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이 왔다. 둘째가 집에 오는 날 말이다. 여러 가지가 긴장이 된다. 내가 한 청소에 아내가 만족할지, 혹시 내가 빠트리고 준비 못한 육아용품이 있는지. 가장 긴장되는 것은 첫째가 둘째를 처음 만나 어떤 반응을 보일지이다. 첫 째가 둘째를 처음 볼 때의 스트레스는 바람난 배우자가 불륜상대를 데리고 온 것과 같은 정도라고 한다. 정말 상상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이라던데 첫째가 잘 이겨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심한 경우 첫 째가 둘째를 때리는 일도 있다고 하니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어머니께 둘째를 돌봐달라고 부탁하고 아내와 첫째를 하원시키러 어린이집으로 갔다. 아내는 하원하는 첫째를 보자마자 눈물을 흘린다. 엊그제도 첫째를 보기는 했지만 2주 만에 보는 첫째의 일상이라 그런지 감회가 남다른 것 같았다. 담임 선생님, 원장 선생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 후 첫째를 안고 집으로 향했다.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현관문을 여니 어머니가 첫째를 반겨준다. 할미! 할미! 하며 반가움을 표시하던 첫째는 곧 거실에 있는 둘째를 보고 눈빛이 흔들린다. 낯선 상황이다. 모두 긴장한 채 첫째를 바라봤다. 우두커니 서있는 첫째에게 선물을 건넨다.
"첫째야~ 둘째가 준비한 선물이야~"
첫째에게 둘째에 대한 인상을 최대한 좋게 심어주려고 준비한 뇌물이었다. 첫째는 한두 번 둘째를 쳐다보더니 장난감에만 관심을 갖는다. 뽀로로 생일축하 케이크 장난감. 초 부는 것을 좋아하는 첫째에게 안성맞춤인 장난감이었다. 첫째는 장난감 포장을 뜯어달라고 했고 우리가 둘째로 관심을 환기시켜도 장난감에만 집중했다. 한참 뒤 둘째를 가리켜 아가! 아가!라고 소리칠 뿐이었다.
첫째가 둘째를 처음 본 날은 겉으로는 큰 사건 없이 지나갔다. 둘째에게 분유를 줄 때도, 목욕을 시킬 때도 관심을 갖긴 했지만 질투로 보긴 힘든 반응을 보였다. 물론 큰 호감도 보이진 않았다.
다음날 첫째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키며 담임선생님께 첫째가 질투하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했더니 선생님께선 이제 시작이라고 하셨다. 하루 가지곤 모른다고 말이다. 더구나 외부 자극에 바로 반응하지 않고 한 번 삭히는 경향이 있는 첫째에게 질투의 감정을 표출하는데 하루는 짧았다. 출산하러 간 아내의 부재에 대한 반응도 서너 일이 지나서야 나타나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걱정이 된다. 첫째가 둘째를 동생으로, 새로운 가족으로 잘 받아들여야 할 텐데.
아내와 나의 행동이 더 중요해진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