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 : 추후 정리할 글.
생각은 몸이나 뇌와 분리되어 존재하지 않습니다. 앞서 말했듯 편의를 위해 몸과 뇌를 별개의 기관처럼 분리해서 말하고 있을 뿐, 뇌와 그 외의 신체 기관들은 사람이 만든 기계처럼 완전히 구분되어 있지 않습니다. 실제로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물의 발생 과정을 보면 뇌와 나머지 신체가 따로 분화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분화되는 것을 알 수 있으며, 태어나서 성장하는 동안 뇌와 나머지 신체 기관들은 서로 끊임없이 소통하고 서로를 자극하며 성장합니다. 뇌의 성장, 그리고 특정한 기능을 학습하면서 발달하는 분화 과정 자체가 몸 전체의 영향을 받으며 이루어지기 때문에, 신체의 특정 부분을 의도적으로 훼손시키면 해당 부위를 담당하는 뇌 역시 관련 기능을 발달시키지 않고 다른 신체와 관련된 기능을 발달 시키게 됩니다. 예를 들어 뇌의 각 부위는 시각과 후각, 청각에 해당하는 부위, 팔다리의 운동과 피부 감각과 관련된 부위들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습니다만, 이것은 절대적이고 뚜렷한 경계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불의의 사고로 이른 나이에 눈을 멀게 되면 시각을 담당했던 부위에 전혀 다른 감각들 - 청각, 후각, 촉각 등을 담당하는 신경이 발달합니다. 귀가 멀거나 다른 특정 감각들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그래서 맹인이나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사람은 보통의 사람들보다 다른 감각들이 매우 섬세하게 발달해 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눈을 감고 생활해 보는 체험을 한다 해서 절대로 맹인의 삶을 경험해볼 수 없습니다. 맹인은 생각 이상으로 주변 세상을 매우 섬세하고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습니다.
'아메리카 갓 탤런트' 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미국의 오래된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입니다. 2006년 당시 유능한 프로듀서이자 오디션 프로그램 기획자 사이먼 코웰이 시작한 프로였죠. 그 후 지금까지 매년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공개 오디션을 진행해 왔고, 여기서 우승이나 준우승 등을 한 사람들 중 스타가 되어 크게 성공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사실상 우리나라를 비롯한 수많은 나라들의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은 바로 이 아메리카 갓 탤런트가 원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2017년 아메리카 갓 탤런트에 'Mandy Harvey' 라는, 귀가 들리지 않는 가수가 출연했습니다. 그런데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해서 심사위원과 관객 모두를 깜짝 놀래켰는데요, 심지어 그녀가 부른 노래의 음악은 모두 스스로 작곡한 것들이었습니다. 아쉽게도 결승에서 2위에 그쳤습니다만,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하지 않을 수가 없었죠. 그녀는 매우 미약하게 들리는 소리, 그리고 진동과 같은 감각에 의존해서 작곡으로 하고 노래를 부른다고 밝혔습니다. 보통 사람으로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도 상상하거나 비슷한 느낌을 받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녀가 느끼는 그러한 미세 감각들 - 희미한 소리와 진동 등 - 을 그녀의 뇌가 어떻게 입력을 받고 느끼는지 우리는 결코 알 수 없는데, 이는 청각과 진동 등의 감각을 인지하는 뇌신경 자체가 우리와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그녀는 진동 감각을 거의 우리가 소리를 느끼는 것처럼 매우 섬세하고 높은 해상력으로 느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한 신경 구성은 한편으로 다른 청각 장애자들과 다른 그녀만의 독특한 구성일 수 있으며, 어떤 관점에서 보면 그녀는 비록 청각은 잃었지만 그처럼 정교한 진동 감각을 느끼는 신경을 타고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긴 이야기를 한 것은, 우리의 생각, 의식, 감정, 기분 모든 것이 우리 몸과 뇌의 상태 그 자체라는 것을 설명하기 위함입니다. 최근에는 장내 미생물조차 우리의 생각과 감정 등 뇌의 작용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연구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어떤 음식을 먹을 경우 그 음식을 좋아하는 미생물이 계속해서 해당 음식을 탐하도록 우리의 생각과 의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설도 가능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래서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생각이 깃든다' 라는, 고대 로마 시인 유베날리스가 쓴 시의 구절은 과학적으로 사실이라는 점입니다. 우리는 생각 이상으로 그렇게 대단한 자유의지를 가진 존재가 아닐 수 있습니다. 생각이 많으면 그냥 생각의 내용만 늘어날 뿐이지 그것이 어떤 결정적인 행동에 영향을 미치진 못할 수 있구요. 건강한 생각과 과감한 실천과 행동을 하기 위해선 그만큼 몸과 뇌가 건강하고 우리 몸 속의 수많은 생화학적 기구들이 염증과 면역 체계를 잘 조절해서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상태여야 합니다. 건강하지 않은 몸,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은 몸, 당뇨나 고혈압, 비만 등의 성인병이 있는 몸에선 결코 건강한 생각이 나올 수 없습니다. 잠깐 나오더라도 이내 '아냐, 그건 결국 실패할거야' '아냐, 그냥 이대로가 더 좋아' '아냐, 쓸데 없는 짓 하다가 망할 수도 있어' 라는 생각이 뒤이어 따르면서 생각의 물꼬를 막아버리게 되겠죠.
불교를 비롯해 천주교나 기독교, 이슬람교 등 수많은 종교들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절제하는 삶' '금욕적인 삶' 과 같은 것입니다. 이것이 마치 종교 지도자나 종교를 이용한 정치적 지배자가 민중을 통제하고 고퀄리티의 쾌락을 빼앗아버리기 위한 가스라이팅이라고 생각하기 쉽죠. 하지만 적어도 신경과학이나 생화학의 관점에서 보면, 이렇게 절제하고 금욕을 실천하는 삶은 이때까지 알아본 대로 몸을 더 건강하게 만들고 더욱 행복을 쉽게 만드는 몸으로 만들게 됩니다. 그러면 자연히 정신이 맑아지겠죠. 정신을 맑게 유지해야 절제와 금욕이 가능한 것이 아니라, 절제와 금욕을 실천해야 정신이 맑게 유지된다는 의미입니다. 절제하고 금욕한다 해서 인생에서 기쁨과 쾌락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소한 일에도 쉽게 행복해지고 즐겁고 보람 있는 일엔 더더욱 큰 쾌감을 느끼는 몸으로 바꾼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불교에서 스님으로 출가한 후 깨달음을 얻고 마음의 깊은 평안을 찾았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과연 그것이 부처님의 말씀 덕분일까요? 아니면 채식 위주의 식습관과 외부의 자극적인 도파민성 자극에서 철저히 멀어진 덕분일까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생활 습관, 꾸준히 산 곳곳을 다니며 운동한 결과는 아닐까요? 그렇게 몸이 건강과 균형을 찾게되면, 그제서야 부처님의 가르침이든 누구의 가르침이든 귀에 쏙쏙 들어오게 됩니다. 어차피 고대부터 내려오는 모든 가르침은 비슷비슷한 진리를 담고 있기 마련이지요. 결국 그 내용보다는 그것을 담을 수 있는 몸, 건강하고 균형 잡힌 몸이 핵심이라는 의미구요.
금욕과 절제를 생활화하고 매일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신부님은 어떨까요. 맛있는 것을 먹지 않아도, 여색을 탐하지 않아도, 클럽과 나이트에서 몸을 흔들지 않아도, 해외 여행을 가지 않아도 즐거울까요? 그렇게 지루하고 재미 없게 어떻게 살죠? 물론 타고난 성향도 있겠지만, 누구라도 억지로라도 그런 생활을 하다보면 그런 지루해 보이는 일상에서도 수많은 보람과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그렇다고 모두가 스님이나 신부님이 될 수 있다는 말은 아니며, 스님이나 신부님 등 종교적 지도자가 되는 분들은 어느 정도 그에 해당하는 타고난 성향 등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핵심은 눈에 보이는 것처럼 그 분들의 삶이 결코 화려한 연예인의 삶보다 반드시 더 지루하고 따분하지만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