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가 태어나고 두 번째 주말. 처형네가 첫째를 봐줘서 조리원에서 하루를 지냈다. 오전 11시쯤 해서 첫째를 데리러 갔는데 첫째는 밝은 얼굴로 날 맞아 주었다. 어제랑 오늘 아침 첫째는 이모와 언니들과 재밌게 놀았다고 한다. 밤에 자다가 좀 깨긴 했지만 내가 재워도 이 정도는 깨니 처음으로 엄마 아빠가 아닌 다른 사람들과 보낸 하룻밤은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집에 도착해서 간단히 짐을 정리하고 바로 첫째를 데리고 뽀로로파크로 갔다. 두 시간 동안 자동차 타기, 볼풀장에서 공 던지기 등 재밌게 놀아주고 아내와 둘째를 만나러 조리원으로 향했다. 첫째가 좀 졸려 보였지만 주말에 낮잠을 재우지 않는 경우도 많았기에 '그냥 오늘은 밤잠을 좀 일찍 재우면 되지~' 하고 가볍게 생각했다.
조리원의 저녁시간. 기본 석식에 배달시킨 죽을 먹으려고 하는데 첫째가 투정을 부린다. 처음엔 의자에 앉길 거부하더니 다음엔 뭐를 해준다고 해도 다 싫다고 하며 목놓아 운다. 난감했다. 이 조리원에 우리만 있는 게 아닌데 이렇게 시끄럽게 울다니. 다른 산모들이 편히 휴식을 취하지 못하는 데다 신생아들이 코코의 우는 소리를 듣고 곤히 자던 잠을 깰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졌다.
점점 화가 났다. 첫째는 울음을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아내와 나는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내가 아내에게 말했다. 일단 내가 먹던걸 마저 빨리 먹고 코코를 데리고 집으로 가겠다고 말이다. 아내는 내키지 않아 했지만 이 방법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었기에 동의했다. 허겁지겁 식사를 마무리하고 급히 짐을 싼 후 첫째를 들쳐 안았다. 첫째는 내가 방문을 나가려 하자 엄마~ 엄마~ 하며 더 큰 소리로 울었다.
아내가 이대로는 도저히 못 보내겠다고 한 번만 더 달래 보겠다고 했다. 하지만 첫째는 울음을 그치지 않았고 아내는 곧 눈물이 터질 것 같은 얼굴로 첫째에게 잘 가라고 인사를 했다.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첫째를 차에 태웠다. 나도 마음이 아팠지만 다른 산모들에게 더 이상 피해를 줄 수 없었다. 집에 데리고 가면 첫째가 울더라도 남 눈치 보지 않고 천천히 달랠 수 있었다.
첫째는 집에 가는 차 안에서도 계속 울었다. 운전을 하는 데 정신이 없어 이러다 사고가 나겠다 싶어 천천히 차를 몰고 집으로 향했다. 첫째는 집에 거의 다 와서 울다 지쳐 잠들었다. 주차를 하니 5시 45분. 첫째를 깨우려다 이 삼십 분 정도만 재우기로 하고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아내는 울면서 전화를 받았다.
내가 조리원을 나간 후 실장님이 아내의 방문을 두드렸다고 한다. 아내는 울고 있어 문을 열어주기 싫었는데 실장님이 계속 노크를 해서 결국 열어주니 실장님이 아기가 울더라도 엄마 앞에서 달래야지 이렇게 보내면 트라우마가 생길 수도 있다며 얼른 남편에게 전화해서 코코를 데리고 오라고 말하랬단다. 아내는 내가 고집이 세서 전화하더라도 올 사람이 아니라 하지 않았다고 했다.
아내는 그래도 첫째가 울음을 그치고 잠들어 다행이라며 첫째를 집으로 데리고 가면 오늘 일은 별일 아니라고, 다음에 엄마 보러 가면 된다고 말해주라며 전화를 마무리했다.
전화를 끊고 울다 잠든 첫째를 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첫째가 피곤해서 운 것도 있지만 엄마를 보지 못해서 받은 스트레스가 상당한 것 같았다. 평소에는 아무리 피곤해도 달래주면 좀 이따 울음을 그치는데 오늘은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그동안 첫째가 엄마가 없어도 잘 지낸다고 생각했는데 어린 첫째가 괜찮을 거라고 쉽게 판단한 것 같다. 어린이집에서 말하길 첫째는 어떤 자극이 오면 바로 반응하지 않고 일단 참는 다는데 엄마를 보지 못해 받은 스트레스도 일단 참았지만 결국 이렇게 터지고 말았다.
잠을 깨워 집에 올라가자 첫째는 다시 울었지만 곧 그쳤다. 저녁을 먹이고 책을 읽어주자 기분이 좋아졌는지 방끗방끗 웃었다. 기분 좋아진 첫째와 영상통화를 하자 아내는 안심이 된 표정이었다. 곧 첫째를 재우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나는 세심함이 부족하다. 두 딸의 아빠로서 더 섬세하게 아이의 기분을 케어해야 하는데 거칠게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오늘 같은 경우도 좀 더 조리원에서 달랬어야 했다. 당장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첫째를 감정적으로 더 힘들게 하고 말았다. 다음엔 더 조심스럽게 행동해야지. 쉽지 않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