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문제(3) - 수면에 도움되는 영양제들

글리신, 엘트립토판, 테아닌, 마그네슘

by 치의약사 PENBL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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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오래 복용해도 무방한 수면 영양제 성분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사실 여기에는 식품으로 섭취하는 것이 가장 좋은 아미노산이나 무기질 등이 해당한다. 즉, 본래 음식으로 섭취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일일이 챙겨 먹기는 어려워 영양제 형태로 보충하는 성분들인 셈이다. 현재까지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성분으로는 아미노산인 글리신, 엘트립토판, 테아닌과 무기질인 마그네슘 등이 있다1).


우선 글리신은 비필수 아미노산의 일종으로, 다른 재료로도 체내에서 합성이 가능해 반드시 따로 섭취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건강이나 컨디션이 저하되거나 수면에 어려움을 겪을 때 글리신을 따로 섭취하면 여러모로 유익할 수 있다. 사실 글리신은 우리 몸에서 수많은 생화학 대사물의 재료로 쓰이기 때문에, 특정 기능을 하는 약처럼 '글리신' 성분 자체에 뚜렷한 효과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가령 글리신의 효능으로 간 해독, 항염증, 항산화 작용 등이 있다는 보고가 있지만, 이는 영양을 골고루 섭취하고 몸이 건강하면 우리 몸에서 자연스레 발현되는 작용이다.


다만 글리신을 영양제로 섭취했을 때 마음을 안정시키고 특히 밤에 수면을 촉진하는 효과가 보고되는데, 이는 아마도 글리신이 뇌에서 흥분을 가라앉히는 신경 작용에 필요한 신경전달물질의 재료로 쓰이면서 생체시계를 조절하는 부위에서는 수면을 촉진하고 체온을 낮춰 숙면을 돕는다는 가설이다3). 필자 역시 깊은 잠을 자기 어려울 때 글리신 영양제로 톡톡한 효과를 봤다. 특히 시간이 부족해 짧게 잠을 자야 할 때도 깊이 잠드는 데 도움이 되어, 한결 개운한 아침을 맞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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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트립토판(L-Tryptophan)은 글리신보다 더 오랫동안 효과적인 수면 영양제로 사용되어 온 성분이다. 이 성분은 단백질을 구성하는 8개의 필수 아미노산 중 하나이다. L-Trp에서 L은 단백질 합성에 사용되고 뇌혈관장벽을 통과하는 이성질체를 의미하는데, 한마디로 트립토판 아미노산의 여러 형태 중 뇌로 수월하게 진입하는 구조이므로 사실상 트립토판을 복용하는 셈이다. 엘트립토판 영양제를 저녁에 자기 전 섭취하면 트립토판 성분이 뇌에서 세로토닌으로 전환되고, 이 세로토닌이 다시 멜라토닌으로 바뀐다(L-Trp → 5-HTP → 세로토닌 → 멜라토닌). 멜라토닌은 생체 리듬을 조절하여 밤의 수면을 유도한다. 시차가 크게 나는 해외에 다녀온 뒤 수면 장애를 겪을 때 복용하는 약이 멜라토닌이다. 멜라토닌은 즉각적으로 작용하는 성분인 반면, 엘트립토판은 그 전구물질로서 멜라토닌과 달리 장기간 복용해도 안전하다고 알려져 있다.


사실 포유류의 세로토닌 대부분은 장에서 합성된다. 음식으로 섭취한 트립토판 중 약 3%만이 세로토닌 생성에 쓰이며, 그중 단 1%만이 뇌에서 세로토닌 합성에 이용된다고 한다. 하지만 바로 이 극소량이 뇌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고 추정된다.


트립토판은 1949년에 처음 합성되었고, 1980년대 초반 발효 공법을 통해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다. 그런데 1989년, 이 방식으로 제조된 트립토판 영양제를 미국에서 장기 복용한 사람들에게서 호산구 증가증으로 인한 근육통이 발생했다는 보고가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후속 연구에서는 이것이 트립토판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당시 해당 영양제(일본 쇼와 덴코사 제조)의 제조 과정에서 유입된 불순물이나 세균 때문일 가능성을 제기했다4). 혹시 모를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엘트립토판의 다음 단계인 5-HTP를 활용한 영양제가 출시되기도 했지만, 사실 1989년 이후 현재까지 두 성분 모두에서 유의미한 부작용은 보고된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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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립토판의 일일 섭취 권장량은 250~425 mg 정도이다. 트립토판은 귀리, 바나나, 우유, 참치, 치즈, 닭고기, 땅콩 등에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 흥미롭게도 혈액 속 트립토판은 뇌로 진입할 때 다른 아미노산들과 경쟁한다. 따라서 고기 등 단백질을 과다 섭취하면 오히려 뇌로 전달되는 트립토판의 양이 줄어드는 반면, 탄수화물을 섭취할 때는 증가한다고 한다5). 즉, 트립토판이 아미노산이므로, 단백질을 많이 섭취하면 트립토판의 뇌 흡수가 경쟁 때문에 방해받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알코올은 뇌로 유입되는 트립토판 양을 현저히 감소시킨다는 연구도 있다6). 술을 마시면 난폭해지거나 공격적으로 변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이 때문이 아닐까?


식사로 섭취하는 트립토판은 뇌에 미치는 임상적 영향이 미미하므로, 우울증이나 수면 문제를 개선하려면 영양제로 섭취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연구가 많다. 특히 우울증과 기분 장애에 상당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양제로 복용할 경우 증상에 따라 권장 용량이 달라지는데, 기존 연구에서는 우울증과 기분 장애에 하루 3~6g, 불면증에 1~2g을 사용했으며 특별한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다7). 다만, 과다 복용 시 떨림, 구토, 피로감, 설사 등을 동반하는 '세로토토닌 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다8). 부작용이 나타나는 역치는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정확한 적정량을 일률적으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여러 연구에서 하루 1g 이상 엘트립토판 영양제를 섭취하면 수면이 개선되었다고 보고했다9). 실제로 온라인이나 약국 등에서 판매하는 엘트립토판 영양제는 하루 복용량이 1000mg 내외로 설정된 제품이 주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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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테아닌(Theanine)이라는 성분을 꼽을 수 있다. 테아닌 역시 아미노산의 일종이지만, 단백질을 구성하는 일반 아미노산과는 관련이 없다. 주로 녹차를 비롯한 몇 가지 찻잎에서 추출되는 성분이다. 그동안의 연구에 따르면, 이 성분은 불안감을 가라앉혀 수면에 도움을 주는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10). 테아닌의 정확한 신경학적 작용 원리는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불안을 진정시키는 신경 전달물질인 GABA 생성에 관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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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수면에 도움을 주는 영양제로는 마그네슘(Magnesium)을 들 수 있다. 위염이나 변비 치료 목적으로 쓰이는 마그네슘 제제(산화마그네슘, 황산마그네슘 등)와 영양제용 마그네슘(구연산마그네슘, 글루콘산마그네슘, 글리시네이트마그네슘 등)은 화합물 성분에 다소 차이가 있다. 제조사가 목적에 맞게 배합하므로 소비자가 크게 혼동할 필요는 없다.


마그네슘은 우리 몸의 세포 내에서 일어나는 300가지 이상의 효소 반응에 관여하는 핵심적인 필수 영양소이다. 그중 수면과 관련된 효과는 마그네슘이 뇌의 흥분성 신경 활동(NMDA 수용체)을 억제하고, 진정 작용(GABA-A 수용체)은 활성화하는 기전과 깊이 관련된다. 여러 연구는 마그네슘 보조 섭취가 불안을 완화하고 수면의 질을 향상시킨다고 보고한다11). 이때 신경 전달 물질 합성에 쓰이는 비타민 B6와 함께 복용할 경우 그 효과가 배가된다고 한다.


현재까지의 연구를 종합해 보면, 수면을 위해 가장 안전하고 상당히 효과적인 영양제는 글리신, 엘트립토판, 테아닌, 마그네슘 조합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이 성분들이 배합된 복합 영양제도 다수 출시되었으며, 단일제로 따로 섭취할 수도 있다. 다만 어떤 제품이 가장 뛰어난 효능을 발휘하는지는 직접 복용해 봐야 알 수 있다.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되는 영양제는 일반의약품이나 전문의약품처럼 엄격한 효능 테스트를 거치거나 체내 흡수율을 극대화하는 특수 기술이 적용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러 제품을 시도해 보며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조합을 가려내야 한다. 다행히 국내에서 제조된 제품들은 기본적인 품질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


한편, 아미노산 영양제는 딱딱한 알약(정제)보다 캡슐 제제가 체내 흡수율이 더 높은 경우가 많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엘트립토판, 글리신 등은 건강기능식품으로 등록되어 있지 않아 캡슐제로는 판매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반 건기식으로 등록되지 않은 성분의 캡슐 포장을 금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아미노산들은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해외 직구를 통해 캡슐 형태로 판매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엘트립토판과 글리신은 캡슐제로 복용할 경우 위와 소장에서 순식간에 녹아 다량이 흡수될 수 있어, 엄밀히 말해 해외 직구 제품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다만 개인차가 있어 이것이 절대적인 공식이나 정답은 아니므로, 각자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찾아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1) Khosropanah, A., Hosseini, S. A., & Keshavarz, A. (2026). Nutritional modulators of sleep: A narrative review of vitamins, minerals, amino acids, and their neurobiological and chronoepigenetic mechanisms. Chronobiology International, 1–14. https://doi.org/10.1080/07420528.2026.2648011


2) Razak MA, Begum PS, Viswanath B, Rajagopal S. Multifarious Beneficial Effect of Nonessential Amino Acid, Glycine: A Review. Oxid Med Cell Longev. 2017;2017:1716701. doi: 10.1155/2017/1716701. Epub 2017 Mar 1. Erratum in: Oxid Med Cell Longev. 2022 Feb 23;2022:9857645. doi: 10.1155/2022/9857645. PMID: 28337245; PMCID: PMC5350494.


3) Kawai, N., Sakai, N., Okuro, M. et al. The Sleep-Promoting and Hypothermic Effects of Glycine are Mediated by NMDA Receptors in the Suprachiasmatic Nucleus. Neuropsychopharmacol 40, 1405–1416 (2015). https://doi.org/10.1038/npp.2014.326


4) Ko SM, Park JE, Heo IK, Shin YU, Kim YH, Son WC. Safety concerns regarding impurities in L-Tryptophan associated with eosinophilia myalgia syndrome. Food Chem Toxicol. 2023 Sep;179:113946. doi: 10.1016/j.fct.2023.113946. Epub 2023 Jul 13. PMID: 37453474.


5) MADRAS, B., COHEN, E., FERNSTROM, J. et al. Dietary Carbohydrate Increases Brain Tryptophan and Decreases Free Plasma Tryptophan. Nature 244, 34–35 (1973). https://doi.org/10.1038/244034a0


6) Badawy AA. Tryptophan metabolism in alcoholism. Adv Exp Med Biol. 1999;467:265-74. doi: 10.1007/978-1-4615-4709-9_33. PMID: 10721064


7) Richard, D. M., Dawes, M. A., Mathias, C. W., et al. (2009). L-Tryptophan: Basic metabolic functions, behavioral research and therapeutic indications. International Journal of Tryptophan Research, 2, 45-60.


8) Patel YA, Marzella N. Dietary Supplement-Drug Interaction-Induced Serotonin Syndrome Progressing to Acute Compartment Syndrome. Am J Case Rep. 2017 Aug 25;18:926-930. doi: 10.12659/ajcr.904375. PMID: 28839121; PMCID: PMC5580516.


9) Cotter J, Caddick CE, Harper JL, Ebajemito JK. Examining the effect of L-theanine on sleep: a systematic review of dietary supplementation trials. Nutr Neurosci. 2026 Feb;29(2):224-238. doi: 10.1080/1028415X.2025.2556925. Epub 2025 Nov 1. PMID: 41176609.


10) Sutanto CN, Loh WW, Kim JE. The impact of tryptophan supplementation on sleep quality: a systematic review, meta-analysis, and meta-regression. Nutr Rev. 2022 Jan 10;80(2):306-316. doi: 10.1093/nutrit/nuab027. PMID: 33942088.


11) Rawji A, Peltier MR, Mourtzanakis K, Awan S, Rana J, Pothen NJ, Afzal S. Examining the Effects of Supplemental Magnesium on Self-Reported Anxiety and Sleep Quality: A Systematic Review. Cureus. 2024 Apr 29;16(4):e59317. doi: 10.7759/cureus.59317. PMID: 38817505; PMCID: PMC11136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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