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의 시작
작년 재작년 부동산과 주식이 급격히 올랐을 때, 매수 타이밍을 놓쳤다고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은 대부분 다음과 같이 생각했다 : '언젠가 가격이 내려가면 반드시 매수하겠다'
천만의 말씀이다. 자산 가격이 떨어지는 지금과 같은 시기에 그런 사람들은 절대로 매수 못한다. 그러다 다시 가격이 오르기 시작하면 무슨 일이 일어났나 허둥지둥대다 또다시 매수를 못한다. 투자는 가격을 예언해서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낮은 가격이라는 확실한 근거, 높은 가격이라는 확실한 근거를 갖고 접근할 수 있을거란 생각은 환상에 불과하다. 투자는 그저, '갖고 싶다는 강한 욕망, 언젠가 내가 산 자산이 반드시 오를 거란 자기 확신'이 있어야 가능하다.
자산 가격이 내릴땐 앞으로 자산 가격이 내릴 수밖에 없는 이유들이 시장에 넘쳐난다. 반대로 가격이 오를땐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들이 가득하다. 하락기와 상승기에 이같은 이유들을 개인이 과학적으로 분석해서 반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반박의 근거는 오로지 자기 마음 속에만 있을 뿐이다.
쉽게 말해 가격 예측보다 더 중요한 것이 그 자산을 사고 싶다는 마음 속 강한 욕망의 여부라는 뜻이다. 그 자산을 사고 싶다는 비이성적인 욕망이 강해야 하락기든 상승기든 투자를 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TSMC에 밀리고 향후 반도체 전망이 어두워질거란 이야기들 때문에 가격이 엄청나게 빠졌다. 그러면 지금이 삼성전자 매수의 적기일까 아닐까. 그에 대한 답은 '아무도 모른다' 이다. 미래는 근본적으로 예측 불가능의 영역이니까. 향후 몇 년 후의 산업 변화 양상과 그 속에서 삼성전자의 위치를 예측한다는 일이 과연 인간으로서 가능한 일일까? 왜인지 모르지만 삼성전자를 사고 싶은 사람은 지금이라도 사면 되고, 살 생각이 없다면 더이상 분석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욕망이 없으면 행동으로 옮길 수가 없다.
투자와 관련된 책이나 투자에 성공했던 전문 투자자들의 조언을 까보면 그 속에 아무런 알맹이가 없다. 과학적인 분석, 정확히 미래를 예측하는 방법론 따위 어디에도 없다. 왜냐. 투자 관련 책을 쓴 사람이나 성공적인 투자자들이 그동안 투자를 계속 했던 유일한 이유는 '투자하고 싶다는 강한 욕망' '특정한 자산을 갖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 이기 때문이다. 그 욕망은 그 책을 쓴 사람이나 투자자 본인이 되어보기 전에는 타인이 그 크기를 알 수 없다.
어떤 이성이 마음에 들면 그 사람을 내 사람으로 만들고 싶어진다. 그러면 그 때부터 그 사람을 좋아하는 온갖 이유가 따라 붙는다. 잘생겨서/예뻐서, 성적 매력이 있어서, 재산이 많아서, 능력이 좋아서, 말이 잘 통해서, 마음이 맞아서...그런 이유들은 실제로 그 사람이 마음에 드는 이유일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다. 중요한 건 어떤 것이 진짜 이유인지, 혹은 그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인지 아니면 그 중 일부만이 진짜 원인인지 절대로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자기 마음을 잘 안다고 자신하는 사람은 모두 착각하고 있다. 자기 욕망의 근원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우며, 방금 전까지의 욕망도 외부 환경의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들 강남 아파트를 갖고 싶어한다. 그런데 이유를 들어보면 대부분 어디서 들은 이야기만 가득하다. 강남 아파트가 그동안 계속 올랐다는 이야기, 교통망과 온갖 사회 인프라, 고소득 직장이 근접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강남 아파트는 우상향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 등등. 실제로 강남 아파트에서 살아봤거나 강남 아파트 주변에 어슬렁거리면서 강남 아파트를 진심으로 욕망하게 된 사람들은 그중에 별로 없다. 그것은 내 욕망이 아니라 남이 만들어준 욕망이다.
어린 시절부터 강남 아파트에 살아보고 그로 인한 효용을 누려본 사람은 강남 아파트에 대한 욕망이 몸 속에 강력히 남는다. 물론 그 욕망이 유지되는 데엔 경제적으로 좋은 투자처라는 시장의 예측들도 당연히 이유로 붙는다. 강남 아파트의 효용이 실제로 그에 대한 분석 요인들 - 교육환경, 투자처, 고소득 직장, 교통 등 - 로 인한 혜택이 작용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을 머리로 아는 것과 몸으로 수십년간 체감하며 느낀 것은 차이가 있다. 몸으로 체감된 욕망은 그 사람에게 강남 아파트에 대한 그 누구보다도 강력한 자기 확신을 만든다. 그런 사람의 인생 목표는 강남 아파트가 될 수 있고, 그것을 얻기 위해 남은 인생을 모두 바친다 해도 그것은 어리석은 일이 아니다. 자기 몸에 새겨진 강력한 욕망을 향해 달려가는 인생만큼 충실한 인생이 어디 있겠는가. 노벨상이나 인류의 과학 지식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평생을 학문에 바쳐온 학자의 인생만 고결한가? 그 학자 역시 어떤 계기로든 자기 몸에 새겨진 강력한 욕망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일 뿐이다. 몸에 체화된 강남 아파트에 대한 욕망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과 다를 바가 없다. 비록 사회적 평가는 다르겠지만, 본인의 인생에 사회적 평가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투자 마인드', '사업가 마인드' 라고 할 때 붙이는 마인드라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위에서 언급한 강력히 몸에 체화된 욕망, 그 욕망이 자기 인생의 정답이라는 강한 확신, 그것을 성취할 때까지 남의 말에 흔들리지 않을 인내심과 강한 의지 등등을 뜻한다. 모든 투자서나 경영서에서 마인드를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게 본질이니까. 투자든 사업이든 결과는 성공할 수도 있고 망할 수도 있다. 실은 망할 가능성이 더 높을 때도 많다. 열심히 노력한다고 반드시 성공한다는 생각은 종교에 불과하다. 현실에서는 실패가 더 많다. 하지만 강한 마인드가 없으면 사업이든 투자든 시작도 못한다는 것, 계속 끌고 나가고 버티는 것도 못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언제 무엇을 사면 좋겠냐는 의문을 가진 사람들이 무엇에 투자하라는 유튜브나 책을 많이 찾아본다. 그 이유는 투자에 대한 진지한 욕망도 없고, 투자에 대한 확신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투자 권유 유튜브와 책은 아무 의미가 없다. 실은 그런 컨텐츠를 만드는 사람도 문제다. 마인드는 심어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인드는 그저 자기에게 찾아오기를 기다려야 하는 종류의 문제다. 투자에 대해 문의하는 사람들은 남이 얼만큼 벌었다는 것에 부화뇌동하는 마음을 갖고 있을 뿐이다. 자기 욕망이 뚜렷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그 어떤 투자도 제안할 수 없다. 자기 욕망에 대한 책임은 스스로 져야 하는 문제니까.
어찌보면 이는 인생 전체에 적용되는 문제다. 돈이 안되어도 음악, 미술, 철학, 미학과 같은 소위 돈 안되는 분야를 자기 진로로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다. 말로는 '그래도 난 그 분야에서 대박을 낼거야' 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그런 욕심은 없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진로를 선택하는 이유는 그 분야에 대한 보다 더 근본적인 욕망이 있기 때문이다. 그 욕망이 먼저고, 그 욕망을 위해 달려가는 자신의 확신과 의지, 인내심이 흐트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 언젠가 대박 낼거라는 자기 최면을 걸 뿐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어차피 결과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실패하면 '아 그동안 좋아하는 분야 공부 잘 했다' 라고 합리화시키면 그만이니까.
지인 중에 누가 봐도 확실해 보이는 사업을 망설이는 사람이 있다. 그 사업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지만, 그걸 해야할지 말아야 할지를 다른 지인들에게 물어본다. 그 사람은 그 사업을 하면 안된다. 누가 봐도 그 사람은 그 사업을 했을때 크게 성공할 능력을 갖춘 사람이지만, 그래도 해선 안된다. 그 사업을 하고 싶다는 욕망과 확신, 즉 마인드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잘 안되면 자기 욕망도 아닌 것을 단순히 돈만 보고 시작했다는 자괴감에 괴로워할 것이고, 잘되어도 이게 내 길이 아닌가벼 하며 후회할 수 있다.
또 다른 지인은 자기 집에 대한 강렬한 욕망으로 결국 집을 샀다. 그 집의 가격은 떨어지고 있지만 그에게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가 그 집을 산 이유는 그저 그 집을 갖고 싶어서였으니까.
내 집을 갖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이 있다면, 지금 가지고 있는 돈으로 지금 살 수 있는 집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집을 사면 그만이다. 그 집이 오를지 내릴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앞으로도 계속 금리가 오르기 때문에 결국 집값은 하향추세로 간다는 전망이 시장에 가득하지만, 그건 모르는 일이다. 모두가 떨어질거라 생각하는 자산은 떨어지지 않고, 모두가 오를거라 생각하는 자산은 오르지 않는다는 일반론 때문이 아니다. 그냥 원래 미래는 누구도 모른다는 너무나 상식적인 세상의 원리 때문이다.
나는 치과의사지만 개원을 하지 않았다. 동기들 모두가 했고, 나 혼자 남았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나는 내 치과를 가질 생각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개원 자리를 알아보면서 많이 공부를 했기에 이제 자리 보는 것, 어떻게 운영할지 등등에 대해서는 많은 지식과 관점이 쌓였다. 하지만 내 치과를 소유하고 운영하고자 하는 마인드가 없기에 그 모든 것은 부질없는 것일 뿐이다.
나는 소액이지만 오랫동안 주식을 해왔다. 대부분 판 적이 없다. 그저 어떻게 알게된 기업이나 리츠 종목이 마음에 들고, 그것을 갖게 되면 마음이 든든해질거란 확신으로 매수할 뿐이다. 하락장엔 투자를 금하는게 좋다? 오늘까지 하락장이었다 내일부터 상승장일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손해를 보든 말든 갖고 싶은 주식이 있으면 매수할 뿐이다.
인생은 결국 마인드가 이끌어간다. 내 인생을 더 나은 인생으로 만들어줄 무엇인가를 강하게 욕망하고, 그 욕망에 대한 확신이 있고, 그것을 얻기 위해 끈기와 인내, 의지를 유지할 수 있다면, 그런 마인드가 자기 인생을 조금씩 바꿔 나간다. 그 결과는 성공할수도 있고, 크게 실패할 수도 있다. 다만 마인드가 없으면 시작도 하지 못한다. 마인드는 성공을 담보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원하는 것을 시작하고 끝을 보게 만드는 원동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