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
육아휴직을 했다. 앞으로 1년 4개월간 회사를 가지 않아도 된다. 아내는 4개월 정도 나와 동시 육아휴직을 하고 회사에 복직한다. 이상한 기분이다. 10년 가까이 다닌 회사를 나가지 않아도 된다는 게. 물론 육아를 해야 하기에 노는 시간인 것은 아니지만 돈을 벌기 위해 무언갈 해야만 하는 의무감이 가벼워졌다는 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만큼 육아에 대한 책임감은 더 무거워졌다. 아내가 복직을 하게 되면 육아와 더불어 대부분의 집안일을 내가 해야 된다. 다행인 건 요리가 부담스럽지 않다는 점. 맛있게 만드는 건 또 다른 문제지만 말이다.
처형네 가족을 보면 형님이 육아휴직을 할 때는 아이들이 아빠만 찾았다고 한다. 그전엔 엄마만 찾던 아이들이 내게 더 의지할 생각에 살짝 뭉클한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부담스럽기도 하다. 그동안은 엄마 옷 입혀줘, 엄마랑 씻을래 라는 말을 들을 때 한 발짝 물러났었다. 억지로 내가 하려 해도 아이들이 거부하니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젠 뒤로 물러날 수 없게 되었다.
경제적 문제도 걸림돌이다. 나라에서 지원금을 주지만 회사에 다니는 것만 못하다. 내가 집에 있으니 식비도 더 많이 들겠지. 우리 집 '가장'인 아내가 내 휴직으로 경제적 타격이 크다며 툴툴대지만 나는 이 육아휴직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아빠와 더 친숙해지고 좀 더 안정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 말이다.
누군가는 차라리 회사에서 일하는 게 육아보다 편하다고 한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주말에 하루종일 아이들을 돌봐야 한다면 힘에 부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둘째도 내년엔 어린이집을 갈 테니 평일엔 여유시간이 좀 생길 것 같다. 물론 형님 말로는 그 시간도 집안일을 하면 금방이라고 한다.
아이들이 커나가는 것을 보면 하루하루, 한주 한 주가 다르다. 첫째는 신체적 성장이 좀 둔해졌지만 말의 표현력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고, 둘째는 엊그제 기었던 것 같은데 이제 곧 걸을 것 같다. 아이들이 없었다면 일 년, 이년, 시간이 가는 게 크게 다를 것이 없을 것 같은데, 육아를 하니 매해 새롭고 정신없이 보낸다.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달까.
내가 복직할 때쯤이면 둘째가 첫째 나이대가 된다. 시간을 쌓아나가다 보면 또 다른 세상이 열리겠지. 내가 할 수 있는 건 앞으로의 하루하루를 꽉꽉 채우는 일이다. 나중에 아쉬운 마음이 들지 않게끔 말이다. 앞으로 1년 4개월. 후회가 남지 않도록 육아휴직기간을 알차게 보내야지. 파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