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이 났다 _ 육아일기 (D + 46일)

by 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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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이 휴일이면 보통 내가 새벽 육아를 한다. 저녁 8시 정도에 아이를 목욕시킨 후 나는 3시간 정도 잔다. 11시쯤 아내와 교대한 후에 다음날 아침 7시까지 내가 아이를 돌본다. 아이는 밤에 잘 자는 편이다. 하지만 해가 뜨고 나면 칭얼대기 시작한다.


오늘이 특히 더 그랬다. 5시쯤 새벽수유를 하고 다시 잠든 지 한 시간 남짓 지났나, 아이가 칭얼대기 시작했다. 다음 수유까지 최소 2시간이나 남았는데 안아줘도, 쪽쪽이를 물려도, 토닥여줘도 계속 운다. 컨디션이 좋은 상태라면 인내심을 가지고 계속 돌봐줬겠지만 몸도 마음도 지친 상태다.


한 시간 정도 어르고 달랬을까.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아이가 피곤한 상태에서 계속 우니 인내심이 바닥나버렸다. 안고 있던 아이를 전동 바운서 위에 내려놓고 소파에 가서 누웠다. 칭얼대던 아이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보통 이렇게 울면 얼른 가서 달래주는데 아이 근처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냥 뒀다. 5분 정도가 지났을까. 아이가 울음을 그치지 않자 아내가 일어나 거실로 나왔다.


아내와 눈이 마주쳤다. 아내는 아이를 달래기 시작했다.

"너무 짜증 나."

나는 한 마디를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아내는 그 뒤로도 한참 동안 아이를 달랬고 나는 방에서 잠이 들었다.

그날 저녁 아내가 내게 말했다.

"아이도 부정적인 감정을 느꼈을 거야."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못난 모습을 보인 내가 부끄러웠다. 이제 우리와 눈을 맞추기 시작한 아이가 내 짜증을 느끼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아이는 예쁘고 사랑스럽다. 가끔은 한참을 멍하니 쳐다보기도 한다. 다만 '자식에 대한 부모의 무한한 사랑'이란 문장에 대한 느낌은 육아를 겪은 후 달라졌다. 이전엔 내가 자식에게 무한한 사랑을 줄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하지만 내 감정은 그렇게 일관되지 않았다. 아이가 사랑스럽지만 어떨 땐 힘들고 짜증이 난다.


문득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는 자식을 사랑하는 게 아닐까. 자식이 힘들게 하고, 고집을 부리고, 못난 모습을 보이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내어 주는 게 부모가 아닐까. 짜증을 내는 불완전한 부모여도 아이가 사랑을 주는 것처럼 말이다.


잠든 아이가 내 손가락을 꽉 쥔다. 아이가 깰까 조심히 속삭였다.


"미안해. 다음엔 그러지 않도록 노력할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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