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잃으면 작은 것을 잃고, 명예를 잃으면 많은 것을 잃는다. 하지만 건강을 잃으면 인생의 전부를 잃는다' 라는 말에는 누구나 동의한다. 그러나 실제로 건강의 중요성을 깨닫기는 무척 어려운데, 이것은 한편으로 건강을 잃기 전엔 그 중요성을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인생에서 건강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알기 힘든 더 큰 이유들이 있는데, 이것은 각각 사회적 차원, 인식의 차원, 생물학적인 차원으로 나눠볼 수 있다.
우선 사회적 차원을 보면, 산업화 시기를 거치며 사회 전체적으로 표준화, 전문화가 이루어졌고, 그 시기에 우리 몸을 바라보는 관점이 아직까지도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산업화 시기에 각 국가들이 중앙 정부를 중심으로 국가 운영을 체계화하기 시작하면서 국민 건강 역시 관리 및 통제하기 시작했는데, 그 과정에서 의료 전문가들에 의한 건강 관리의 독점화가 이루어졌다. 한마디로 각자의 건강을 책임지고 관리하는 것이 각 개인이 주체적으로 스스로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 전문직들에게 맡겨졌다는 뜻이다. 이는 미셸 푸코가 <감시와 처벌 >에서, 국가가 효율적인 통치를 위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관리하기 시작했다는 주장과 일맥 상통하는 이야기다.
그 시기의 관습이 그대로 남아 여전히 우리는 자기 자신의 건강은 스스로 챙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더 전문적인 지식과 장시간의 경험을 갖춘 의료 전문가들을 통해서 관리할 수 있다고 믿는다. 자기 몸에 조금만 변화가 생겨도 바로 의료 전문가에게 그 이유와 해결 방법을 묻거나 의료 전문가들이 방송이나 책,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하는 말들을 그대로 믿는 경향도 그 잔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그 어떤 의료 전문가들도 개개인의 건강을 전부 관리할 수 있을만큼의 지식을 모두 습득했거나 관련된 기술적 훈련을 받지 않았으며, 그 어떤 의료 전문가도 전세계의 전체 의료 지식과 기술 중 극히 일부만을 익혔을 뿐이다. 또한 애초에 아무리 의료 지식이 부족하다고 해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실천하는 것은 전적으로 자기 자신의 몫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처럼 전문화된 의료 환경에서는 그런 생각을 하기 쉽지 않다.
건강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는 두 번째 중요한 이유는 인식의 차원에 있다. 이것은 건강이 인생에 미치는 영향, 즉 건강한 상태와 건강하지 못한 상태가 인생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고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그 인과관계를 스스로 알아내기 힘들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능을 가진 모든 생물은 그 지능을 사용해 현상의 인과관계를 파악하는데 총력을 기울인다. 지능이 없는 생물은 특정한 형태나 색 등의 특징을 보고 먹이나 천적, 동료와 짝짓기 대상을 구분하는데, 이것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본능에 속한다. 그보다 발달한 지능은 원인과 결과를 파악해서 어떤 행동을 취할 때 이득을 얻거나 피해를 입는지, 어떤 환경에서 이득을 보거나 피해를 입는지 각각의 상황에서 원인과 결과를 짝을 지어 기억한다. 지능이 낮은 동물에서는 이것을 단순하게 조건화라고 부르고 인과관계 파악은 인간과 같은 고등동물이 하는 것으로 보지만, 결국 미래에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미리 그런 결과를 얻기 위한 원인을 짝짓는다는 측면은 같다고 할 수 있다.
거의 모든 학문적 연구는 결국 인과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도 할 수 있다. 자연계의 현상을 그저 관찰하고 나열하는 것으로는 의미 있는 지식이 되기 힘들다. 모든 학문은 과거를 위한 것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목적으로 연구되고, 그러기 위해서는 현상 뒤에 숨은 인과관계를 밝혀야 한다. 인간 사회를 탐구하는 인문학과 사회과학 등의 학문 역시 궁극적으로는 변하지 않는 인간 사회의 원리를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그 원리라는 것은 결국 쪼개 보면 인과관계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것은 결국 '왜'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의미로 나타낼 수 있는데, 왜 그런 결과가 나왔을까? 알고보니 이러이러한 요소들이 작용해서 그런 결과를 만들었다라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인과관계를 밝히기 무척 어렵거나 거의 불가능한 것들도 많다. 특히 인간사회의 변화나 개인의 생각, 마음, 행동과 같은 것들은 수많은 연구 지식들이 축적되어 왔지만 대부분 그 어떤 경우에도 '확실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결론 내리기 어렵다. 공학 기술처럼 사람이 만들어낸 기계들은 애초부터 직접 사람이 인과관계를 조작해가며 실험하고 만들기 때문에 새로운 현상이 관찰되어도 곧 다시 그에 대한 인과관계를 생각해낼 수 있지만, 인간 사회와 개인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역사적 사실과 그에 대한 인과 관계 기술도, 경제 현상의 원인 분석도, 사람의 마음에 대한 연구들도 알고보면 무엇이 원인이고 결과인지, 혹은 전혀 엉뚱한 다른 원인이 있는데 발견 못한 것인지 알지 못하는 것들이 많다. 이것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제멋대로 실험할 수 없기 때문에 나타나는 한계이기도 하다.
건강의 영향과 효과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실제로 건강한 상태와 그렇지 못한 상태일 때 내 인생에 어떤 차이가 나타날지 알 수도 없고 예측도 하기 어렵다. 내가 과감한 행동을 취하고 용기 있는 일을 해낼때, 그게 과연 내 몸이 건강해서인지, 아니면 건강과 상관없이 내 성격이 그냥 리스크를 잘 거는 성격이어서인지, 혹은 둘 다가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없다. 내가 건강하지 못할 때 큰 실수를 했다면, 그게 내가 건강하지 못해서인지, 운이 나빠서인지, 아니면 내가 타고난 성격이나 능력의 한계로 어쩔 수 없이 실수를 한 것인지도 알 수 없다.
이것은 자기 자신 뿐 아니라 남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의지력' 과 '노력' '정신력' 을 강조해왔다. '안되면 되게 하라' 라는 익숙한 구호는 우리 사회가 정신적인 노력과 의지를 그만큼 중요하게 여겨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타고난 자질이 부족해도,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한편으로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인과관계를 모르는데서 오는 무지에 불과할 수도 있다. 어떤 학생이 하루종일 앉아서 공부를 하거나 어떤 작가가 꼼짝없이 앉아서 작품을 만든다면, 그것은 과연 의지만으로 가능한 문제일까? 건강이 안좋아 혈액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는 사람은 하루종일 앉아서 뭔가를 꾸준히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비만과 당뇨 등 성인병이 있는 사람이 계속 음식을 끊지 못하는 것은 과연 의지의 부족 때문일까? 몸과 마음이 건강하지 않을 때 이렇게 음식을 의지와 노력으로 중단하는 것이 가능할까?
사람마다 건강 수준이 무척 다르다. 의료적 진단을 받지 않은 상태라 해도, 만성 질환이 있거나 장애가 있는 상태라 해도 건강 수준은 다를 수 있다. 건강을 어떻게 정의하는가에 따라서 건강 수준은 사람마다 큰 차이를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 그런데 우리는 평소에 그런 생각을 거의 하지 않는다. 알고보면 사람마다 다른 건강 상태가 일상에서 겪는 수많은 일들을 할 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중요한 선택의 순간마다 어떤 효과를 내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 이것은 아마 앞으로도 학문이나 기술적 분석으로도 파악하기 어려울 것이다. 자기 몸의 건강은 결국 자기 자신만이 가장 정확히 알 수 있는 입장에 있으며, 자신의 건강 상태가 스스로의 인생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역시 자기 자신만이 알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건강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라는 사실을 모르는 세번째 이유는 생물학적 차원의 원리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 델포이 아폴론 신전 입구에 새겨져 있던 격언, 소크라테스가 자주 인용했던 그 문구 '너 자신을 알아라' 는 말이 지금까지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인용되고 회자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당연히 내가 나 자신을 아는 것이 무척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은 단순히 자기 내면을 살펴보지 않아서라든가 어리석어서 그런게 아니다.
사람의 뇌와 정신 세계에 대한 생물학적인 연구가 쌓이면 쌓일수록, 사람의 마음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복잡하다는 사실이 계속해서 밝혀지고 있다. 과거에는 사람의 정신 세계를 단순한 기계로 파악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 특정한 생각을 한 후 이를 말로 표현한 다음 어떤 행동을 하면, 이 사람의 생각이 말과 행동을 낳게 된다고 쉽게 판단하곤 했다. 즉 생각이 원인이고 말과 행동이 결과라고 여겼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런 관점에서 벗어나 뇌를 더욱 깊게 탐구하면 할수록 인간의 정신세계는 인과관계가 뚜렷하지 않을 뿐 아니라 어떤 면에서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것들이 마치 인과관계처럼 보이는 일도 있다는 사실들이 밝혀지고 있다.
일상에서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예는 호불호, 그리고 선택을 만드는 생각이나 감정에 대한 것이다. 내가 누군가를 좋아할 때, 왜 그 사람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백 가지 넘게 댈 수 있다고 하더라도, 어떤 이유에서든 그 사람을 싫어하게 된다면 갑자기 그 이유들은 모두 왜 그 사람을 싫어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이유로 둔갑해 버리는 일을 누구나 겪었을 것이다. 이것은 결국 호불호의 감정의 이유로 들은 항목들은 실제로는 인과관계 측면으로 원인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떤 사람이 좋다면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된 원인은 어딘가에 있지만 정확히 알 수는 없고, 다만 좋아하는 감정이 생겼으니 그 다음에 우리의 뇌가 그 이유를 그럴듯하게 만들어낸다는 뜻이다. 싫어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로, 뇌가 생각해낸 이유들은 실제로는 그 사람을 싫어하는 근본 원인과 아무 상관 없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남자가 '대화하는데 코털이 삐져 나왔다' '밥 먹는데 깨작깨작 거린다' 라는 이유로 싫어지게 되었다고 말하는 여자가 있다. 하지만 코털과 깨작깨작은 그 여자가 그 남자를 싫어하게 된 원인과 아무 관련이 없다. 그냥 어떤 이유에서든 그 여자는 그 남자가 싫었고, 뇌는 모든 것에 인과관계를 만들어야 스스로 편해질 수 있기 때문에 떠오르는 아무 이유나 갖다 붙인 것 뿐이다. 어떤 여자가 착하고 마음이 따뜻해서 사랑하게 되었다는 남자의 경우도, 실제 그녀에 빠진 이유는 전혀 의외의 것일 수 있다. 뇌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아무리 정교하고 복잡하게 연구 설계를 해도, 내가 무엇을 좋아한다면 왜 좋아하는지에 대해 명확히 밝히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뜻이다. 예전에 대중 가요 중 배슬기의 '말괄량이' 에서 '내 어디가 좋은 거니..내 몸매가 좋아?...내 얼굴이 좋아?...나의 엉덩이가 좋아?' 라는 가사 내용이 있었다. 그리고 이 질문을 받은 상대방은 그에 대해 결코 정확한 답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본인도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 뇌는 감정과 생각이 일치하지 않을 때가 많고, 더군다나 감정, 생각, 행동 등 모든 것이 일치하지 않을 때도 많으며, 각각의 요소들이 서로 무척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똑바로 바라보거나 판단하기 힘들며, 소크라테스가 강조했던 그 문구가 무색할만큼 우리 자신에 대해서 알기 어렵다. 최근 한국에서 MBTI가 유행했던 것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동안 사회적 기준에 맞춰 자신을 억압하고 사느라 스스로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욕망이 쌓이고 쌓이다 시대적 변화를 맞아 억눌렸던 욕망이 폭발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그만큼 자기 자신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욕망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알면 알수록 우리 뇌 자체가 우리 스스로를 알기 어렵게 만드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근거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여기에 건강 상태가 우리의 감정과 생각을 관장하는 뇌기능 전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이 계속해서 밝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장이 좋지 않으면 부정적인 감정이 들고 부정적인 생각이 계속 떠오를 수 있으며, 머리 아래 장기와 혈관에서 발생하는 염증이 머리 속에서 염증을 일으켜 여러가지 정신적인 질병을 일으키며 생각과 판단 기능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한다. 비만이나 당뇨, 그 외 영양소를 섭취하고 처분하는 기능과 관련된 에너지 대사에 이상을 일으키는 질병으로 인해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기능도 크게 달라질 수 있으며 반대로 건강수준이 높은 경우 그 자체로 긍정적인 생각과 행복한 감정에 쉽게 젖어들 수 있다.
문제는 그렇게 건강 상태가 우리의 정신 세계에 큰 영향을 미쳐도, 우리는 그것을 쉽게 무시하게 되는 원리가 뇌에 숨어 있다는 점이다. 뇌는 뇌 신경세포 안에서 발생한 문제의 원인을 의식 수준에서 인지하게 만들지 못한다. 즉 건강이 좋지 않고 질병 문제로 뇌 속 신경세포들에 문제가 생겨 불안과 우울, 강박 등의 정신적 문제가 발생해도, 우리가 그 원인을 정확히 짚어내는 것은 여간해선 어렵다. 이는 일차적으로 뇌에 통각 수용기가 없다는 이유도 있지만, 진화적으로 생존 전략상 외부에서 원인을 찾는게 생존에 더 유리해서였을 수 있다. 즉 실제로 뇌에 문제가 생겨도 그 문제에 집중하기 보다는 외부적인 활동을 통해 현실에서 더 많은 자원을 얻고 천적 등 위험 요소를 피하도록 만들거나 전염병에서 피하기 위해 집에 웅크리고 있도록 만드는 것이 생존에 유리했을 수 있다는 뜻이다.
어떻게 보면 건강한 상태의 뇌와 건강하지 못한 상태의 뇌는 다른 뇌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두 뇌가 행복을 느끼는 수준도 다르고 스스로 떠올리는 생각의 내용도 다르며 각각의 상황일 때 욕망하는 것,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고 혐오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것은 나이가 들어 몸이 늙고 병들었을 때의 나의 뇌와 건강하고 어린 시절 나의 뇌 역시 다른 뇌로 볼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우리 스스로는 우리 자신을 연속된 하나의 자아로 인지하기 때문에, 건강할 때의 나와 건강하지 않을 때의 내가 달라졌다는 것, 어릴때의 나와 늙고 병든 내가 다른 '나'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래서 건강 상태가 점점 나빠져서 자꾸만 쉽게 불안해지거나 우울해지고, 위험한 상황을 피하려 하고 쉽게 겁을 먹고 생각이 꽉 막히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한다. 혹 알아차리더라도 그게 건강 상태의 문제, 즉 질환으로 인해 뇌에 지속적인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라는 사실까지 알아차리진 못한다. 건강할 때의 나와 지금의 나를 하나의 연속된 나로 느끼기 떄문에 내가 변했다는 것까지 알아차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건강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지 못할 뿐 아니라, 건강 행동을 유지하고 지키지 못하는 가장 강력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건강이 악화된 상태에선 중독에 쉽게 빠지는데, 그래서 음식을 먹으면서 점점 몸이 나빠지고 정신적으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해도 '맛있으면 0 칼로리야' '맛있는 음식을 먹지 않음으로 인해 생기는 스트레스가 더 나빠' 라고 생각하면서 더더욱 음식 중독에 빠져드는 자신의 태도를 합리화 시킨다. 여간해서는 여기에서 빠져나오기 힘든 이유는 앞서 설명했듯,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겨서 과거의 나에 비해 지금의 내가 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제3자가 그걸 지적해도 방어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건강이 안좋을수록 더욱 심해진다. 예를 들어 주위에서 '너 요즘 쓸데 없는 것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너무 쉽게 화낸다' 라고 말하면, '지금 세상이 그만큼 어수선하고 어? 살기가 점점 힘든 난장판이 되고 있잖아' 라고 반발한다. 자기 뇌의 문제를 알아차리지 못해 인류 역사상 단 한 순간도 잠잠했던 적이 없는 세상 탓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나 역시도 내게 있던 건강 문제가 나의 가치관이나 인생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선택들, 피하거나 싫어하는 것들, 그 외 알 수 없는 방식으로 나의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전혀 몰랐다. 실은 애초에 내 건강 문제가 무슨 영향을 미쳤을 거라고는 아예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냥 정신력과 의지만 있으면 뭐든 가능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꾸만 내가 다른 사람들과 현실을 보고 판단하는 방식이 매우 다르다는 것을 일상에서도 자주 느꼈고, 그것이 그냥 내가 특이한 성향을 갖고 태어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곤 했다. 그냥 다양성 차원의 문제에 불과할 뿐이라고 여겨왔고, 그래서 건강 문제가 인생에 미치는 영향이 생각 이상으로 엄청 클 수 있다는 것, 더 나아가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살았다.
그래서 건강의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건강이 인생에 끼치는 막대한 영향을 알아차리기 위해서는, 우리 몸과 마음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다. 그런데 인간의 몸과 마음을 설명하는 수많은 학문들, 즉 생물학, 생리학, 생화학, 뇌과학, 의학의 수많은 분야, 심리학 등등은 깊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점점 더 쉽게 파악하기 힘들어지는 특성이 있다. 모든 학문이 그렇겠지만, 그 어떤 지식도 결국 깊이 파고들수록 간결하게 설명하는 데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복잡한 세포, 기관, 조직, 장기들이 유기적으로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단순한 생물조차 그 작동 원리를 파악하기 힘든데 하물며 인간과 같은 고등동물은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다소 단순화 시키고 때로 과장시키는 방식으로 우리 몸의 작동 원리를 설명하고 건강 문제가 인생에 있어 왜 그렇게 중요한지, 아니 어쩌면 거의 모든 것일 수 있는지를 차근차근 설명해 보려 한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보기엔 부족하거나 틀린 부분이 많겠지만, 그럼에도 단순화시키고 왜곡시켜서라도 받아들이고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건강해지기 위해 필요한 것은 결국 타고난 몸을 기반으로 최대한의 건강 행동을 실천하고 습관화 시키는 것인데, 그 과정에서 받아들이기 쉽게 이해를 하는 것이 그냥 복잡해서 잘 모르겠다 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한 건강 행동 신념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꾸준한 실천을 위해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