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뻔뻔함 성장도 성장이지.
정신 차려 보니 잠깐 숨을 돌릴 틈이 생겼다. 회사에서 글을 쓰고 있는 걸 보니 확실히 그렇다.
2024년 귀속 연말정산을 끝내고 기장도 하고 지급조서도 제출했다. 이만하면 남은 2월은 조금 여유롭게 보낼 수 있겠다 하는 기대가 들었다.
이번 연말정산은 실수가 딱 1개밖에 없었다. 해가 지날수록 실수가 줄어든다. 그래 올해도 성장했다! 눈에 뚜렷하게 보이는 건 없어도 이렇게 티가 나잖아. 내가 너무 대견해!
작년 2월에 들어온 신입이 있다. 작년에는 아무것도 몰라서 시키는 대로 확인하라는 대로만 했다면 이번에는 오롯이 혼자만의 힘으로 연말정산을 해야 한다고 무섭다고 얘기했던 신입은 2월 중순이 되어가자 "대리님, 저 연말정산이 좋아요. 너무 재밌어요. 저 연말정산 박사가 된 것 같아요! 너무 뿌듯해요!"라고 얘기하더니 2월 말이 되어가자 "대리님, 저 연말정산 박사 취소요.."라며 시무룩해져 있었다.
프로그램 상에 [소기업. 소상공인 공제부금]이 총 급여액 적용이 자동으로 안 끌어와져서 실수했다는 것이었다. 어? 나도 그거 확인 안 했는데? 아차 싶어서 내가 작성한 연말정산서류들을 모두 들춰보니 딱 하나, 실수가 발견됐다. 프로그램을 완전히 믿으면 안 된다는 걸 생각하고는 있었는데, 금액이 정확하게 적혀있는 자료라서 당연히 잘 불러와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괜찮아 2월 급여 전에 수정했으니까 됐지 뭐. 뻔뻔함도 성장하나 보다.
내 수임처 중에 재무 담당자가 아주 까탈스러운 업체가 있다. 그래서 좀 더 꼼꼼하게 확인하고 네 번은 다시 보고 나서야 최종 연말정산영수증을 보냈는데, 이 금액은 어디서 나왔는지, 저 금액은 어디서 나왔는지, 이 사람은 올해 수술을 해서 의료비가 많이 나왔을 텐데, 수술도 안 받은 이 사람이 왜 의료비가 더 많은지. 따져 묻는 바람에 이 금액은 어디서 나와서 이런 계산식을 거쳐서 이 금액이 되었고, 저 금액은 어디서 나와서 저런 계산식을 거쳐서 저 금액이 되었고, 하나하나 정리해서 엑셀로 만들어서 보내주고, 이 사람은 부양가족의 의료비까지 해서 이렇게 금액이 커졌다.라는 것을 설명을 했다. 그런데도 부모님이랑 같이 안 사는데 생계를 같이하는 걸로 보는 건 알겠는데, 그거에 대한 증빙은 어떻게 하는지 그냥 무작정 같이 산다고 하면 되는 거냐고 따져 묻기 시작했다. 궁금할 수는 있는 부분이지만, 세무대리인 3년 차에 처음 듣는 질문에 관련 자료를 찾아서 메일로 보냈더니 내가 찾은 자료도 못 믿겠는 건지 5분 뒤에 팀장님께 전화하더라. 팀장님도 그건 회사에서 알아서 하셔야죠. 하면서 이런 거 묻는 사람 처음 본다고 답하셨다.
생계요건은 주민등록표상 동거가족으로 현실적으로 생계를 같이하여야 하는데, 직계존속이 독립된 생계능력이 없는 경우, 그 외 가족이 취학, 질병의 요양, 근무상 또는 사업상의 형편으로 주민등록을 일시적으로 옮긴 경우에는 생계를 같이하는 것으로 본다.
직계존속에 대해서는 다른 형제가 직계존속에 대한 부양가족공제를 받고 있지 않다는 객관적인 자료를 원천징수의무자에게 제출해야 하는데, 별거사유, 직계존속의 재산상태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단, 제출처가 원천징수의무자라는 것은 국세청이나 다른 곳에 제출하는 것은 아니고 근로자가 근무하는 회사에 알려주는 정도면 된다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근로자가 연말정산하는 원천징수의무자인 회사에 연말정산 관련 자료를 성실하게 잘 제출하라는 뜻이다.
사실 이 거래처는 내가 1년 차에 10번을 수정했던 회사인데, 2년 차에는 3번으로 줄었고 올해는 수정할 게 없으니까 재무 담당자가 심심한가 싶기도 하다.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렀지, 쭈뼛대면서 입사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세 번째 연말정산이라니...
알수록 내가 참 모르는구나 싶고, 알수록 공부해야 할 것이 자꾸만 늘어간다.
슬슬 다음 달을 준비해야지
★ 실무 요약정리
2월 말일 : 기타, 이자, 배당소득 지급명세서 제출
3월 10일 : 연말정산 신고 및 납부
근로, 퇴직, 사업소득 지급명세서 제출
3월 31일 : 12월 말 결산법인 법인세 신고 납부 기한
★ 선임이 주는 팁
보통 2월 급여에 연말정산 환급 및 납부가 포함되니까,
그 시점에 지급명세서도 함께 마감해 두면
누락된 금액을 잡아내기도 쉽고
실수도 줄이고 시간도 절약됩니다.