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모유수유를 한다. 어쩔 수 없어서 먹인 약간의 분유를 빼면 지금까지 계속해오고 있다. 양가 부모님, 소아과 의사, 유튜브 등을 찾아봐도 우선적으로 모유수유를 권장한다. 담배를 피우고 있거나 병을 앓고 있더라도 일단은 모유수유를 권하니 아이에게 좋은 건 분명한 것 같다. 하지만 쉽지 않다. 젖몸살, 잦은 수유텀과 같이 직접적으로 몸이 힘든 이유도 있지만 가장 본질적인 이유는 모유수유를 하게 되면 누구도 아내의 역할을 대신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분유수유를 하면 아내가 더 편해질 수 있다. 조리원에서는 산모가 아이를 찾아가지 않는 이상 굳이 엄마의 손길이 없어도 아이는 잘 지낼 수 있고, 조리원 퇴소 후 믿을 만한 분이 육아를 도와주신다면 그 시간 동안 길게 외출을 해도 아이는 잘 먹고, 자며 별 탈 없이 지낸다.
하지만 모유수유를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두세 시간마다 한 번씩 하는 수유를 피할 수 없다. 새벽에 잠이 부족해 남편이 유축해 둔 모유를 아이에게 먹인다 하더라도 산모는 충분히 잘 수 없다. 세 시간이 지나면 가슴에 모유가 차서 유축하지 않으면 통증이 오기 때문이다. 아내는 푹 쉴 수 없었다.
분명히 모유는 장점이 많다. 면역력도 높아지고, 분유로 채울 수 없는 필수적인 성분이 많이 들어있다. 또한 분유값이 들지 않으니 생각보다 경제적으로도 큰 도움이 되며, 임신으로 인해 불어난 체중관리까지 된다.
하지만 아내는 단유 할 생각이다.
나는 아내를 존중한다. 그동안 모유수유로 인해 힘들어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봐 왔기 때문이다. 그전에는 '아이에게도, 산모에게도 좋은 모유수유 대신 왜 분유를 먹이는 거지?'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지만, 지금은 어떤 부모가 분유 수유를 한다고 해도 왜 모유수유를 하지 않는지 감히 물어보지 못할 것 같다. 모유가 좋은 건 알지만 분유를 먹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을 것이고 무엇보다 모유수유는 힘들기 때문이다.
육아에 지친 아내는 눈물을 흘렸다. 단유를 하는 게 자기 한 몸 편하자고 이기적으로 결정한 것 같아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옆에서 나름의 위로를 해주었지만 아내는 쉽게 감정이 사그라들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이 든다. 육아를 할 때 아이에게 더 좋은 것을 찾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아이의 빨래를 어른 빨래와 따로 하는 것으론 부족해 아이 전용 세탁기를 사기도 하고, 매번 열탕 소독을 한 후 젖병소독기에 적외선 살균을 한다. 단순한 예이지만 우리는 집에 공간이 부족해 아이 전용 세탁기를 사지 못했고, 처음에는 매번 열탕 소독과 젖병소독기로 살균을 하다가 지금은 젖병소독기 살균도 간신히 하는 중이다.
모든 것을 권장하는 대로 다 따라 하기엔 큰 에너지가 필요하고 복잡하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부모가 지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모가 육아에 지치면 그 부정적인 에너지는 다른 누구도 아닌 아이에게로 갈 것이다. 아이에겐 모든 것을 매뉴얼대로 지키지만 짜증을 내는 부모보다 조금 부족하더라도 상냥하게 대해주는 부모가 더 필요할 것이다.
육아에 치이는 부모의 합리화겠지만 그렇게 불완전한 부모라도 내 아이를 사랑하는 것만 타협하지 않는다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가 부모를 사랑하는 것만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