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맑지 않으면 자꾸만 강박에 빠지거나 완벽주의에 빠진다. 그런데 이 때 '머리가 맑다' 라는 개념은 저 어딘가에 있는 뜬구름 잡는 개념 혹은 신비롭고 영적인 느낌이 든다. 사실 고대부터 근대까지 인류는 몸과 마음을 분리해서 생각해왔고, 그래서 몸의 건강과 정신 상태는 전혀 별개의 것으로 생각했다. 중세시대 미친 사람들에 대한 마녀사냥은 지금의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예를 들어 다리가 아픈 환자를 보고 넌 왜 걷지 못하냐 마귀냐! 하면서 살인을 했던 것과 다름 없다. '머리가 맑다' 는 것은 현대적 관점으로 보면 몸이 건강한 상태라 당연히 몸에 속한 뇌라는 기관 역시 건강한 상태라는 뜻이다. 머리가 맑지 않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몸이 건강 상태에 있지 않고 자꾸 무리를 하기 때문에 뇌 역시 건강하지 않은 상태라는 의미다.
루틴의 중요성은 오랫동안 수많은 현자들에 의해 입증되어 왔다. 다만 그 원리가 최근에서야 밝혀지고 있을 뿐이다. 루틴이란 쉽게 말해 매일 기계적으로 하는 일련의 일들을 뜻한다. 매일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고, 매일 어학과 필요한 공부를 하고, 매일 책을 읽고, 매일 운동을 하고, 매일 일을 하는 것은 인생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여기엔 장기적으로 자신을 발전시키고 성과를 만들기 위해선 매일 기계적으로 하는 일들이 축적되어야 한다는 의미도 물론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알고보면 인간의 삶은 오늘 하루가 전부이며, 따라서 오늘 기계적으로 하는 일은 인생 그 자체와 같고, 오늘 하지 않은 일은 남은 인생에서도 하지 않게될 거란 사실이다.
생물로서의 인간의 몸은 생체시계를 갖고 있다. 지구의 자전과 공전, 태양과 달의 위치 등등 자연의 주기적인 운동에 맞춰져 같이 진화된 흔적이 바로 우리의 생체시계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인간의 몸은 아침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고 밤이 되면 잠을 자고 그 다음날 똑같은 일상이 반복된다. 이에 따라 우리의 몸 상태나 정신 상태도 아침, 점심, 저녁, 밤 동안 조금씩 변하며 이것은 하루를 주기로 반복된다. 따라서 오늘 아침에 무엇을 하고 싶다면 그것은 다음날 아침에도 하고 싶을 가능성이 높고, (아침 식사와 운동이라든지) 오늘 점심에 하기 싫은 일은 다음날 점심에도 하기 싫을 수 있다. (직장에서 하기 싫은 일을 하는 것) 물론 긴 시간이 흐르고 나면 우리의 몸과 정신 상태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그 때는 하루동안 각 시간대별로 하고 싶거나 하기 싫은 일들이 지금과는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을 지금 시점에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나와 비슷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 중 먼저 나이든 사람들이 현재 어떻게 사는지를 보면 알 수 있을까? 문제는 미래에 내가 살 세상과 현재 그 사람이 살 세상은 매우 다른 세상이라는 점이다. 이것은 가볍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모든 것이 파괴되었던 2차세계대전이 끝난 것은 겨우 80년 전이다. 80년은 기껏해야 3세대에 불과하고, 그 때 살던 사람 중 지금도 살아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이에 세상은 엄청나게 변했고, 지금은 AI와 로봇의 발전으로 갈수록 변화의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래의 내가 어떤 것을 원하게 될지 지금 예측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따라서 우리의 인생은 오직 오늘 하루가 전부라고 봐도 무방하다. 미래 언젠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것은 오늘 해야 할 일이다. 오늘 그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조금이라도 그 일을 하지 않았다면, 앞으로도 평생 그 일을 하지 않게될 수 있다. 왜냐면 오늘 안했다는 것은 오늘 별로 하고 싶지 않은 일이라는 이야기고, 그런데 오늘과 다를 바가 없는 내일 그걸 하고 싶어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별로 내키지 않아 그 일을 하지 않은 오늘이 내일부터 5년, 10년 이상 쌓여서 결국 평생 그 일을 하지 않게 된다. 미래의 어느 시점에선가 그 일을 하고 싶어지거나 하게 될 수도 있지만, 그건 지금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은 아무 의미가 없다.
이것은 다시 말해 지금 시점에서 내가 언젠가 하고 싶은 일들이 떠오른다면, 그 모든 것은 오늘 전부 조금이라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왜냐면 오늘이 내 인생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사업을 하고 싶다면, 그 사업에 대한 구상을 오늘 조금이라도 해야 하고, 학문 연구를 하고 싶다면, 그 학문에 대한 연구 논문 한 줄이라도 온르 읽어야 한다. 언젠가 운동을 해서 몸을 튼튼히 하고 싶다면, 오늘 당장 운동을 시작해야 하고, 연애를 하고 싶다면, 오늘 당장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문자라도 하든가 그런 사람이 없으면 자기 외모를 가꾸든 누군가에게 소개를 부탁하든 뭐라도 해야 한다. 언젠가 세계 여행을 하고 싶다면, 하지만 오늘 떠날 수 없다면, 그 세계 여행에서 어디를 갈지 가서 뭐할지 등의 계획을 오늘 조금이라도 세워야 한다. 어학 공부를 하고 싶다면 해당 어학 공부를 오늘 단 5분이라도 해야 한다. 오늘이 내 인생의 전부이기 때문에, 오늘 하지 않은 일은 어차피 반복되는 내일도, 그 다음날도, 그리고 평생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매일 반복적으로 루틴을 지키며 사는 것이 인생의 전부라는 말은, 대단히 지루하고 갑갑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기계적으로 한다는 말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매일 조금이라도 해야 한다는 뜻이지 반드시 시간을 지키고 범위를 정해놓고 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뭔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지속적으로 하기 싫은 것이 있다면 루틴에서 빼면 되고, 추가로 언젠가 하고 싶은 일이 생긴다면 그것을 루틴에 추가하면 된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인생이란 결국 오늘 하루가 전부라는 진실을 직면하고 거기에 남은 인생의 모든 것을 집어 넣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언젠가 무엇을 할거야, 언젠가 무엇을 이루면 좋겠다 하며 지금 갖지 않았지만 언젠가 갖게될 것을 꿈꾸면서 현재의 일상을 비관하곤 한다. 그럴 필요가 없다. 언젠가 갖고 싶고 이루고 싶고 하고 싶은게 있다면, 그걸 그냥 오늘 하루의 루틴에 집어 넣으면 그만이다. 왜냐면 그 언젠가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인생이고, 나에게 주어진 인생은 오늘 하루 뿐이니까.
여기까지는 다소 철학적인 내용일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하이데거의 실존 철학 등 과거에도 이와 관련된 연구들이 충분히 논의된 바 있다. 그런데 여기에 한가지 더 얹어야 할 것이 있다. 그렇다면 매일 하루의 인생, 나에게 전부인 이 하루의 인생을 기계적으로 루틴하게 지키며 살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이 부분이 앞으로 내가 길게 풀어서 하고 싶은 이야기다.
나는 여태까지 거의 평생을 환자로, 잦은 통증과 불편 속에 살면서 누구에게도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삶의 많은 부분을 회피하고 미루며 살았다. 하지만 건강을 찾기 시작하면서 생각이 매우 달라졌다. 생각이 달라진 이유는 의지나 정신력으로 내 생각을 고쳐먹었기 때문이 아니다. 말 그대로 건강하게 사는 법을 찾았기 때문에, 실제로 몸이 건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어느 날 의지와 노오력으로 앞으로의 인생은 회피하고 미루지 않겠다! 라고 마음 먹은 게 아니다. 인과관계가 철저히 잘못되었다. 그게 아니라 몸이 건강을 찾게 되니 그런 마음을 먹고 실천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뜻이다. 몸과 뇌가 건강하지 않은 상태에서 의지와 노오력 따위는 행동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 그저 비슷한 논리가 머리 속에서 뱅글뱅글 돌 뿐. 결국은 가장 중요한 것이 '건강' 이고, 건강해야 생각과 마음을 바꿔먹고 행동과 실천으로 옮길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그 중간에 끼어 있는 '생각과 마음을 바꿔먹는 과정'은 애초에 별로 상관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부터 나는 작가가 꿈이었다. 내가 무슨 일을 하든, 뭘로 돈을 벌든 아무 상관이 없었다. 심지어 작가로 돈 한 푼도 못벌어도 상관 없다고 생각했고, 나의 생각과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줄 극소수만 있으면 내 인생은 성공한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좀 더 세부적으로 말하면 나는 '만화작가' 같은 것이 꿈이었는데, 만화가와도 뭔가 좀 다르다.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글을 쓰고, 거기에 내 그림을 얹어 더 이해하기 쉽게 내가 하고자 하는 생각과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작가 - 이것이 내가 꿈꾸던 것이고 그래서 그냥 작가도, 삽화가도, 만화가도 아닌 '만화작가' 라는 애매한 말을 쓰겠다.
언젠가는 꼭 본격적으로 만화작가로 글과 만화를 만들어야지 하면서도 자꾸 미루기만 했다. 글을 쓰긴 했지만 소심하게 일기장에만 썼고, 만화 그림을 연습하긴 했지만 실력이 안된다는 이유로 직접 그려내지를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결국 많은 것이 건강 문제에서 비롯된 불안과 강박, 완벽주의 때문이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엔 인생을 살면서 내가 인생과 세상에 대해 가졌던 수많은 생각과 느낌들이 포함되어 있다. 언젠가는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자꾸만 미뤄왔다. 하지만 인생은 오늘 하루가 전부이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매일 조금씩이라도 이것을 만화와 글로 풀어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엔 건강에 대한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고, 마침 최근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이기도 해서 앞으로 긴 시간에 걸쳐 건강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나의 경험과 그동안 공부했던 것들을 녹여내어 '만화 글' 로 써볼 생각이다.
결론적으로 나의 인생은 오늘 하루가 전부라는 진리를 깨달은 것도, 남은 평생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지금 예측하기에 70넘어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그 일을 오늘의 기계적인 루틴에 전부 우겨 넣어야 한다고 깨달은 것도, 언젠가 꼭 만화 작가가 되고 싶다면 그와 관련된 만화글을 오늘 당장 한 줄이라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도, 이렇게 내가 만들 이야기들이 엉망에 모순되는 점이 많아도 무작정 만들고 보기로 결정한 것도, 전부 최근에서야 되찾은 건강 덕분이다.
오래전부터, 언젠가 일에서 완전히 은퇴하면 뭐할까 생각해둔 것이 있었다.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고, 하고 싶은 분야 공부를 하고, 어학을 공부하고, 내가 표현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만화글로 만드는 것 - 나는 지금 매일 그것들을 하거나 조금이라도 관련 있는 일들을 실천하고 있다. 나는 글도 잘 못쓰고 만화도 잘 못그린다. 하지만 언젠가는 꼭 하고 싶었던 일이라 오늘, 지금 하고 있다. 언젠가는 나도 남들처럼 건강하게 하루하루 살 수 있지 않을까 평생을 기대해 왔다. 방법을 찾은 지금, 나는 오늘부터 그렇게 살기 위해 필요한 실천을 하고 있다. 앞으로도 언젠가 나중에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꼭 오늘 하루의 루틴에 넣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