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먹을래 _ 육아일기 _ (D + 328일)

by 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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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시간이다. 아내와 나는 족발을 시켜 먹을 준비를 했고 코코는 이유식을 주려고 아기의자에 앉혔다. 그런데 갑자기 코코가 숟가락을 뺏어갔다. 그리고 자기가 직접 이유식을 떠서 입안에 넣으려고 아등바등 댔다.


물론 잘 될 리 없었다. 이유식은 잘 떠지지 않았고 사방으로 튀었다. 이유식이 조금 떠져있는 숟가락을 입으로 가져가려 했지만 온몸에 밥풀이 묻었다. 코코를 씻길 걱정에 숟가락을 뺏어보려 했지만 안간힘을 써가며 저항했고 숟가락을 가져가면 울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었다. 그냥 하고 싶은 대로 두기로 했다.


식판을 가져와 거기에 이유식을 넓게 펴줬다. 직접 떠먹을 수 있도록 말이다. 몇 번 숟가락으로 떠먹으려 하다가 잘 안되자 손으로 이유식을 집어 입으로 가져갔다. 머리카락, 눈, 코, 목덜미. 이유식이 묻지 않은 곳이 없다. 대환장 파티다.


아내는 이게 자기 주도식 이유식이라고 했다. 자기가 직접 먹고 독립심을 키우는 방식이라고 한다. 자기 주도, 독립심 좋은 말이다. 하지만 이번엔 조용하고 깔끔한 분위기에서 족발을 먹고 싶었다. 맘대로 되는 게 없다.


숟가락은 손잡이까지 밥풀이 다 묻어있고 이유식은 탁자를 비롯해 온 바닥에 떨어져 있다. 코코를 케어하다 보니 내 손바닥에도 옷에도 이유식이 묻었다. 족발을 집으려는 젓가락질이 영 쾌적하지 않다. 내 젓가락에도 밥풀이 잔뜩 묻어있다.


간신히 식사를 끝내고 코코를 씻기기 시작했다. 아직 재우는 시간은 아니었지만 씻기지 않으면 안 될 몰골이니 어쩔 수 없었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육아가 벅찬 건지. 코코 얼굴에 묻은 밥풀은 물로 비벼도 잘 떨어지지도 않고 심지어 찡찡거리기까지 한다.


목욕 후 로션을 바르고 옷을 갈아입히니 코코의 기분이 좋아 보인다. 그 모습에 웃음이 나지만 참 뭔가 지치는 느낌이다. 걸레질을 한 후 소파에 잠시 누웠다. 잠깐 눈을 붙이려 해 보지만 어느새 코코가 다가와 얼굴을 손바닥으로 때린다. 헛웃음이 난다. 귀여우니 봐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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