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그렇게 웃긴 걸까 _ 육아일기 (D + 208일)

by 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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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코코를 재우기 쉽지 않았다.


재웠다고 생각하고 방문을 나서면 들리는 울음소리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렇게 코코를 안고, 재우고, 내려놓고, 다시 안기를 여러 차례. 힘이 쭉 빠지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결국 잠이 들었다. "육퇴". 오늘의 육아 역시 퇴근을 했다.


아내와 함께 TV를 보고 있는 데 코코가 보고 싶다. 문소리에 일어날까 무섭지만 용기를 내어 코코 곁으로 간다. 옆에 누워 자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진부한 표현이긴 하지만 정말 천사가 따로 없는 것 같다. 그렇게 한참 동안 천천히 들여다보는데 코코가 웃기 시작한다. 꿈을 꾸고 있는 건지 표정이 밝다. 뭐가 그렇게 웃긴 걸까.


꿈을 꾸고 있는 게 맞다면 아무리 상상력이 더해진다고 해도 코코가 겪은 일을 벗어나지 않을 텐데. 하루의 대부분을 나와 아내, 총 셋이서 보내는 코코의 즐거운 일이란 무엇일까.


코코는 눈을 꼭 감았다가 "부왁!" 하는 소리와 함께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벌리면 웃는다. 가끔은 그냥 눈이 마주쳐도 웃고, 목에다가 소리 내어 뽀뽀를 해도 웃는다. 블록을 쌓았다가 넘어뜨려도, 보행기에 태워도, 동요를 불러줘도 웃는다. 그리고 코코가 웃을 때 나와 아내도 함께 웃는다.


웃을 일이 많다. 일과 육아가 힘들어도, 코코를 웃기려고 하다 보면 따라 웃게 된다. 둘이 살던 집이 셋이 되면서 사람 사는 냄새가 진하게 난다. 결국 많이 웃는 하루를 보내고 그러한 하루를 쌓는 게 행복한 삶일 텐데, 코코가 태어나며 행복에 좀 더 가까워진 듯하다.


걱정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경제적인 버거움, 육아의 힘듦, 커리어와 가정의 균형. 어느 하나 쉬운 것은 없지만 한 번 사는 인생 아이를 낳아 키워보는 경험을 하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경험을 하고, 경제적 자유를 얻고, 커리어로 성공하는 것만큼 말이다.


물론 육아가 쉬운 일이 아니다. 세계 최저 수준으로 출산율이 낮은 대한민국에서 출산을 권하는 것은 자칫 실례가 되는 일이다. 야생동물도 생존에 위협을 받으면 출산을 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팍팍한 상황인 누군가에게 출산은 사치다. 나 역시 비슷한 이유로 둘째를 갖는 것이 망설여진다. 일을 하며 육아를 하고, 대출을 갚고, 자식들 교육을 시키며 노후준비를 하려니 까마득한 느낌이다.


어느새 자정이 다 돼간다. 육퇴 후 달콤한 시간이 끝나고 하루를 마무리해야 하는 시간이다. 내일을 위해 너무 늦게 자면 안 된다. 얼른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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