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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진 Jun 25. 2024

배밀이가 늦다 _ (D + 864일, D + 239일)

육아일기


#1 


 어느새 둘째가 8개월이 되었다. 현재 둘째는 바닥에서 몸을 잘 뒤집어 가며 놀고 꽤 오랜 시간 동안 앉아있는다. 근데 발달이 좀 느린 편이다. 이쯤 되면 배밀이를 하고 기어야 하는데 말이다. 


 발달검사 때 의사 선생님께서 성장이 빨라 몸이 큰 아이는 신체를 움직이는 발달은 좀 느릴 수 있다고 했지만 맘이 편하지 않다. 첫째도 성장이 빨라서 그런지 대근육 발달이 느려 또래보다 늦게 기고 늦게 걸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첫째 때 역류방지쿠션에 오래 두어서 발달이 느렸다고 생각해 둘째는 신경 써서 터미타임도 시키고 바닥에서 키웠는데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조바심이 난다. 


 생각해 보면 병이 있지 않은 이상 못 걷는 사람은 없으니 결국 언젠간 다 걷게 될 건데 괜한 걱정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지만 내 자식이라 그런지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신체적 발달이 느렸던 첫째는 말이 빨랐다.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면 표현이 좋아 비슷한 개월대의 부모가 듣다가 깜짝 놀란 적도 있었다. 둘째도 별 탈없이 잘 컸으면 좋겠다. 첫째처럼 말도 잘하면 더 좋고 말이다. 


 #2 


 요즘 첫째는 기저귀를 떼고 있다. 몇 번 기저귀를 떼고 팬티를 입히려 했었는데 첫째의 거부로 미뤄졌다가 어느 날 갑자기 어린이집에서 팬티를 입는 친구를 보곤 자기도 어린이집에 입고 가겠다고 해서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금요일 하원하고부터 아내와 나는 굳은 결심을 했다. 온 집안에 똥오줌이 묻더라도 각오하겠다고 말이다. 금요일은 팬티에 쉬하기도 하고 자면서도 이불 곳곳에 볼일을 봤는데 토요일부터는 눈에 띄게 좋아졌다. 낮에 쉬는 우리한테 말해서 거의 변기에서 해결했고 밤에도 볼일을 보지 않아 이불이 깨끗했다. 아내는 오줌이 묻은 요를 빨며 막막해하다가 토요일에 말끔한 요를 보고 싱글벙글했었다. 


 그런데 대변을 가리는 건 쉽지 않은 것 같았다. 기저귀를 채워달라고 이야기하거나 팬티에 그대로 해결하는 경우도 많았다. 응가가 마렵다고 해서 변기에 앉히고 동화책도 읽어줬지만 다시 괜찮다고 하며 내려오기 일쑤였다. 그러다 다시 팬티에 대변을 보는 게 반복되었다. 


 거기에 엊그제부턴 밤에 소변을 보는 일이 잦아졌다. 아내는 몇 번 더 이불빨래를 하다가 어느 정도 타협을 하기로 결론을 지었다. 자기 전에는 기저귀를 채우고, 응가가 마렵다고 하는데 변기에 앉기 싫다고 하는 경우에도 기저귀를 채우는 것으로 말이다. 유튜브를 찾아보니 전문가들도 밤에 쉬를 하는 건 낮에 쉬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라는 의견이 있어서 단계적으로 가기로 했다. 


 기저귀를 떼는 게 참 쉽지 않다.  


 보통 주말에 차를 태워 첫째와 함께 나가는데 기저귀를 차지 않으니 나가는 게 부담스럽다. 혹시 차에서 쉬를 하면 뒷감당할 생각에 아득한 느낌이 든다.  

 말도 조심해야 한다. 저번에 첫째와 같이 욕조에서 목욕하다가 첫째가 욕조 물에 쉬를 했는데 물이 지지가 됐으니 목욕을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가 아내에게 주의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아이가 소변을 봤을 때 부정적인 코멘트를 하면 아이가 팬티를 거부하고 기저귀로 돌아갈 수도 있다고 말이다. 


 물론 아내가 제일 고생이다. 


 첫째가 화장실을 갈 때 심리적으로 더 가까운 엄마를 찾고 이는 바닥에 쉬를 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이불에 볼일을 보면 요를 다시 빨고 건조기를 돌리는 과정이 추가된다.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은 아내가 더 힘들 수밖에 없다.  

 더 적극적으로 같이해야 하는데 회사일이 힘들다고 좀 뒤로 빼는 경향이 있는 요즘이다. 조금 더 신경 쓰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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