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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맘대로 Jul 01. 2023

의료 현실에 관한 불편한 진실

지난 100년간, 전세계적으로 의료는 급격히 발전했다. 특히 최근 30~40여년간의 제약산업과 바이오 과학의 발전은 의학 관련 학문의 수준을 크게 높였고, 각종 공학 기술의 발전은 의학 기술의 향상에도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의학 발전과 의술을 행하는 의료인들의 실력은 별개의 문제다. 여기엔 개개인의 노력과 능력, 임상 경험과 임상을 접할 수 있는 기회 등등의 여러 요인들이 작용한다. 의료인들스스로 끊임없이 공부하고 각종 기술을 익히려는 노력도 해야 하지만, 그만큼 자신의 전문 분야와 관련된 환자들도 많이 봐야 한다. 


한국 의료가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선 데엔 각 의료 관련 대학들의 발전 보다는, 오랜기간 한국 정부가 설계해서 오늘에 이른 의료 보장 체계가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해, 환자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병의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시스템 덕분이라는 의미다. 아무리 의약학 지식을 공부하고 관련 기술을 익혀도, 의료인들이 현장에서 다양한 환자 케이스를 접하지 않으면 절대로 실력이 늘지 않는다. 또한 옆에서 아무리 의료인초보자들을 잘 지도해줄 수 있는 전문가가 있어도, 본인이 환자를 처음부터 끝까지 캐리하는 과정을 오랫동안 거쳐야만 실력이 는다. 


그 사이에 초보 의사들의 손에 맡겨진 환자들은 그럼 연습대상이나 다름 없다는 의미인가? 단어가 풍기는 느낌이 불편해서 그렇지 어느 정도는 그렇다고 봐야 한다. 옆에서 지도 교수나 선배들이 봐준다고? 혹은 그 지도자들의 진료를 충분히 섭렵했다고? 그 말도 맞다. 또한 진료 과정 중에 사고가 나거나 잘못 진료한 경우에 대비한 나름의 체계도 각 병의원마다 만들어져 있긴 하다. 하지만 다른 모든 직군들과 마찬가지로, 의약사 등의 의료 전문가들 역시 사람마다 실력차이가 크게 난다. 다만, 원체 사람 몸이란게 왠만한 실수로 큰 문제가 생기지 않을 만큼 자연 치유력이 좋기도 하거니와, 요즘 임상에서 쓰이는 각종 약제나 치료 재료들 모두 비전문가가 써도 큰 사고 안나도록 기술적으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별로 사고가 안나는 것 뿐이다.


많은 의료인들은 '수가' 를 올려달라고 한다. 수가를 올리는 것은 결국 환자들의 치료 비용을 올리는 것을 뜻한다. 그동안 저렴한 가격으로 환자들의 병의원 접근성이 높아 의료인들 역시 임상 지식과 기술을 늘릴 수 있게 된 건데...그렇게 실력을 쌓아 놓으니 생각이 조금씩 바뀐다. 아, 이렇게 쌓인 실력에 단위 환자 치료당 가격이 올라가면 더욱 이익일텐데... 시간적으로나 육체적, 정신적으로나 금전적으로나...


병의원 이용은 가격 탄력성이 낮다고 알려져 있다. 즉 가격이 올라도 이용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것은 반드시 그렇진 않다. 병의원 이용 가격은 단순히 그 치료 가격뿐 아니라 치료를 받는 동안 일을 하지 못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소득 손실분, 또한 직장에 미치는 악영향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가격 탄력성은 질환에 따라서도 다르다.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따라서 보험 수가를 올리면 그만큼 의료 이용률이 떨어져 전반적인 의료인들의 실력이 감소할 수 있다. 애초에 의료인들은 관련 대학과 병의원 수련을 마침과 동시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적어도 임상 현장에서 본인 스스로의 책임 하에 환자를 수 년 이상 봐야 어느 정도 실력이 생겼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의료 수준이 세계 최고수준에 속하는 것은 바로 낮은 의료 이용 가격이 한 몫 한다는 뜻이다. 수가 올려달라는 의료인들의 요구를 함부로 들어주기도 어려운 이유가 여기 있다. 


세상에 뭐 대단한 분야 대단한 전문가들이 있는 것 같지만, 그런 분야 그런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NASA 과학자들 정도는 대단하다고 할 수 있겠다. 각 분야에서 백 년마다 한 번씩 나오는 천재들도.. 나머지는 그냥 일반적인 상식 선에서 생각하면 된다. 의료는 대단한 분야도 아니고 대단한 천재가 필요하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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