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을 시켰다 _ 육아일기 (D + 32일)

by 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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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수유를 하고 한 시간 정도가 지나면 슬슬 목욕시킬 준비를 시작한다. 배가 고프지도 않고 소화도 어느 정도 된, 아기가 최상의 컨디션일 때를 노려야 한다. 갈아입을 옷, 로션 및 수건 등을 화장실 앞에 쭉 깔아 둔다. 목욕이 끝나자마자 바로 물기를 닦이고 옷을 입히기 위해서다. 그러고 나서 따뜻한 물을 받는다. 아이 욕조를 사놓긴 했지만 아직 신생아라서 세숫대야 두 개면 충분하다. 온도계가 38도를 가리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 목욕을 시작한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옷을 훌렁 벗겨서 그냥 아이를 씻겼다. 아이는 숨이 넘어갈 듯 울었다. 아이가 놀라지 않게 하는 게 제일 중요한데, 나는 아이가 추울까 얼른 목욕을 끝내고 싶어 했다. 세상에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에게 목욕은 큰 일이었다. 빠르게만 움직이던 내 손길에 갓난아기가 위협을 느끼는 것이 당연했다.


아이의 울음소리가 커지자 아내가 달려왔다. 산후도우미 분은 이렇게 시키지 않는 다며 이것저것 훈수를 두기 시작했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데 옆에서 계속 잔소리를 하자 화가 나기 시작했다. 내 자식이기도 한데 막 했겠는가. 아이의 울음소리가 커지는 만큼 아내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내뱉고 싶은 말이 산더미 같았지만 꾹 참았다. 간신히 목욕을 마치고 정리를 하고 나서 아내에게 한마디 했다.


"앞으로 내가 목욕시킬 때, 옆에서 아무 말도 하지 마."


나의 차가운 말에 아내는 바로 되받아쳤다. 서로 차분한 말투였지만 각자의 가슴에 상처를 주기엔 충분했다. 아내는 눈물을 보였고 나는 말없이 침실로 들어갔다. 서너 시간 넘게 서로 말을 하지 않았다. 아이를 키운다는 게, 특히 신생아를 키운다는 게 우리의 마음에 여유를 빼앗아갔다. 전에 같으면 서로 이해하고 넘어갈 작은 일에도 감정의 대립각을 세웠다. 이번 일도 그렇다. 누가 잘못한 게 아니었다. 서로 아이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을 뿐이었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목욕을 시키는 것도 능숙해졌다. 가끔은 아이가 울지 않고 기분 좋은 상태로 목욕이 끝나기도 한다. 세상 일이란 게 그렇듯 처음 해보면 어렵지만 점차 수월해지기 마련이다. 다만 육아는 처음해 보는 일이 너무 많다. 그래서 힘든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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