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이 튼튼해야 하루가 편안하다
지난 10~20년 사이 우리 몸속 미생물, 특히 장내 미생물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뇌와 장이 매우 밀접하게 소통한다는 가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인간을 비롯한 대부분의 동물은 소화 기관인 내장에 미생물을 담고 있는데, 이는 생명체가 오랜 진화 과정에서 미생물과 동물이 서로에게 이득을 주는 방향으로 공생한 결과다. 우리를 비롯한 모든 동물이 미생물 없이는 살아남지 못하는 이유는, 장을 비롯한 소화 기관 속 미생물이 음식물을 분해해 우리가 섭취하기 좋은 영양분 형태로 바꿔줄 뿐 아니라 몸의 면역 기능을 조절하는 등 동물이 살기 위한 최적의 체내 환경을 조성해주기 때문이다.
최근 장속 미생물이 사람의 정신 건강과도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1). 이는 크게 두 가지 축으로 나뉘는데, 하나는 미생물이 우리 몸속에서 과도한 면역 반응이 나타나지 않도록 면역 기능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장내 미생물이 행복이나 안정감 같은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뇌 속 세로토닌 등 호르몬 생성에 기여한다는 사실이다.
흔히 '면역력을 강화하는 것이 좋다'고 하지만 무엇이든 그렇듯 우리 몸의 면역도 균형을 이루어야 유익하지, 무턱대고 강하기만 하면 오히려 몸속에서 끊임없이 염증을 일으킬 뿐이다. 사소한 일에 화를 내는 것이 스스로 화를 자초하듯, 면역이 조절되지 않으면 몸속에서 수시로 불필요한 염증이 생겨 몸을 해치고 뇌 신경세포에까지 손상을 입힌다. 그런데 면역과 염증 수치가 적절한 수준으로 조절되려면 장내에 유익한 미생물이 많이 살아야 한다는 근거가 꾸준히 쌓여왔다.
뇌 속에는 '세로토닌'이라는 신경 전달 물질이 있는데, 이 물질은 몸속에서 여러 기능을 하지만 특히 뇌에서 행복감과 안정감을 높이는 기전이 잘 알려져 있다. 세로토닌 양을 늘리는 SSRI라는 약이 오랫동안 불안과 우울 치료에 사용된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세로토닌이 어떤 기전으로 그런 효과를 발휘하는지는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예전에는 단순히 행복감을 높이는 신호를 보낸다고 추측했지만, 최근에는 새로운 신경세포 생성에 관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온 바 있다2). 세로토닌은 보통 장에서 90%, 뇌에서 나머지가 만들어지며, 본래 장과 뇌에서 각각 생성되는 세로토닌은 서로 이동할 수 없어 무관하다고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어떤 이유에서든 장에서 세로토닌이 활발하게 생성되면 뇌 속 세로토닌 생성도 증가한다는 가설이 힘을 얻고 있다. 결국 여기서도 핵심은 '유익한 장내 미생물'이다. 유익한 미생물이란 장을 편안하게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는 미생물이다.
개인적으로 낫또를 먹고 꽤 톡톡한 효과를 보았다. 낫또는 낫또콩을 발효시켜 만든 식품으로, 특유의 끈적하고 미끌미끌한 실이 낫또콩을 휘감고 있다. 주로 간장과 겨자를 뿌려 먹는데, 밍밍한 맛을 살리려고 이런 방법이 생겨난 듯하다. 낫또는 일본에서 유래했는데, 만드는 방식과 지역에 따라 이토히키, 하마낫또, 다이토쿠지로 나뉘며, 이 중 우리나라에 잘 알려지고 국내에서 생산되는 것이 이토히키 낫또다.
낫또가 장에 좋은 이유는 고초균의 일종인 낫또균이 장에서 다른 유익한 유산균이 잘 자라도록 산소를 소비하고, 유해균을 없애 주며, 소화 흡수가 잘되도록 몇몇 영양분을 흡수하기 좋게 분해하는 등 여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또한 낫또는 위산에서도 견딜 수 있도록 포자 형태로 장까지 도달하기 때문에, 장에서의 생존율도 높다. 흔히 먹는 프로바이오틱스, 즉 유산균 제제의 가장 큰 관건은 위산을 통과해 장에서 얼마나 많이 생존하느냐는 점인데, 낫또균은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한 셈이다. 또한 낫또는 우리 몸에 필수적인 비타민, 섬유질, 단백질, 불포화지방산 등 다양한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어 영양적으로도 풍부하다3).
그러면 낫또는 왜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 식품회사에 그다지 큰돈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 주된 요인이다. 일단 낫또는 일본에서도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이다. 일본인이라고 모두 낫또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마치 우리나라 어린이 중 김치를 싫어하는 아이가 많듯, 일본 역시 특유의 미끄러운 식감 때문에 낫또를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이 많다. 어렸을 때 한번 입에 맞지 않으면 나이 들어서도 굳이 찾아 먹기 쉽지 않다. 일본인도 그 정도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떨까? 간장과 겨자가 들어가야 간신히 먹지, 생으로는 아예 입에도 못 댄다는 사람도 많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건강기능식품이나 식품형 영양제 회사들이 특허 성분을 마케팅해 판매하며 큰 수익을 올리는 구조다. 의료 이용률이 높아 건강기능식품이나 영양제에 대한 신뢰도 또한 매우 높은 편이라, 낫또처럼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별다른 화제가 없는 식품보다는 소셜 미디어 등에서 화려하게 마케팅하는 제품이 훨씬 낫다고 생각하기 쉽다. 사실 이런 비슷한 문제는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도 재현되는데, 예를 들어 우리 몸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을 정제해 영양제로 만들어도 충분하지만, 국내에서는 그런 제품을 잘 만들지 않아 수입 직구로 외국 제품을 들여오는 일이 많다. 그 이유는 우선 그런 아미노산 제품들은 특허 성분이 아니라 수익성이 낮은 데다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건기식과 영양제를 폄훼하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최근에는 항노화나 항산화, 수면 영양제 등 기능성이 꽤 뛰어난 제품이 많이 나와 건기식이나 영양제 섭취가 거의 필수가 된 데다 그 근거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잘 찾아 보면 가격도 저렴하면서 효과는 훨씬 좋은 일반 식품들이 많다. 자본 논리 때문에 그런 식품들이 제대로 홍보되지 않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그래도 오랫동안 꾸준히 이어져 온 국내외 전통 식품을 먹어보며 자신에게 맞는 음식을 찾다 보면 의외로 효과 좋은 식품을 발견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장이 선천적으로 예민한 탓에 꽤 오랫동안 고생했는데, 매일 낫토를 먹기 시작한 뒤로는 매운 음식이나 도수 높은 술을 일부러 찾지 않는 한 장에 신경 쓸 일이 없어졌다. 특히 아침에 입맛 없을 때 낫토 하나만 먹으면 하루종일 속도 편하고 몸도 한결 가뿐해진다. 그래서 주변에 꽤 많이 추천했지만, 역시 입맛 때문인지 익숙해지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1) Morais, L.H., Schreiber, H.L. & Mazmanian, S.K. The gut microbiota–brain axis in behaviour and brain disorders. Nat Rev Microbiol 19, 241–255 (2021). https://doi.org/10.1038/s41579-020-00460-0
2) Page, C.E., Epperson, C.N., Novick, A.M. et al. Beyond the serotonin deficit hypothesis: communicating a neuroplasticity framework of major depressive disorder. Mol Psychiatry 29, 3802–3813 (2024). https://doi.org/10.1038/s41380-024-02625-2
3) Afzaal M, Saeed F, Islam F, Ateeq H, Asghar A, Shah YA, Ofoedu CE, Chacha JS. Nutritional Health Perspective of Natto: A Critical Review. Biochem Res Int. 2022 Oct 21;2022:5863887. doi: 10.1155/2022/58638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