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진료한 환자 중에 희한한 증상을 가진 분이 계시다. 30대 초~중반 여성분이신데 (초~중반인 이유는 초반때 처음 진료를 시작해서 몇 년 후 중반이 될 때까지 진료했다는 의미) 치아가 엄청 닳아있고 어금니 쪽은 거의 다 발치 후 임플란트 했거나 충치가 심해서 신경치료 및 보철을 씌운 상태다. 날씬하고 다소 몸이 약해 보이시는데 문제는 매일 과로를 하신다는 점이다. 실장님 친구분 동생이라 사정을 자세히 알게 되었는데, 의류 관련 일을 하시는데 매일 새벽까지 일하신다고 하시는 걸로 보아 낮과 밤이 바뀐채 사시거나 늘 수면 부족 문제를 겪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희한한 증상이라는 것은 치료 후 몸의 반응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다. 이 분은 주기적으로 치아가 완전히 망가져서 오시는데 그 때마다 임플란트 수술을 해야 했다. 그런데 어떤 때는 수술 후 별 문제 없이 지나가고 어떤 때는 너무나 힘들고 아프셔서 밤늦게 응급실에 가셔야 했다. 혹시 약물 알레르기인가? 싶지만 문제는 이 분에게 계속 똑같은 약을 처방했고 대부분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점이다. 즉 '어떤 상황' 에서만 치료 후 몸 여기저기가 붓고 염증이 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그 '어떤 상황' 이란 무엇일까?
기억 나는 상황이 하나 있는데, 수술 후 그 날 밤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너무 아프셔서 실장님 통해서 연락이 왔고 결국 응급실까지 가신 경우다. 그런데 그 때 수술을 마치고 데스크에서 실장님과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 '오늘 밤 새서 일해야 돼요'
보통 사람들은 아무리 과로하거나 피곤하게 하루종일 일한다고 해도 그렇게까지 문제가 발생하는 일이 드물다. 치아가 닳아 있다는 것은 아마 중간중간 위산이 역류하는 증상까지 갖고 계시거나 스트레스로 밤에 자면서 이를 심하게 가는 증상도 같이 있을거란 의미다. 어떤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몸 상태에 비해 너무나 무리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보통의 사람들보다 그런 과로와 스트레스에 더 쉽게 축나는 몸을 타고난 것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어떤 사람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과로해도 멀쩡할 수 있다. 누군가는 그렇게 몸을 갈아가며 일해도 아무 지장이 없을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조금만 무리해도 몸이 망가지고 전에 없던 몸 속 면역 반응이 과하게 일어나 자기 몸 여기저기 공격 받을 수도 있다. 이 분은 자꾸 약 알레르기가 있다고 하시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내과에서도 명확히 알레르기가 있다고 검사 결과를 받아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즉 드물게 몸 상태에 따라 면역 기능이 들쑥날쑥해서 몸이 축나면 특정 약물에 알레르기가 일어날 수 있는 체질일 수 있다. 어쩌면 소화기 문제로 장내 미생물총에까지 이상이 생겼다면 면역 조절 기능이 더더욱 떨어져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자기 몸은 결국 자기밖에 알 수가 없다. 단순히 더 약하게 혹은 강하게 태어났는지의 여부를 떠나 자기 몸을 혹사시키고 있는지,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 누구도 판단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목표를 위해 몸을 혹사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누구도 그걸 말릴 권한은 없다. 결국 스스로 조절을 해야 하는데, 아무리 어디 가서 소위 '전문가' 에게 물어본다 한들 돌아오는 말은 뻔한 말 뿐이다. '과로하고 무리하지 말 것'.
많은 사람들이 목표를 위해 자신을 갈아 넣으면서도 동시에 몸도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의료적 처치나 영양제를 원한다. 단언컨데 그런 것은 없다는 사실이 계속 밝혀지고 있는데, 예전엔 오히려 그런 기능적 의료에 대해 긍정적 전망이 퍼져 있었다. 즉 언젠가 알약 몇 개만으로 금새 몸을 회복시킬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그런. 그러나 우리 몸에 대한 연구가 깊어질수록, 그 어떤 것도 인간의 자연치유 능력을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이 계속 밝혀지고 있다. 바꿔 말하면 그런 자연치유 능력을 손상시키게 될 경우 백약이 무효일 수 있다는 뜻이다. 충분한 영양 섭취, 충분한 잠, 과로하지 않고 스트레스 덜 받기...이미 고대부터 조상들이 강조해온 말에서 단 한 치도 벗어나는 것이 없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