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
올해 명절부턴 내 본가와 처갓집에서 하루씩 자기로 아내와 이야기를 했다. 명절에 하루 같이 자는 게 가족들과의 친목에도 좋고 아이들의 경험에도 긍정적일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다만 이번 설에는 여건이 안 돼서 처갓집에서만 하루를 자기로 했다.
결론적으로 의도는 좋았으나 실수를 하고 말았다. 내 필름이 끊겨버린 것이다.
장인어른께서 술을 좋아하시기에 꽤 많은 술을 먹게 될 줄은 알았는데, 어차피 마셔도 여기서 자면 된다는 생각에 내 마음속에 브레이크를 잊어버렸고 나는 그렇게 과음하게 되었다. 6시쯤 시작된 술자리에서 장인어른과 나 그리고 형님이 많이 마셨으나 나만 조절하지 못했다. 새벽 4시쯤 깨서 일어나니 뒷골이 오싹했다. 무슨 말을 했는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다. 둘째와 내가 안방 바닥에 누워서 자고 있는 이 상황도 말이다.
머리를 굴리다 다시 잠들어 오전 7시쯤 깼다. 아직도 속은 좋지 않은 상황. 둘째가 일어난 소리에 장모님께서 오셨는데 속은 괜찮냐며 물어보시는 말투가 나쁘진 않다.
'큰 실수는 없었던 건가?'
하지만 역시나 의문이 개운하게는 풀리지 않는다. 이따가 아내한테 물어봐야지 생각하며 베개에 머리를 파묻는데 내가 참 한심하게 느껴진다.
자기 절제를 하지 못한 것도 그렇지만 아이들에게 교육상 좋지 않은 행동을 했다는 것도 마음이 무겁다. 술 취해서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는 게 뭐 그리 좋겠는가. 한심하디 한심하다.
아내가 아침부터 치킨이야기를 하길래 아침부터 하는 치킨집이 있냐고 물었다가 된통 당했다. 아내가 장모님께 소리쳤다.
"엄마! 치킨 시킨 것도 기억이 안 난대!"
오늘은 그냥 말을 말아야 되는데. 이따가 운전해서 갈 것도 걱정이다. 숙취가 풀려야 할 테인데.
헤롱헤롱한 명절 아침. 이마를 한대 세게 치면 정신이 확 돌아왔으면 좋겠다. 흑역사 생성이다. 멍청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