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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맘대로 Aug 06. 2023

기안84를 보다가..

나혼산이나 개인 유튜브 방송 등을 통해 기안84의 일상을 보다보면, 이 사람을 두고 왜 사람들이 특이하다고 여기는지 알 것 같다. 기안84는 남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행동을 수정한다든가, 남과 자신을 비교하는 성향 자체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는 그저 철저히 마이웨이로 사는 것 같다. 그래서 방송을 통해 엿보이는 그의 행동 하나 하나가 정제되지 않은, 그냥 날 것 그대로 보이는 것 같다. 눈 피지컬을 키운다고 햇볕을 본다고 할 때 그런 생각이 들들었다. 보통의 사람들은 혹시 눈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까 걱정할만 한데, 기안84는 그냥 자기가 그렇게 믿으면 별로 의심하지 않고 자신을 믿는 것 같다. 


그런데 창작자는 누구든지 어느 정도는 그런 성향을 가져야 버틸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성공한 웹툰 작가 몇 명만 알고 있어서 웹툰 작가들이 돈을 많이 번다고 생각 하지만, 실은 수많은 웹툰 작가들이 과로하면서 돈도 제대로 못벌고 산다. 창작물 자체의 특성이 그렇다. 아무리 열심히 창작물을 만들어도 독자가 외면하면 아무 일도 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 시간에 어디 취직해서 앉아라도 있으면 일을 잘 못해도 구박을 들을 지언정 돈은 받는다. 그런데 웹툰 작가들은 어마어마한 그림 학습량과 시나리오 연습량을 소화해야 하고, 여기에 힘들게 웹툰을 만들어봐야 독자에게 전혀 인정 못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견디는 근성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자기 스스로를 철저히 믿지 않으면 창작자로서 버티기 어렵다. 이는 다른 분야의 창작자들에게서도 보이는 공통점이다. 창작자들 중 외골수가 많은 것은 그 때문이다.


학자도 비슷한 면이 있다. 남과 비교하기 좋아하고, 남 눈치 보고, 시대 흐름과 변화에 민감한 사람, 남들과 자기 처지를 끊임없이 비교하는 사람은 학자로서 살기 어렵다. 그런 사람은 어쩌다 운이 좋아 자리를 잡더라도 쉽게 괴로움을 느낄지 모른다. 학문 분야의 흥망성쇄도 시대와 운을 타기 마련인데, 혹 시대 운을 잘 타지 못할 경우 '에이씨, 내가 뭐할라고 돈도 안되는 분야 선택해가지고..'이런 후회에 빠지지 않을까?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그런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별로 좋게 보지 않았다. 요즘은 유튜브 시대라 좀 나아졌지만, 예전엔 조금만 패션 유행에 뒤쳐져도 핀잔을 받기 일쑤였고, 유행이 지난 노래를 듣고 있으면 친구들이 구시대 사람이라고 놀리기도 했다. 뭐 하나에 끈기있게 매달리는 사람을 보면 앞에서는 "오 대단한데~" 라고 말하지만 뒤에서는 '시대 착오적' 이라고 비웃는 일도 허다했다. 세상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대처하는 사람들은 유능하게 보면서 뭐 하나에 끈덕지게 매달리는 사람은 뒤쳐진 사람이라 여기는 분위기가 있었다.


좀 더 시간이 지나봐야 알겠지만, LK99 초전도체 연구가 실패로 끝날 가능성도 높다는 이야기들이 들려온다. 그런데 그냥, 실패여도 좋으니 그렇게 하나에 끈덕지게 매달리는 사람들에 대한 인식이 좋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있다. 그런 인식은 물론 누가 노력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자연스러운 시대 변화의 결과이긴 하지만.

조금 뒤쳐진 느낌이 있어도 뭔가에 끈덕지게 달라붙고, 세상의 변화와 상관 없이 마이웨이로 가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실패한다. 대개는 몇몇만이 성공한다. 그런데 그런 마이웨이로 가는 사람들의 일부가 성공한 후 만든 것이 일본과 독일의 강소 기업들이나 장인 가게들이다. 알고보면 미국 실리콘 밸리 역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뭐 하나를 끈덕지게 파는 사람들을 독려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 있기에 오늘날 벤쳐의 메카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일단 마이웨이를 가는 사람들에 대한 시선도 차갑고, 그러다 실패를 하기라도 하면 그에 대한 평가는 잔인할 만큼 냉정하다. 


나이가 들수록 그런 생각이 든다. 어차피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생 아무리 눈치 빠르게 살다 간다 해도 결국 남이 원하는 것만 들어주다 남이 만들어놓은 소비품만 사고 갈 뿐이다. 많은 것을 이루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결국 대부분 평생 남의 욕망만 들어준 사람이 대다수다. 그런걸 생각해보면 잘 풀릴지 어떨지 몰라도 자기만의 세계에서 자기 고유의 뭔가를 구축해 나가는 사람들의 인생도 충분히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혹 실패했다 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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