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헐적 단식과 탈모 위험성

by 치의약사 PENBLADE

학창시절 누구나 벼락치기를 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시험기간 모든 과목들에 최적화된 공부 계획을 미리 생각해서 공부할 수 있는 학생은 거의 없기 때문에 아무래도 시험기간 마지막날의 과목들에 대한 대비는 누구나 부족하게 된다. 학교측에서도 학생들의 이런 경향성을 알기 때문에 국영수과 처럼 중요한 과목들은 주로 앞쪽에 배치하고, 실습 점수 등으로 상당부분이 채워진 예체능 과목들을 뒤에 배치하곤 한다. 결국 학생들은 앞의 중요한 과목들을 공부하는데 모든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붓고, 시험 마지막날이 되면 다들 지쳐서 예체능 과목들은 그냥 남는 시간 대충 쓱 훑어보고 절반 이상을 찍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 몸도 한정된 자원을 이용해 생존에 더 필수적인 장기와 조직, 세포들을 살리는데 우선적으로 할당한다. 오랫동안 굶어도 생존할 수 있는 것은, 정기적으로 들어오던 영양분이 더이상 공급이 되지 않으면 그걸 몸이 알아차리고 일찍부터 에너지와 자원을 아껴서 생존에 필수적인 곳에 우선 할당하고, 그 외의 곳엔 그 나머지를 할당하는 전략 모드로 전환하기 때문이다. 이런 전략 모드는 타고난 유전적 특성에 따라, 자라온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공통적인 방식으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최근 간헐적 단식, 특정 영양분 제한 식이법, 자연식단 등 건강한 몸을 위한 여러가지 식사 및 식단법이 경험적으로 공유되고 있다. 그 중 간헐적 단식 혹은 주기적인 단식법이 꽤 많이 시도되고 있는데, 그 원리는 결국 간단히 말해서 우리 몸과 뇌를 늘 에너지가 부족할지 모르는 긴장 상태로 만들어 과도한 지방 축적을 막고 몸의 세포들을 일깨워 전반적으로 가벼운 몸 상태를 유지하는 데에 있다. 실제로 간헐적 단식은 우리 몸이 음식을 먹고 영양분을 뽑아내고 에너지를 만들고 나머지를 저장하는 대사 과정을 원활하게 만들 뿐 아니라 고혈압, 당뇨, 고지질, 비만 등 다양한 성인병 만성 환자들의 증상을 개선하는데 효과가 있다는 연구들이 늘어나고 있다.


다만 한 가지 문제는 바로 앞에 언급했듯, 우리 몸이 국영수과에 자원과 에너지를 더 할당하고 음미체에는 관심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즉 건강을 클릭하되 미용에는 관심을 거두게 된다는 뜻이다. 공교롭게도 국영수과는 우리가 먹고 사는 직업과 큰 관련이 있고 음미체는 짝을 찾고 풍요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즐기는 것과 관련이 깊은데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음식이 간헐적으로 들어오면, 우리 몸은 우리를 가꾸는 미용, 즉 짝을 찾는데 도움이 되는 기관보다 생존 혹은 건강과 직결되는 기관, 즉 심장 간 위장 뇌 등에 더 많은 자원과 에너지를 할당하는 모드로 전환한다.


구체적인 기전은 다음과 같다. 우리 몸이 주로 활용하는 에너지원은 포도당과 지방산이다. 두 연료는 각각 구별되는 특성이 있는데, 쉽게 말해 포도당은 빠르게 태워서 빠르게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연료고, 지방산은 다소 느리지만 에너지를 더 많이 얻을 수 있는 연료다. 다만 포도당은 산소가 별로 없이도 효율은 낮지만 에너지를 쉽게 만들 수 있고 지방산은 에너지를 만들어내기 위해 산소를 많이 필요로 한다. 그래서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기관인 심장은 유산소 상황에서는 지방산을 주로 태우며 지방산을 가장 선호하지만, 무산소 상황, 즉 힘을 과도하게 쓰거나 호흡이 부족한 경우, 그 외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한 경우 포도당을 연료로 태우게 된다. 이것은 일차적으로 포도당을 연료로 쓰는 뇌와도 균형을 맞추는 것으로 보인다.


경기가 안좋으면 개인이든 기업이든 우선적으로 현금을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그와 같이 간헐적 단식으로 음식물이 들어오는 주기가 길어지면, 우리 몸은 우선적으로 포도당을 확보해둔다. 어쨌거나 포도당은 어떤 상황에서든 즉각 에너지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간헐적 단식을 시작하면, 포도당을 최대한 확보하고 우선적으로 축적된 지방을 헐어서 지방산을 많이 만들어 에너지원으로 쓰게 된다. 이로 인해 역설적으로 지방은 빠지고, 대사 과정이 원활해지며, 몸은 점점 건강해질 수 있다. 현대인들이 겪는 대사 질환 등 성인병의 많은 부분이 과도한 지방 축적과 관련이 깊기 때문이다. 다만 그로 인해 우리 몸은 '미용' 즉 상대적으로 생존에 덜 중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신경을 덜 쓰게 된다.


2025년에 세계 3대 생물학 저널 '셀' 에 간헐적 단식이 탈모를 일으키는 기전을 밝혀낸 논문이 실렸다. 간헐적 단식이 지속되면 우리 몸은 포도당을 아끼기 위해 주로 지방을 헐어 지방산을 에너지원으로 쓰도록 만드는 코르티솔 분비량을 늘리게 된다. 그런데 이로 인해 피부 근처 모낭, 즉 머리카락의 뿌리 주변에 지방산들이 축적되는데, 이렇게 축적된 지방산 때문에 모낭을 만드는 모낭 줄기세포들이 숨을 못 쉬어서 제기능을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모낭 세포들이 그런 상황에 놓인 것까지 관리할 필요는 없다' 고 총 집행부에서 결정을 내린 셈이다.



탈모 뿐 아니라 간헐적 단식과 같은 단식 요법이 장기적으로 피부 미용에도 그닥 좋지 않을 거란 의견도 있다. 아무래도 피부를 탄력 있고 윤기 있게 만드는데 피하지방의 역할이 중요한데, 위와 같은 원리로 피하지방을 분해시켜 그 역할을 축소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핵심은 결국, 건강이냐 미용이냐 중 둘 모두를 취하도록 만드는 식습관이 중요하고, 너무 극단적인 방식은 국영수과를 챙기되 음미체는 포기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몸에 대해 새롭게 밝혀지는 것들이 늘어날수록, 과학이 발전하기도 전 오래전부터 수많은 철학자와 종교인, 지식인 등 현인들이 주장해 온 '균형' 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균형을 맞추는 것이 가장 어렵고, 극단적인 방향으로 클릭하는 것이 오히려 쉽다는 것도 알게 된다. 주기적으로 단식을 하면서도 피부탄력과 머리카락도 잘 보호하는 식습관을 갖는 것은 아예 단식을 하거나 아예 폭식을 하는 것보다 당연히 훨씬 더 어렵다. 수많은 사람들의 경험담 공유가 필요하고, 자기 스스로도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를 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우리 몸은 무작정 살을 빼는 것도, 무작정 건강만 생각한 식단도 좋지 않으며, 일과 성과에만 몰두하는 것도, 취미에만 몰두하는 것도, 그 외 즐거운 것들에만 몰두하는 것도 좋지 않게 설계되어 있다. 내 몸의 균형점을 찾는 것은 정말 어렵고, 어쩌면 그래서 누구에게나 인생도 쉽지 않은 것일지 모르겠다.





https://www.cell.com/cell/fulltext/S0092-8674(24)01311-4

https://www.nature.com/articles/s41422-025-01082-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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