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맘대로 Dec 05. 2023

중독이 일상, 스마트폰

요즘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 속 컨텐츠들을 살펴보면, 별로 볼 게 없다. 재미있는 것들을 이미 다 봐서 그럴까? 그런데 꼭 OTT만이 아니라, 유튜브나 다른 SNS 플랫폼에서도 별로 눈길을 끄는 것이 없다. 뭘 봐도 시큰둥하고, 그래서 점점 더 자극적인 컨텐츠가 어디 없나 열심히 찾게 된다. 이 쯤되면 이건 컨텐츠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분명해진다. 그냥 어느새 중독된 거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몸에 붙이고 산다. 출근할 때나 퇴근할 때, 눈이나 귀 혹은 그 둘 다 스마트폰에 고정되어 있다. 직장에서든 누구를 만날 때든, 심지어 여행을 가서도 틈만 나면 스마트폰을 붙들고 있다. 스마트폰 화면 속 수많은 컨텐츠들이 중독을 일으키는 건지, 아니면 스마트폰이라는 매체 자체가 중독을 일으키는지 구분하는 것도 의미가 없다.각종 플랫폼 컨텐츠 제작자들은 남보다 조금이라도 더 자극적인 내용을 만드는데 온갖 노력을 다 쏟아붓고 있다. 사람들은 바로 전보다 조금이라도 더 자극적인 컨텐츠를 찾아 이리저리 손가락을 굴린다. 


무엇인가에 중독되는 것은 결국 강도의 차이일 뿐 마약에 중독되는 것과 메커니즘이 비슷하다. 정서와 감정 발달과 관련된 전전두엽피질의 손상과 스마트폰 사용과의 연관성을 밝힌 연구들은 이미 충분하다. 뇌과학의 발달로 우리 뇌 속 행복 회로가 얼마나 중독에 취약한지에 대한 연구도 많다. 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두가 스마트폰에 중독되어, 어제보다 오늘 더, 10분 전보다 지금 현재 더욱 자극적인 컨텐츠를 찾아 헤맨다. 뇌 속 행복 회로는 중독으로 인해 지루하고 반복되는 일상, 덜 자극적인 활동에 점점 더 따분함을 느낀다. 자극적인 컨텐츠에 하루 종일 노출되어 있으나 우리는 늘 심심해한다.


과거의 아이들은 지루함을 참고 책을 붙든 채로 공부했다. 하지만 이제 그런 식으로는 교육이 안된다. 인터넷 강의 속 강사들은 이제 연예인이 되어 집중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을 집중시키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각종 교육 컨텐츠들 역시 점점 더 자극적인 요소들을 넣고 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이들이 금새 흥미를 잃고 만다. 


사람들이 모여 대화를 나눌 때, 조금만 이야깃거리가 떨어지면 누구든 그 잠깐의 침묵도 참지 못해 바로 스마트폰을 꺼내든다. 스마트폰 속 컨텐츠보다 더 자극적인 이야깃거리들을 자꾸자꾸 생각해내지 않으면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내기도 어려워졌다. 사람을 만나면 그냥 같이 있는 시간 자체를 즐겨야 하는데, 중독된 뇌는 그럴 여유를 찾기 힘들다. 같이 공유할 자극적인 대화꺼리가 없는 사람들과는 더이상 만남의 이유를 찾지 못하게 된다. 


인간의 진화 속도는 매우 더디다. 언어에 익숙한 뇌를 갖게 된 것도 긴 인류의 역사에 비하면 짧다. 사람들이 글자에 익숙해지게 된 것 역시 채 수백년이 되지 않는다. 물론 수 천년 전에도 문자가 발명되어 있었지만, 다수의 사람들이 문맹에서 탈출하게 된 역사는 겨우 수백년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우리 뇌는 여전히 글자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글을 읽고 해석하는 과정에서 뇌의 다양한 부위를 골고루 사용해야 한다. 마르틴 루터가 교황청에 대한 반발로 개신교를 세운 이후, 글 해독력은 그가 머물던 수도원을 중심으로 방사상으로 퍼져나갔고, 그로 인해 프러시아를 시작으로 서유럽 국가들의 문맹률이 빠르게 낮아질 수 있었다. 그러한 문해력을 바탕으로 서유럽은 빠르게 근대화를 이루어 오늘날까지 학문과 기술의 중심이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스마트폰을 통해 접하는 자극적인 컨텐츠들은 글자보다 영상과 이미지, 소리를 주로 사용한다. 기껏 높아진 문해력이 쇠퇴할 위험에 처하게 된거다. 사람들이 글은 읽을 수 있지만, 글을 정확히 이해하는 문해력이 점점 쇠퇴하고 있다는 연구들이 속속 나오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유사 이래 가장 집중적인 교육을 시키고 있는 요즘 아이들이 갈수록 문해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보고 역시 스마트폰 컨텐츠들과 관련이 없다고 볼 수 없다. 


중독된 뇌는 시야가 좁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기 힘들다. 침착하게 판단하고 무엇인가에 깊이 몰두하기 어렵다. 중독된 뇌는 행복을 느끼기도 쉽지 않다. 행복의 공간을 남겨두지 않은채 행복 회로를 모두 자극적인 것들로 가득 채워버렸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중독된 사람들이 늘어난 사회는 과연 어떻게 흘러가게 될까.

최근 발생한, 은둔형 외톨이에 의한 살인 사건, 무차별 살인 사건, 마약이나 마취제에 취해 일으키는 교통 사고 등등이 과연 우연일까. 학부모가 스마트폰으로 끊임없이 교사를 괴롭혀 결국 자살에 이르게 만든 사건이 과연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사건들일까. 사람들이 점점 더 날카롭고 예민해지고, 자기와 다른 정치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에게 점점 더 날을 세우고,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 대한 반발이 커지고, 서로에 대한 배려가 사라지는 현상..


부동산 급등, 돈이 최우선시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도 우연이 아닐 수 있다. 인과관계를 밝히긴 어려우나, 물질주의적인 사고와 인간성에 대한 경시적인 태도는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심리학 연구 결과들이 많다. 사람들은 더이상 명예, 인간성, 사람 사이의 정과 사랑, 형평성과 같은 가치들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그 시간에 한 푼이라도 더 돈되는 짓을 하고 더 많은 돈을 벌어 이미 중독된 자신의 뇌를 자극 시키기 위한 각종 사치성 활동에 치중한다. 명품, 럭셔리 바캉스, 외제차, 남에게 더 그럴듯한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주기 위한 각종 활동 등.


마약은 어떨까? 중독의 끝은 결국 마약이다. 작년 태국에서 대마초를 합법화 했다. 그 사유는 현 정권과 왕족에 대한 반발심이 점점 높아져서라는데, 그렇게 이유 하나를 뚝 떼서 보는 것이 과연 타당할지 모르겠다. 전세계적으로 점점 더 마약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현 상황의 일부로 보는 것이 옳다. 태국은 대마초 유통 경로를 통해 필로폰과 헤로인 등 각종 불법 마약들이 유입되고 있다. 한국 역시 현 법무부장관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할 정도로 마약이 널리 퍼지고 있다. 최근 발생한 굵직한 사건들 중 마약 상습범들이 일으킨 사건들이 섞여 있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한국에서 저출산이 본격화된 것이 2016년부터다. 30만명대를 유지하던 출산율이 갑자기 20만명대로 떨어진 후 회복되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는 2016년 이후 자살 시도를 하는 청소년, 특히 여성들의 숫자가 늘었다는 통계 결과가 있다. 그 이전에도 있었던 SNS와 유튜브 등의 플랫폼 이용이 갑자기 폭발적으로 늘어난 시점과 일치한다. 플랫폼 컨텐츠의 폭발적 증가는 스마트폰에 대한 집착을 더욱 고착화시켰다. 이제 과거보다 점점 더 사람들은 스마트폰 중독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었다. 


문제는 이게 시작일 뿐이라는 점이다. 매체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경제적으로 도태될 수밖에 없다. 모바일 생태계로 세계 경제가 돌아가는 시대에, 책과 같은 텍스트 매체에 머물러 있다거나, 과거의 심심하고 지루한 업무 방식을 고집했다간 시장에서 자기 영역을 갖지 못한채 퇴출되기 쉽다. 좋든 싫든 누구나 지금의 모바일 생태계와 기술체계에 익숙해져야 하고, 점점 더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 앞으로 VR시대가 다시 열리거나 메타버스, AI 등이 대중화되면 이런 경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이제 와서 과거에 머물 수도 없다. 


어느 시대에나 늘 변화에 거스르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아마 지금도, 스마트폰을 비롯한 각종 매체에 중독되기를 거부하고, 과거의 지루한 라이프 스타일에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영상이나 이미지보다 텍스트에 몰두하는 사람들, 모바일 생태계가 주는 혜택보다 좀 더 느리고 비효율적인 업무 방식을 고수하는 사람들이 존재할 것이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정말로 도태될 것인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 것 같다. 


세상은 계속해서 돌고 돌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미래를 별로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저출산 고령화, 경기 침체 등등의 이슈가 요즘 있지만, 결국 장기적으로는 어떤 식으로든 해결될 것으로 믿는다. 스마트폰 중독에 대해서도, 어느 순간 사람들은 이 중독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바라보는 시점이 오리라 생각한다. 그 때쯤 지금의 흐름에 편승하지 않았던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더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작가의 이전글 개그맨 심현섭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