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이들에게 설탕이란

by 치의약사 PENBLADE

한 때 유튜브를 통해 백종원 쉐프가 온갖 요리에 설탕을 넣는 조리법이 널리 퍼진 적이 있다. 어떤 요리든 설탕을 넣은 순간 실패할 수 없는 맛있는 요리로 탈바꿈한다는 것을 깨달은 사람들이 백종원 레시피라는 태그를 달아 설탕을 듬뿍 넣은 요리법들을 SNS와 소셜 미디어로 공유했고, 제 아무리 요리를 못하는 사람도 설탕을 넣으면 중간은 가는 요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경험담이 퍼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 시기 언저리에서 비만을 비롯한 각종 대사성 질환에 대한 연구들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설탕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전문가들의 주장도 한 켠에서 그 영향력을 넓히고 있었다.


설탕의 위해성에 대해선 오래전부터 연구가 되어 왔지만, 설탕이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여러 정신질환의 발병 원인과 직접적으로 관련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밝혀지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그 메커니즘이 복잡하고 여전히 모호한 부분이 많아서 아직까지도 음식이나 음료에 설탕을 비롯한 정제당을 넣어 만드는 것에 대해 그다지 거부감이 없는 편이다. 특히 외식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식당이든 밀키트 업체든 다수의 입맛을 맞추려면 아무래도 여전히 당분을 듬뿍 넣을 수밖에 없을테고, 사람들 역시 그런 음식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에 설탕과 정제당이 대충 여러가지로 몸에 안좋다는 것은 대부분 알고 있지만 그 위험성을 그리 크게 느끼진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식사 사이에 마시는 카페 음료 대부분이 설탕을 비롯한 정제당이 기본으로 들어가며, 그 시원하면서도 달달한 맛은 하루 중 쌓이는 업무나 학업 스트레스를 한 순간에 날려버리는 쾌감을 느끼게 하기 때문에 굳이 당분을 절제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적어도 예민이들, 즉 뇌신경세포가 민감해서 감정적으로 쉽게 피로를 느끼는 사람들은 설탕을 비롯한 정제당의 위험성에 대해 미리 좀 진지하게 알아둬야 할 필요가 있다. 어쩌면 덜 예민한 사람들에겐 설탕 섭취가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어도 예민한 신경세포를 가진 사람들에겐 생각 이상으로 큰 문제가 될 뿐 아니라, 그로 인한 악영향이 오늘도 하루하루 축적되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쉽게 감정적 피로를 느끼거나 기분 변화를 많이 겪는 예민이들일수록 '당 떨어진다' 라며 정제당이 다량 함유된 음료나 스낵을 더 자주 찾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더더욱 문제가 될 수 있다.


요즘은 생물학과 거리가 먼 길을 걸어온 사람들도 '뇌가 일차적으로 사용하는 에너지원은 당분(포도당)이다' 라는 문장이 익숙할 것이다. 그리고 이는 어느 정도 맞는 말이긴 하다. 우리 몸에서 가장 쉽게 에너지를 뽑아 쓸 수 있는 분자는 당분, 즉 글루코오스(glucose, 포도당)이며, 많은 세포들이 이 당분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뇌라고 예외일리 없다. 적혈구 같은 경우 에너지원으로 100% 포도당을 사용한다. 하지만 모든 장기의 모든 세포가 일차 에너지원으로 포도당을 사용하는 것은 아닌데, 예를 들어 심장이나 대장은 일차 에너지원으로 지방산을 사용하며, 포도당이 과잉일 때 어쩔 수 없이 이것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지만 효율도 떨어지고 심장과 대장 세포 역시 그 과정에서 무리를 하게 된다.


뇌는 겉보기엔 심장이나 대장과 달리 분명 일차 에너지원으로 포도당을 사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조금 다른 부분이 있다. 우선 우리가 말하는 뇌의 기능 대부분은 뉴런이라는 뇌신경세포를 의미한다. 뉴런은 색소 없는 투명한 뇌척수액에 떠 있으며, 혈액과 직접 닿아있지 않다. 아무래도 중요한 세포이기 때문에 병원균과 염증세포, 불순물도 함께 돌아다니는 혈액과 직접적인 접촉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진화된 것으로 보인다. 그 대신 '성상세포'(astrocyte)라는, 뉴런을 챙겨주고 돌봐주는 매니저 역할을 하는 세포가 혈액과 직접 소통하며 이 때 혈액 속의 포도당을 성상세포가 직접 흡수한다. 그 후 성상세포는 뉴런에게 이 포도당을 먹기 좋게 '요리'를 해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 요리된 분자는 바로 젖산(lactate)과 케톤체(ketone bodies)이다. '키토 식단' '케톤 다이어트' 라고 말할 때 그 키토, 케톤이 바로 이 케톤체다. 탄수화물 섭취가 많지 않으면 성상세포는 대부분의 혈액 속 당분을 주로 젖산과 케톤체로 만들어 뉴런에 공급할 수 있게 되는데, 이 젖산과 케톤체는 뉴런 입장에서 가장 효율적인 에너지원이자 가장 '뒷탈 없는' 에너지원이라고 할 수 있다. 단, 이 때에도 뉴런은 적당한 양의 포도당을 사용하는데, 이 때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쓰기 보다는 항산화 물질 즉 세포 내 지저분한 폐기물을 없애기 위한 물질을 만드는 데 사용하게 된다.


물론 뉴런도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쓸 수 있다. 하지만 포도당은 뉴런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사용하는 연료' 정도 취급을 받는데, 이는 뉴런이 젖산과 케톤체를 에너지원으로 쓸 때 NAD+ 라는 성분을 보존할 수 있는 반면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쓸 땐 NAD+를 고갈시키기 때문이다. 이 NAD+는 뉴런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손상된 미토콘드리아 (즉 에너지 기관)를 청소해서 늘 깨끗한 환경을 유지하는데 사용된다. 즉 뉴런은 활기차게 움직이고 건강을 지키기 위해 가급적이면 성상세포가 포도당을 요리해서 만든 케톤체와 젖산을 연료로 삼고 싶어하며, 어쩔 수 없는 경우 포도당을 연료로 사용할 수밖에 없지만, 이 때는 자신을 건강하게 유지해줄 NAD+ 라는 성분을 고갈시킬 수밖에 없다.


그런데 만약 혈액 중에 포도당이 넘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여러 복잡한 메커니즘에 의해 포도당이 뉴런에 과잉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이렇게 과잉으로 들어간 포도당은 어쩔 수 없이 뉴런이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게 된다. 이렇게 뉴런이 과잉의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면 거꾸로 항산화 물질이 소실될 뿐 아니라 뉴런 내부에 있는 에너지 엔진 기관인 미토콘드리아가 지쳐 쓰러지거나 죽어서 폐기물을 남기는 일들이 늘어나게 된다. 그로 인해 뉴런은 비실비실 피곤하고 힘겨워하다 픽 쓰러지거나 염증을 일으키게 되고, 이렇게 지치고 염증이 난 뉴런들이 늘어날수록 불안과 우울, 강박을 비롯해 그보다 더 심각한 정신질환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실제로 아직 연구중에 있고 인과관계가 뚜렷하지 않지만 알츠하이머 치매와 이같은 뉴런의 포도당 과잉 사용이 관련이 있다는 연구가 보고된 바 있다.


비유 하자면, 식재료를 건강식 요리사 (성상세포)가 잘 요리해서 주면 건강도 지키고 힘도 잘쓰고 속도 편안하다. 하지만 요리사를 거치지 않고 식재료를 날 것으로 먹으면 우리 몸이 감당을 못하니 속도 불편하고 몸이 안좋아질 수밖에 없다. 물론 어쨌든 뭔가가 들어갔으니 비효율적으로나마 어느정도 힘은 낼 수 있을 것이고 아무것도 안먹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건강은 점점 더 쇠퇴할 것이다.


뇌 속 뉴런이 포도당 말고 젖산과 케톤체를 더 좋아한다는 가설은 30여년이 넘은 가설이다. 그러나 그동안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다가, 10여년 전부터 미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 비만을 비롯한 대사 질환, 그리고 그와 관련된 정신 질환 문제를 연구하면서부터 다시 주목받게 되었다. 이같은 연구 흐름에 따르자면, 설탕을 비롯한 정제당 섭취는 단순히 비만 뿐 아니라 정신 건강까지 직접적으로 위협할 수 있는 폭탄을 먹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사탕수수를 우적우적 씹어먹거나 과일을 생으로 씹어 먹는 것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 속에 포함된 섬유질이 당 성분이 빠르게 혈관으로 흡수되는 것을 막기 때문이다. 즉 같은 무게의 당분도 정제해서 먹는 것과 섬유질과 함께 먹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로, 후자의 경우에만 몸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뉴런을 비롯한 뇌신경세포들이 예민한 예민이들은 더더욱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기분이 우울하거나 불안할 때, 스트레스를 받을 때 보통 달달한 음료나 자극적인 첨가물 (정제당이 다량 포함된)로 가득한 음식들을 탐닉하기 쉽다. 먹고 나면 잠깐 기분이 나아지는 경험을 할 수 있어 이를 절제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럴수록 점점 더 뇌는 거꾸로 정신적 문제에서 회복하기 어려운 뇌로 서서히 변하게 된다.


생각만큼 정신 건강, 대사 질환에 미치는 음식의 영향이 정교하고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음식 성분들에 대해 강력하게 어떤 것은 멀리 해야 한다든지 하는 일관된 주장이 힘을 모으고 있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밝혀내지 못했다고 해서 진실이 변하는 것은 아니며, 나중에 언젠가 확실하게 밝혀질 경우엔 이미 건강을 크게 해친 뒤일 수 있다. 결국 판단은 자신의 몫이다. 특히 예민이들은 음식에 대한 몸의 반응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클 수 있기 때문에, 만약 마음이 불편한 시간이 길어진다면 한번쯤 음식에 대해 진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L. Pellerin, & P.J. Magistretti, Glutamate uptake into astrocytes stimulates aerobic glycolysis: a mechanism coupling neuronal activity to glucose utilization., Proc. Natl. Acad. Sci. U.S.A. 91 (22) 10625-10629, https://doi.org/10.1073/pnas.91.22.10625 (1994).


https://www.cell.com/cell-metabolism/fulltext/S1550-4131(15)00526-4?sf42193307=1


https://www.cell.com/trends/endocrinology-metabolism/fulltext/S1043-2760(25)00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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