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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노력해도 지금 이 순간을 벗어날 수 없다

by rextoys

가디언지 기자였던 올리버 버크먼은 책 <4000주에서> 인생이 유한하다는 것을 직시해야 어떤 삶을 살지 깨달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우리에게 중요한 일들을 지금 이 순간 하기 보다는 미래의 어느 순간으로 자꾸 미루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회피에 불과하다. 자기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 작품을 만드는 일, 자기 아이를 위해 시간을 쓰는 일, 자신이 꾸리고 싶은 삶을 만들어나가는 일은 모두 인내와 고통, 괴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세상 모든 중요한 일은 하루 아침에 뚝딱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고난의 시간들을 직면하면서 삶이 자기 뜻대로 되지 않을 거란 두려움에 우리는 중요한 일은 계속 미뤄둔 채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일들에 더 집중하며 바쁘게 산다.


그런데 중요한 일들을 먼 미래로 미루는 것은 마치 미래 언젠가는 그 일들을 해낼 수 있을 거란 착각에서 비롯된다. 이것이 착각인 이유는 우리가 살 수 있는 순간은 지금 이 순간 뿐이며, 미래 어느 순간에 내가 내 자유대로 그 시간을 쓸 수 있을지, 그 때가서 그런 시간을 쓴다고 그 일을 해낼 수 있을거란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일, 친구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는 일, 아이와 놀아주는 일, 체력과 지력이 충분할 때 내가 원하는 일에서 시행착오를 거치며 성과를 쌓아가는 일은 지금 이 순간, 당장 하지 않으면 나중 가서는 못하게 될 수 있다. 바로 이같은 삶의 유한함을 깨달아야 어떤 선택을 할지 비로소 알게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지금 이 순간을 만족스럽게 살아내지 못하고 있으면 쉽게 마음이 미래의 계획을 향한다. 미래 어느 순간엔 더 만족스러운 삶, 더 행복한 삶이 다가올 수 있으며, 따라서 지금 그 목표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이것은 지금 하지 못하는 일도 미래엔 가능할 거라고 단순히 미루는 것에 불과하다.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든 만족스럽게 살아내지 못하면 평생을 만족스럽게 살 수 없다. 내가 언제 죽을지 알 수 없다거나 세상이 계속해서 변화하기 때문에 그 변화를 미리 예측해서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이유도 물론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실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은 지금 이 순간 뿐이기 때문이다.


나에게 주어진 유일한 인생이 지금 이 순간 내 눈 앞에 있는 것에 불과하다고 가정하면, 갑자기 자기 삶이 쪼그라드는 느낌이 든다. 더 거창하고 멋진 인생이 늘 곁에 상상의 세계 속에 있다가 차근차근 실현될 줄 알았지만 한참 전에도,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삶이 늘 그 때 그 때 눈 앞에 있는 순간에 불과하다니. 갑자기 삶이 보잘것 없어 보인다. 그런데 실은 그것이 삶의 본질이자 한계다. 그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 법이 하나 있긴 한데 그것 역시 엄밀히는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벗어난 기분을 지금 현재 순간에 느끼는 것에 불과하다. 그것은 바로 '창작 이야기' 를 쓰는 것이다. 갑자기 주인공이 되어 비틀린 현실 속에서 사건을 해결하고 욕망을 채워 나간다. 때로는 환상의 세계를 지배하는 독재자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그것 마저도 결국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니 애초부터 나의 인생을 내가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 남은 시간을 내 의지대로 조종할 수 있다는 생각, 더 많은 돈과 자원을 얻으면 내 삶을 내 마음대로 움직일 더 많은 시간과 여유가 생길거란 생각 자체가 착각이다. 많은 돈을 벌어 언젠가 경제적 자유를 얻게 되면, 자식들이 다 커서 여유가 생기면, 지금보다 상황이 더 안정되면 그 때 하고 싶은 무엇을 하겠다는 생각은 그야말로 대단한 착각과 실수 그 자체다.


하고 싶은 무엇인가가 있고, 그게 내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일이라 생각된다면, 오늘 당장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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