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휴가_육아일기 (D+35일)

by 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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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조리원 퇴소일이 하필 회사 감사기간과 겹쳐 출산휴가를 2주 정도 늦게 썼다. 예정에도 없던 국가지원 산후도우미를 쓰게 되어 회사에 원망스러운 맘도 들었지만, 그 덕에 아내는 경험 많은 산후도우미 분과 2주 정도 같이 지내며 많은 걸 배웠다고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오히려 다행인 것 같다.


아내와 둘이 아이를 돌보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먹이고, 달래고, 재우고. 목욕을 시킬 때도 처음 한 두 번만 아이가 울었지 그다음부턴 아기도 나도 익숙해져서 큰 어려움 없이 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최소 3시간마다 한 번씩 아이를 수유해야 했기에 새벽이 좀 괴로웠다. 휴가기간만큼은 내가 새벽시간을 맡겠다고 당당하게 말해놨기에 중간에 바꾸자고 하기도 민망했다. 아내는 내가 일하는 평일엔 계속 새벽에 깨며 아이를 돌볼 테니 말이다.


새벽에 아이가 울어서 잠에서 깨면 정신이 없다. 비몽사몽간에 아이의 등을 토닥이지만 그 정도로 울음을 멈출 일은 없다. 핸드폰 시계를 확인해 보면 어느새 수유한 지 세 시간이 지나있다. 젖병을 물리기 전에 기저귀를 간다. 울음은 멈추지 않는다. 한 손으로 아이를 안고 냉장고에서 아내가 유축해 둔 모유를 꺼낸다. 물을 끓이고 중탕한다. 울음은 계속 멈추지 않는다. 배가 고프다고 온몸으로 말하는 아이에게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사정해 보지만 알아들을 리가 없다. 진이 빠질 때쯤 모유가 데워진다. 아이를 잠시 뉘어두고 쿠션과 가재 수건을 챙긴다. 더 크게 울고 있는 아이에게 모유를 먹인다.


방금 먹인 양 120ml와 시간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등록한다. 지난주보다 40ml가 늘었다. 태어난 지 35일이 된 지금 아이를 보면 '하루가 다르다.'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등을 토닥이며 트림을 시킨다. 언제 울었냐는 듯 내게 기대어 자고 있다. 아이의 체온은 참 따뜻하다. 5분 정도 지났을까, 몸을 꿈틀거리다가 트림을 한다. 소리는 어른과 다를 게 없다. 한참을 더 토닥이다가 조심히 침대에 눕힌다. 잠에서 깰까 조마조마하다.


한참을 맘 졸이다 자려고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는다. 뒤척이다가 부엌에 노트북을 켜고 앉는다. 디카페인 커피를 끊이고 이것저것 기록해 보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하품이 난다. 예전엔 컨디션이 좋을 때만 글을 썼는데, 요즘은 컨디션이 좋은 적이 없다. 자는 시간의 총 양은 비슷해도 밤에 자지 못하고, 계속 자다 깨기에 수면의 질이 낮다. 가끔은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 100일의 기적이 오면 아이가 통잠을 잔다는 데, 아직도 70일가량 남았다. 아득히 먼 얘기다. 주변에 돌 지난 아이만 봐도 부모가 대단해 보인다. 언제 크려나.


나중에 지나고 보면 아이가 귀엽고 조그마한 이 시기가 그리워진다는데, 눈을 감았다 뜨면 100일이 되어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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