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울었다 _ 육아일기 (D + 30일)

by 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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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원에서 퇴소하고 우리 부부가 오롯이 육아를 한지 며칠 되지 않았을 때. 소파에 앉아 우는 아이를 달래던 아내는 갑자기 눈물을 터트렸다. 당황한 내가 왜 우냐고 물어봤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이 눈물만 뚝뚝 떨어질 뿐이었다. 내가 서운하게 한 부분이 있는지 곰곰이 생각을 해봤다. 먼저 말을 꺼내기도 머쓱한 느낌이라 가만히 손을 잡아줬다. 어느새 잠든 아이를 안고 있던 아내는 천천히 입을 뗐다.


"아이가 이쁘고 사랑스러워서 기쁜데, 출산으로 망가진 몸이 예전처럼 돌아온다는 보장이 없어 답답하고 슬퍼."


마음이 아팠다. 사실 남자는 아이가 태어난다고 해서 몸의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 그냥 육아로 인해 피곤하고 힘들어질 뿐이었다. 하지만 여자는 출산으로 인해 많은 몸의 변화가 생긴다. 임신 중에 체중이 늘어나는 건 기본이고, 아이가 세상 밖으로 나오기 위해 골반이 벌어지는 등 변화가 심하다. 이로 인해 생기는 호르몬 변화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아내에게 무언가 위로를 해줘야 했지만 여러 말들이 입안을 빙빙 돌뿐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손을 꼭 잡아주다가 한참 후에야 나중에 내가 아기를 돌볼 테니 마사지 많이 받고 오라는 멋없는 말을 했다.


두 사람의 인생을 엮어 또 하나의 사람이 태어났다는 것은 상상했던 것보다 더 큰 일이었다. 목조차 가누지 못하는 아이에게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은 두 사람이 쏟아부어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러한 가운데 자기 자신까지 챙기기는 역부족이었다. 아내는 자기 자신을 잃어간다는 느낌이 드는 걸까. 어떤 부모의 카카오톡 프로필은 "지은 맘, 지호 맘."으로 저장이 되어있던데, 어느새 우리도 그렇게 내 자신이 아니라 아이의 부모로만 불려지게 되는 걸까.


아이를 사랑하지만 아내와 나는 각자의 이름으로 불리고 싶다. 인생에 있어 자식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이지만, 내 삶이 아이에게 매몰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지금 평온히 자고 있는 아이도 자기 때문에 부모가 자신을 잃어버리길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가끔 인터넷을 보면 자기 자신의 꿈과 자식의 꿈을 구분하지 못하는 부모의 이야기를 읽는다. 아이는 예술을 하고 싶어 하지만 부모는 의사가 돼야 한다며 반 강제적으로 공부를 시킨다. 나도 그런 부모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아이가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이 언제든 잘못된 방향으로 표출될 수도 있으니까. 아이에게 무언가를 말하기 전에 나만을 위한 이기적인 생각이 아니었는지 고민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행동으로 옮기기 쉽지도 않고, 더욱이 아이가 대화가 될 만큼 크는 게 더 쉽지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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