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필연적 혼자의 시대>를 읽고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김수영 교수의 책 < 필연적 혼자의 시대 > 는 일에 모든 것을 쏟아붓고, 일이 곧 자기 인생인 삶을 사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조망하고 있다. 그동안 1인가구 청년들, 비혼과 비출산을 선택한 사람들을 단순히 '절망적인 시대상' 처럼 묘사해온 글들과는 관점이 매우 다르다. 김교수가 인터뷰한 1인 가구원들은 모두 자신의 일을 자아실현이자 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으로 여기고 있었으며, 따라서 단지 돈 때문에 하기보다 진심으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을 찾고 또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 실현에 가장 핏이 맞는 직장을 찾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었다. 하기 싫은 일을 돈 때문에 한다고 답하는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으며, 원하는 일을 위해서는 오랫동안의 쉼도 기꺼이 마다않는 태도를 갖고 있었다.
이에 대해 저자는 푸코의 사회학 이론을 비롯해 현대의 경쟁 사회 구조, 동료의 영향 등 여러가지 차원에서 분석을 했다. 푸코는 그의 책 '생명정치의 탄생' 에서 경제적 인간은 자기 자신의 기업가이며, 스스로를 자본이자 수입원으로 삼는다고 주장했다.1) 과거에는 노동이 모두가 피하고 싶어하는 고역이었지만 현대의 고학력, 전문직 계층에게는 일이 정체성, 소속감, 심지어 종교적 의미로까지 확장되어온 과정을 다룬 연구도 있다.2) 하지만 무엇보다도 내 흥미를 끌었던 부분은 근로에 대한 완전히 달라진 인식 부분이었다. 실제로 주변에서 새로 알게된 사람들의 일에 대한 태도가 상당히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느낌을 많이 받아서 그동안 꽤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적어도 내 세대가 처음 노동시장에 진입하던 시기엔 하기 싫은 일이지만 돈 때문에 억지로 꾹꾹 참고 한다는 사람도 많았고, 가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기 싫은 일을 계속 한다는 사람들은 나이든 사람들 중에서 지금도 여전히 많다. 하지만 책에 따르면 1인 가구 젊은 세대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것이 사회적 관점에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적어도 개인의 관점에서는 이제야 비로소 다들 각자의 길을 마음껏 추구하며 가기 시작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저자의 생각과 의도와는 조금 다를지 몰라도.
실은 이런 비슷한 변화가 일본에서는 꽤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 버블 경제가 끝나고 장기 침체가 시작되면서, 그저 우울하고 침체된 분위기 속에 잠겨 있을 것 같았지만, 그동안 일본 사람들은 외적 성장의 즐거움보다 내적인 만족에 몰두해왔고, 그런 모습들이 일본을 '장인의 나라' '오타쿠의 나라' 로 보이도록 만드는데 일조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본을 좋아하는 한국인들이 특히 일본 사회의 긍정적인 모습으로 평가하는 부분이 바로 그런 점이기도 했다. 경쟁에 휘말리지 않고 자기 내면의 행복을 추구하며 안분지족하는 모습들. 사회과학의 관점에서는 그것을 경제와 사회의 구조적 변화로 설명하겠지만, 어쨌거나 결과적으로 해당 개개인들은 그런 상태에 적응해서 오히려 이전보다 더 만족스런 삶을 영위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정확히는, 타고난 유전적 기질과 자라면서 형성된 각자의 모습에 따라 이런 사회가 더 몸에 잘 맞을수도, 저런 사회가 더 잘 맞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 슬슬 성장의 정점에 다다르는 신호가 오기 시작했고, 특히 부동산과 각종 자산들의 격차가 심해지면서 일본의 침체 사회 모습을 닮아가기 시작했다. 모바일 환경이 빠르고 그 어느 나라보다 정보 전달 속도가 빠른 나라 답게 그런 사회 구조의 미래 변화 모습을 이미 선반영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치열한 경쟁 때문에, 챙겨야 할 가족이 없어 굳이 의미를 찾아야 하는 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일에 매달리고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조금 다른 관점에서 보면 그냥 새로운 시대가 더 몸에 맞는 사람들이 표면에 드러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즉 그동안 가족을 위해 자기 희생을 하며 재산을 모으고 하기 싫은 일을 꾹 참고 해냈던 사람들에게 지난 시대가 맞았다면, 그 시대가 맞지 않았던 사람들이 늘 있었지만 그동안은 표면에 드러나지 않았다가, 이제 혼자 살면서 마음껏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자 비로소 자신의 모습 그대로 살기 시작한 것일지도 모른다.
세상 모든 사람이 결혼하고 출산을 해야만 행복하다는 근거는 여전히 찾기 어렵다. 생물학적으로 분명 사람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다양하고, 여기에 환경 요소와 양육 요소, 후성유전학 현상까지 곁들여져 과거보다 더 사람들은 다양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의 사회는 그런 다양한 사람들을 인정하지 못하고 특정한 삶의 양식만 받아들이도록 강제했다면, 지금의 사회는 이런저런 다양한 사람들이 모두 각자가 끌리는 가치대로 살 수 있도록 판이 깔린 것으로 볼 수도 있다.
1) Foucault, M. (2008). The Birth of Biopolitics: Lectures at the Collège de France, 1978-1979 (M. Senellart, Ed.; G. Burchell, Trans.). Palgrave Macmillan.
2) Alliger GM. Deriving meaning from work is neither new nor bad. Industrial and Organizational Psychology. 2019;12(4):444-447. doi:10.1017/iop.2019.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