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종

강남과 이태원을 오토바이로 누비고 다녔던..

by 치의약사 PENBLADE

최근 실오라기 두 장 걸친 채 오토바이 뒷좌석에 앉아 강남과 이태원을 누비고 다녔던 엉덩이녀가 나타나 화제를 모았다. 경찰 소환에 결혼식 복장 차림으로 출석에 응했던 그녀. 누가 봐도 관종이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멋있다는 사람들도 있고 눈쌀이 찌푸려진다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관종은 다소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쓰인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사람들은 누구나 남들보다 더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어하고, 다른 사람이 관심을 갖고 사랑해주는 느낌을 좋아한다. 관종은 그런 성향이 좀 더 강한 사람들인데, 때로는 심리적인 결핍이 그런 성향을 강화시키기도 한다. 그 어디엔가 관종이 있다.


관종을 욕하는 사람들을 잘 살펴보면, 실은 비슷한 욕망을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현실에서 자기 욕망을 억압하고 과도하게 타인의 주목을 끄는 행위는 잘못된 행위라고 어려서부터 질책을 받아온 사람들이 주로 관종을 욕한다. 주목받고 싶어하는 욕망을 마음껏 채우고 사는 사람들 혹은 아예 그런 욕망이 없는 사람들은 관종들에 대해 별 생각이 없거나 오히려 관종들의 표현 방식을 지지하기도 한다.


자기 욕망을 발견하고 그것을 추구하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 집에서 혹은 사회에서 자기 욕망을 억압 받기 때문이다. 나이 들어서도 본인이 스스로 가진 욕망을 계속해서 억압하고 살 경우, 뭘 해도 공허함이 밀려오거나 자기 인생이 불만족스럽다고 느끼는 것 같다.


타인의 시선, 싸구려 관심과 애정을 목표로 사는 것은 어리석은 거라고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선이나 도인이 아니다. 타인의 존재 없이 오로지 자기 만족만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게다가 타고나기를 남의 관심과 주목에 갈급해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들이 굳이 그런 욕망에서 벗어나려 평생에 걸쳐 노력하는 게 스스로의 인생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연예인, 개그맨 뿐 아니라 학계와 정,재계를 비롯해 수많은 분야에 관종들이 많다. 대부분 어느 수준 이상의 자리에 오르기 전까지 그런 자신의 성향을 억압하며 살고 있을 뿐이다.


생각보다 인생은 짧다. 오래 산다해도 건강하게 열정적으로 살 수 있는 기간은 그리 길지 않으며, 인생에서 중요한 성취를 얻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간, 자기 자신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며 살 수 있는 기간은 그보다 더 짧다.


사람들의 인생이 다양해 보이지만, 가만 보면 매우 단순화된 몇 가지 욕망을 향해 달려가고 있을 뿐이다. 짝을 찾는 것,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 돈을 버는 것,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 등. 동호회나 독서모임에 가면 수많은 사람들이 그 안에서 서로 연애 대상을 물색한다. 모임의 취지를 무색케하는 사람들이라고 비난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 보면 그만큼 이성을 찾는 일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1순위에 속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나이 들어 워커홀릭이 되거나 돈 버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섭렵하는데 하루의 온 시간을 다 바치는 사람들이 많다. 너무 단순한 인생일까? 아니면 그만큼 돈 벌고 일하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1순위에 속하는 것 뿐일까.


나이 들수록 단 한 두 가지의 욕망에 집중하는 단순화된 삶의 중요성이 더 크게 느껴진다. 실제로 그렇게 자기만의 한 두 가지 욕망을 향해 인생 대부분의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으며 달려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 모두 하루 하루 그렇게 자신의 본질적인 욕망을 조금씩 채우며 만족하며 사느라 타인의 인생엔 별다른 관심이 없다.


어떻게 보면 인생은 정말 단순하게 살 수 있는데…괜히 내 욕망이 아닌 사회에서 허락된 욕망만을 채우며 사느라 인생이 복잡해 보이는 걸지도 모르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외할머니와의 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