이따 하원하고 조리원에 엄마를 보러 갈 거라고 말했다. 내가 한 말을 들은 건지 만 건지. 첫째는 나와 인사하자마자 어린이집으로 쌩 하고 들어갔다. 엄마가 없어도 잘 지내는 것 같아 다행이었다. 집에서도 어린이집에서도 말이다.
10시까지 병원에 와달라고 했기에 분주히 병원으로 향했다. 긴장된 마음으로 입원실에 가자 아내가 짐을 다 싸고 기다리고 있다. '여기가 아내가 6일 동안 있었던 곳이구나.' 병원 내부는 깔끔했으나 아내는 6일간 답답했다고 했다. 몸은 어떠냐고 물으니 아내는 퉁퉁 부은 얼굴로 그래도 회복이 빠른 편이라고 했다. 다행이었다. 힘들었겠지만 생각했던 것보다는 몸을 움직이는 게 자연스러워 보였다. 집에서 첫째 돌보느라고 고생이라는 아내의 말이 참 예뻤다.
긴장되는 마음으로 신생아실로 갔다. 바구니 카시트를 간호사님께 들려 보내고 잠깐 기다리자 둘째가 나왔다. 아내에게 사진을 받았을 땐 예쁘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는데 직접 보니 사진빨이 안 받았을 뿐이었다. 예쁘고 귀여웠다. 이렇게나 작다니! 첫째가 많이 자라서 신생아에 대한 감이 사라졌었는데 3킬로 남짓한 아기의 몸은 정말 작았다. 이 아이의 앞날을 나와 아내가 책임져야 한다니 어깨가 무거웠지만 괜스레 기분이 좋았다. 가족이 완성된 느낌이 들어서일까.
조심스레 운전해서 조리원에 도착했다. 둘째가 곤히 잠든 채로 와줘서 고마웠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조리원으로 들어갔다. 둘째는 바로 신생아실로 들어갔고 나와 아내, 그리고 조리원 실장님은 아내가 10일 동안 지낼 방으로 향했다. 아담한 사이즈의 1인실이었다. 화장실, 침대, TV, 탁자 등이 있어 아내가 지내기엔 적당해 보였다. 신생아용 침대가 있었는데 모자동실 할 때 신생아를 이곳에만 눕혀놓아야 한다고 했다. 우리가 사용하는 침대에 두면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면서 말이다. 이런저런 주의사항을 듣고 나서 실장님이 둘째를 방으로 안고 들어오셨다. 옷과 기저귀를 갈아입히며 둘째의 건강상태를 체크하셨다. 다행히 특이사항은 없다고 했다. 기저귀를 갈아입히는데 둘째의 앙상한 다리에 눈이 자꾸 갔다. 첫째도 그랬다. 다리에 살이 없었는데 몇 주가 지나고 나서야 통통하게 살이 올라왔었다. 이번엔 그래도 경력자라 그런지 불안한 마음은 들지 않았다. 앞으로 닥칠 육아폭풍을 알고 있어 마음의 준비를 할 뿐이었다.
짐이 정리되자 나는 일단 첫째를 데리러 집으로 향했다. 시간이 좀 남아 집을 정리하고 어린이집으로 가자 첫째가 웃으며 나왔다. 첫째에게 엄마 보러 가자~라고 이야기하니 엄마! 엄마! 하며 따라 한다. 며칠간 못 봤을 엄마를 보러 간다고 하니 얼굴에 기대가 가득하다. 주차장에 도착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한 손엔 많은 짐, 다른 손엔 첫째의 고사리 손을 붙잡고 아내의 방을 노크했다. 문이 열리고 첫째를 보자마자 아내는 눈물을 펑펑 쏟아낸다. 첫째가 너무 보고 싶었다며 꼭 안고 흐느꼈다. 찡했다. 일주일도 되지 않았는데 저렇게 마음이 아플 정도로 보고 싶었다니. 역시 엄마는 다르구나 싶었다. 아빠와는 다른 감정의 깊이가 느껴졌다.
첫째는 처음에 어색해하다가 금방 적응했다. 방 안을 둘러보고 침대 위로 올라가고 TV리모컨도 가지고 놀았다. 저녁이 도착하자 세 식구가 모여 조리원 밥을 먹었다. 이 조리원에서는 아기 밥은 요청만 하면 추가비용 없이 밥과 국을 따로 챙겨주셔서 첫째까지 넉넉하게 먹을 수 있었다. 역시는 역시. 첫째는 조리원에서도 밥을 잘 먹었다. 국에 밥을 말아 국그릇이 바닥날 때까지 미역국을 떠먹었다. 너무 많이 먹은 것 같아 숟가락을 뺏으려 하면 성질을 부렸다. 결국 다 먹게 둘 수밖에. 과식을 한 게 아닌가 걱정됐지만 방안을 와다다다 거리며 잘 뛰어다닌다. 정말 잘 먹는 것 같았다.
7시가 모자동실 시간이라 첫째와 집으로 갈 준비를 했다. 오랜만에 만난 엄마인데 첫째가 먼저 가방을 챙기고 엄마에게 안녕이라고 해 나는 의도치 않게 크게 웃어버렸다. 아내와 나는 코미디 같다고 했다. 일주일 만에 본 엄마를 두고 저렇게 밝게 작별인사를 하다니. 첫째를 보낼 생각에 눈이 퉁퉁 부어있는 엄마와 다르게 첫째는 집에 가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자기 물건이 없어서 그런가. 계속해서 가자! 가자! 를 외치는 첫째는 참 해맑아다. 아내는 첫째가 아무렇지 않아 하는 게 마음 아프다고 한다. 엄마 없이도 잘 지내길 바랐는데 막상 너무 잘 지내니 속상한 마음이라고 말이다. 나도 의외였다. 어린이집에서 기대에 찬 얼굴을 한 첫째였는데. 이렇게 작별이 쉽다니 말이다.
첫째를 카시트에 태우고 집으로 향했다.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첫째가 엄마를 부르며 오열하기 시작한다. 조리원을 나설 때는 집에 간다기에 별생각 없이 인사를 했다가 막상 차에 타니 엄마의 부재가 느껴진 것 같았다.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아 아내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 핸드폰 저편에 엄마 목소리가 들리니 첫째가 진정하기 시작한다. 아내는 자기를 찾는 첫째를 보며 내심 기분이 좋아 보였다. 아내의 목소리를 들으니 첫째의 해맑은 작별 인사에 상한 마음을 멀리 날려 보낸 듯했다.
집에 도착한 첫째는 옷을 갈아입고 씻고, 뒹굴거리다 잠들었다. 다만 그동안은 자면서 엄마를 찾지 않았는데 오늘은 엄마를 부르며 잠들었다. 오늘 엄마를 만나고 나니 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커진 것 같았다.
나도 금방 자려고 누웠지만 첫째와 둘째 생각에 잠이 쉽게 들지 못했다. 엄마가 없이도 잘 지내는 첫째가 고마웠고 태어난 지 며칠 안된 둘째의 예쁘고 귀여운 모습이 아른거렸다. 아직 난 어린것 같은데 어느새 두 아이의 아빠라니. 세월 참 빠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