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출산 후 처음으로 1박 2일간 집을 비우게 되었다. 고등학교 동창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였다. 나는 흔쾌히 다녀오라고 했다. 가끔 아내도 재충전할 시간이 필요할 테고 아이를 혼자 보아도 충분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육아를 하면 생각보다 시간이 가지 않는다는 사실이 떠올랐고 고민하다 엄마를 부르기로 했다. 마침 엄마도 코코를 보고 싶어 했다. 몇 번 아내와 함께 아기를 데리고 찾아갔지만 여러 사람이 같이 있었고 시간도 짧았기에 코코와 원하는 만큼 시간을 보내지 못했었기 때문이다.
오후 세시쯤 엄마가 찾아왔다. 밑반찬 몇 가지와 포대기를 가지고 오셨는데 힘들게 뭘 이런 걸 가지고 오냐고 툴툴댔지만 사실 밥을 해 먹을 때 엄마표 밑반찬이 꼭 필요하다. 몇 번 사다 먹어 봤지만 가격도 비싸고 맛도 그저 그랬기 때문이다. 엄마는 짐을 내려놓자마자 바로 코코한테 달려갔다. 혹시 낯을 가리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그동안 문화센터에서 여러 사람을 봐서 그런지 낯을 가리지 않았다.
엄마는 코코를 안아주고 예뻐해 주다가 코코가 칭얼거리기 시작하자 포대기를 이용해 뚝딱 아기를 업어주었다. 코코는 편안함을 느낀 건지 금방 표정이 좋아졌다. 그동안 아기띠를 사용해서 코코를 업어주려다 실패한 나는 그 모습이 신기했다. 우선 허리에 아기를 안고 등으로 올려서 둔 다음에 포대기로 감싸 묶어주면 끝이었다. 엄마가 코코를 업는 모습이 쉬워 보였기에 도전해 보았지만 등 위로 아기를 올리는 것조차 하지 못했다. 코코가 떨어질 것 같은 느낌에 엄두가 나지 않았다.
엄마는 아기를 업어야 요리든 청소든 할 수 있다며 얼른 연습하라고 했다. 사실 아이를 거실에 두고 집안일을 하면 계속 울음을 터트리는 통에 필요성을 느끼고는 있었다. 하지만 유튜브를 보고 엄마에게 도움을 얻어도 쉽지 않았다. 나중에 혼자서 좀 연습해 보겠다고 하자 엄마는 이게 뭐가 어렵냐며 코코를 쉽게 업어주었다. 거의 20년 만에 다시 업는 거라고 하는데 마치 어제 업어본 것처럼 너무나 익숙한 모습이었다.
말은 안 했지만 살짝 뭉클했다. 나와 동생을 얼마나 많이 업어 키웠으면 20년이 지난 지금도 이렇게 익숙한 건지 말이다. 더군다나 우리 둘 다 밤에 잠도 안 자는 예민한 아기였다고 했었는데. 육아를 좀 겪어보고 나니 혼자 두 명을 키웠을 엄마의 고생에 가슴이 무거워졌다.
코코는 컨디션이 좋은 지 연신 웃음을 터트렸다. 내가 잠시 밖에 다녀와도 엄마랑 잘 놀았다. 엄마는 이렇게 순하면 발로도 키우겠다며 웃는다. 뭔가 좀 억울하긴 했지만 그래도 엄마가 행복해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내가 끓인 미역국과 데친 표고버섯으로 저녁상을 차려주니 얼마 만에 아들이 차려준 밥상을 받아보는 거냐며 좋아하셨다. 그동안 외식은 좀 했었는데 밥을 해드린 건 오랜만이었다.
8시쯤 내가 코코를 목욕시키고 재우자 엄마는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택시비를 챙겨드리려 했는 데 한사코 버스 타면 된다고 거절하며 집을 나서셨다. 손녀가 보고 싶어서 온 거라곤 하지만 하루 종일 코코를 보느라 힘들었을 텐데 억지로라도 용돈을 챙겨드릴걸 후회가 된다.
엄마를 배웅하고 돌아보니 고요한 집 한켠에 포대기가 놓여 있다. 몇 번을 업어야 익숙해질까. 내일은 침대 위에서 업는 법을 연습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