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CDC 조사에 따르면 성인 3명 중 한 명은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고 있으며, 수면의학회의 권고 사항은 하루 7시간 이상의 수면이지만 실제로 전체 미국인의 약 30%가 하루 6시간 이하의 수면을 취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또한 유럽에선 1억 7500만명이 수면 무호흡증으로 장애를 겪고 있고, 이로 인해 수면 치료와 관련된 시장도 빠르게 성장중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건강보험공단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도 수면 장애로 진료를 받은 환자가 2018년 85만여명이었는데 2022년 그 숫자가 110만여명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2024년 대한수면연구학회가 발표한 보고서에는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이 OECD 평균보다 18%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지금은 아마 더 많은 사람들이 수면 문제에 시달리고 있지 않을까?
오랫동안 '잠이 보약이다' 라는 말은 매우 가볍게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 십여 년 사이 뇌과학 연구가 발전하면서 수면에 대한 연구도 활발해지면서, 이 말의 무게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잠이 몸과 마음 건강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2012년 로체스터 대학의 네더가드 교수 연구팀이 글림프 시스템 연구를 발표한 바 있는데, 이 연구를 계기로 깊은 잠이 정신 건강을 위한 만병통치약일 뿐 아니라, 수면 부족이 숱한 정신 질환과 깊이 연관된다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글림프 시스템이란 쉽게 말해, 뇌세포가 낮 동안 쌓아둔 각종 염증 물질과 노폐물을 깊이 잠든 동안 배출하는 시스템을 뜻한다. 하루 동안 버려진 쓰레기를 새벽에 청소부가 깨끗이 치우지 않으면 길가에 악취가 나고 병원균이 돌아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숙면을 취하지 않으면 뇌 속 노폐물이 그대로 남아 뇌세포를 병들게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우울이나 불안 같은 정신 건강 문제부터 조현병 같은 심각한 정신 질환까지 깊은 잠 부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또한 치매 역시 장기간의 수면 부족 때문에 나타난다는 근거들도 쌓이고 있다. 치매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는 타우(tau) 단백질 등 여러 유해 단백질의 축적이 지목된다. 깊이 잠들면 이런 쓰레기 단백질이 잘 배출되지만, 잠을 못 자면 그대로 축적되어 신경 세포에 손상을 입힌다. 이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결국 심각한 정신 질환으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아직 잠이 부족해서 정신 질환이 생기는지, 정신 질환 때문에 잠이 부족한지의 인과관계에는 논란이 있다. 하지만 점점 이 둘이 서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따라서 깊은 잠을 자는 것이 장기적으로 정신 건강을 지키기 위한 최선의 방책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잠을 제대로 못 자면 뇌뿐 아니라 전신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수면 부족은 면역 이상을 일으키거나 스트레스 반응을 증폭시켜 몸속 장기와 장내 미생물에 악영향을 미친다. 심지어 입맛까지 변화시켜 해로운 식습관을 유발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장기간 잠을 못 자면 우울과 불안 증세가 심해질 뿐 아니라 때로는 환각이나 피해망상까지 나타날 수 있다. 그 이유는 오랫동안 설명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잠이 뇌 속 노폐물을 씻어내고 뇌세포를 재정비해 다음 날 활동을 준비시킨다는 이론이 등장하면서 그 까닭을 추정할 수 있게 되었다.
잠에 관한 연구는 심지어 학습과 기억에도 깊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우리 뇌는 낮 동안 공부한 내용을 어느 정도 담아둔다. 하지만 그 내용은 정돈되지 않은 채 저장될 뿐 아니라 잊기도 쉽다고 한다. 그러다 밤에 푹 잠을 자면, 비로소 공부한 내용을 뇌 깊숙이 차곡차곡 정돈해 저장하게 된다. 정돈 과정에서 새로운 발상이 샘솟기도 한다. 그래서 낮에 한참을 고민했던 문제가 꿀잠을 자고 난 뒤 해결되는 일도 많다. 실제로 그런 경험을 한 과학자들의 사례가 종종 보고된다. 이것은 허풍이 아니라 사실이었던 셈이다. 이는 또한 많은 이들이 학창 시절 밤새워 공부해도 결과가 신통치 않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나이가 들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잠이 줄어들게 마련이다. 오랫동안 이런 현상을 두고 나이가 들면 필요한 수면 시간 자체가 줄어든다고 여겼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통념이며, 나이가 들어도 젊을 때만큼이나 충분히 깊고 긴 수면이 필요한데, 뇌세포 노화로 잠을 길게 자지 못할 뿐이라는 가설이 힘을 얻고 있다. 요컨대 나이와 상관없이 깊고 충분한 수면은 심신 건강에 필수적이란 소리다.
그렇다면 숙면을 취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우선 잠들기 전 스마트폰처럼 화면이 밝은 전자기기 멀리하기, 너무 늦지 않게 운동하기, 저녁 6시(늦어도 7시) 이후에는 물 외에 위에 부담을 주는 음식(특히 야식) 끊기 등 상식적으로 알려진 방법들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직장인은 이런 생활 습관을 모두 지키기 어려워하는 데다, 체질적으로 예민하거나 뇌에서 수면을 촉진하는 멜라토닌 같은 호르몬이 원활히 분비되지 않는 탓에 숙면을 이루지 못하는 분들도 많다. 이런 분들에게는 적절한 수면 보조 영양제가 도움이 될 수 있다.
단, 여기서 말하는 수면 보조 영양제는 병원에서 처방받는 향정신성 수면제나 시차 적응을 위해 단기간 복용하는 멜라토닌 같은 약을 뜻하지 않는다. 그런 약들은 효과가 매우 강력하지만 단기적인 이상 증상을 교정하기 위해 의료진의 지도에 따라 잠시 복용하는 것일 뿐, 장기 복용은 금물이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향정신성 수면제는 실제로 잠은 빨리 들게 하지만 깊은 잠을 자게 하지는 못하며, 오래 복용할 경우 내성이 생길 수 있다. 멜라토닌의 경우 시차 적응을 위해 잠시 복용하는 약인데, 장기간 복용하면 뇌의 송과체를 위축시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